달파란 "'곡성' 황정민 등장할 때 日오음계 사용..힌트"(인터뷰)①

[韓영화 장인 릴레이 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6.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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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파란 음악감독/사진=임성균 기자


음악 없는 영화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 음악은 영화의 뉘앙스를 때론 높이고, 때론 낮추며, 파도처럼 영상을 밀어 붙인다. 대사가 없었던 무성영화 시절에도, 음악은 영화에 담겨 있었다. 영화음악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달파란(51). 한국 록신의 산 증인인 그는 어느새 영화 음악감독의 대표주자가 됐다. 시나위와 H20의 베이시스트 출신이자 지난해 20주년을 맞은 록밴드 삐삐밴드로 독창적인 음악을 선사해왔던 그는, 최근작 '곡성'까지 20여편의 영화 음악을 만들었다.


달파란의 영화 음악은, 다르다. 영화 서사가 달라질 법할 때, 그의 음악은 두근두근하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곡성'에서 황정민이 차를 타고 첫 등장할 때, 강렬하게 튀어나오는 바로 그 음악. '놈놈놈'에서 "빤빠라 빰빠밤"하며 신나게 흘러나오던 바로 그 음악. '도둑들'에서 김혜수가 감옥에서 첫 등장할 때, 쿵 쿵 하며 흘러나오는 바로 그 음악. '암살'에서 전지현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기관총을 쐈을 때, 무려 10분간 관객을 끌어들였던 바로 그 음악. 달파란의 손 끝에서 만들어진 음악들이다.

달파란이 처음부터 영화 음악을 하려 했던 건 아니다. 운명이 자연스럽게 그를 영화로 이끌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나위에서 활동하다, H20로 음악 활동을 했었다. 잠시 프랑스에서 음악 공부도 했었다.

1995년 정규 1집 '문화혁명'의 '안녕하세요'로 삐삐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홍대 인디씬이 자생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3집 활동 당시, 이른바 '침 퍼포먼스'로 밴드가 잠정 해체됐다. 1997년이었다. MBC '인기가요 BEST50'에서 카메라에 손가락 욕을 하고 침을 뱉어 방송 정지 처분을 받았다.


"록을 하는데 권위에 짓눌려 제제를 당한다는 게 이해가 안됐다."

기타를 계속 잡아야 하나란 생각도 들었다. 디제잉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선우 감독이 찾아왔다. '나쁜 영화'라는 영화를 만드는 데 삐삐밴드의 음악을 쓰고 싶으니 같이 작업을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영화와 인연이 시작됐다.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과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을 거쳤다. '알포인트'와 '달콤한 인생'을 지나 '태풍태양'과 '강적' '다세포소녀' 이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미쓰 홍당무' '서양골동양과자점 엔티크'를 한 뒤 '황해'와 '고지전', '도둑들' '경성학교' '암살' 음악과 함께 했다.

'알포인트'부터 어어부 프로젝트 장영규 음악감독과 때때로 영화음악을 같이 만들었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최동훈 감독의 '타짜'에도 달파란의 음악이 한 곡 들어갔다. '도둑들'과 '암살'을 장 감독과 같이 했다. '곡성'도 마찬가지였다.

영화음악에 대한 고민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음악감독이란 타이틀은 한국 밖에 없다. 작곡가란 이름으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다. 사실 음악감독이란 타이틀이 만들어진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영화가 '방화'라 불리던 시절, 그저 영화에 노래를 삽입하는 정도였다.

달파란은 장영규와 방준석, 이병훈 등과 복숭아 프로젝트란 모임을 가졌다. 지금은 다들 음악감독으로 우뚝 자리매김을 한 이들이다. 평소 음악적인 교류가 잦았던 이들은, 영화음악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영화에 음악이란 뭔가, 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렇게 같이 고민하고, 같이 작업하고, 같이 이름을 올렸다.

점점 영화계에 복숭아 프로젝트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침 한국영화가 부흥기에 접어든 시기였다. 새로운 시도들이 늘고, 새로운 영화에 대한 고민이 커지기 시작했다. 영화음악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늘었던 시기였다.

달파란은 그 때 '달콤한 인생'을 만났다. 영화음악을 계속 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을 때, "이게 내게 맞는 길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매번 배우지만 '타짜'에서 인연을 맺은 최동훈 감독과 '도둑들'과 '암살'을 같이 하면서 영화음악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최동훈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파란이형 음악은 짧지만 강렬하다. 서사에 대한 기대를 품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음악이 영화가 쌓지 못했는데 앞서 나가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암살'에서 하정우가 죽는 장면에 들어가는 음악을 마지막까지 안 맞는 것 같아 고민했을 때, 달파란은"영화가 쌓지 않은 걸 음악으로 보여주려 하면 관객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달파란은 음악이 영화 위에 있는 게 맞지 않다고 했다.

달파란은 이 일화에 대해 묻자 그저 "허허" 웃었다. "나이는 많지만 전혀 꼰대 같지 않다"는 최동훈 감독의 말이, 그에게서 뭍어났다.

달파란은 말했다. "영화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영화보다 음악만 속도를 내면 역효과가 난다. 레이어에 따라 음악을 디자인해야 한다."

사운드 디자인. 그는 영화음악이 점점 디자인돼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했다. 음악이 영화를 꾸밀 수도 있지만 장치로 사용될 수도 있는 만큼, 감독의 연출 의도를 명확히 알고 디자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하여 영화음악은 감독과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게 제일 어렵다." 달파란은 "음악 하는 사람의 언어와 영상 하는 사람의 언어다 다르다. 그걸 서로 대화로 맞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는 그리하여 종합예술이다.

영화 음악 작업 자체가 끊임없는 대화다. 시나리오를 보고 그 이야기에 맞는 음악 분위기를 상상한다. 감독에 따라 주문도 다르다. 레퍼런스를 주는 감독도 많다. 막상 편집된 영상을 보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만들 때는 또 달라진다. 곡을 만들어 감독과 그 영상에 맞는지 수시로 의견을 나눈다. 곡에 따라 영상의 분위기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음악 하나를 고치면, 전체 밸런스를 맞춰야 하기에,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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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스틸


달파란은 그런 작업 자체가 즐겁다고 했다. 나홍진 감독과 함께 한 '곡성' 작업은 그래서 즐거웠다. "정말 즐거웠냐"고 되물었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 음악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손봤다. 오죽하면 '곡성' 제작보고회 이틀 전에 칸국제영화제에 영화를 보내면서 음악은 빼고 보냈을 정도다. 음악 하나가 달라지면, 전체 분위기가 달라져서,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했다.

나홍진 감독은 음악에 민감한지라, 녹음기를 빌려, 산과 숲과 시골의 소리를, 밤과 낮에 따라 다른 소리를, 직접 녹음해서 갖다 주기도 했다.

달파란은 "즐거웠다"고 다시 말했다. 그는 '곡성' 편집본을 보고 "정말 파워풀했다"고 했다. 영화의 기운이 워낙 강렬하니, 음악으로 필름 안의 공기감을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달파란은 "한국 영화음악은 멜로디가 많다. 그렇기에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분위기를 전하면서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영화 음악. '곡성'은 그런 걸 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을 때, '곡성'은 영화 안의 기운을 전하면 되겠다고 마음 먹게 했다. 그렇기에 수도 없이 엔딩 테마를 고쳤지만, '곡성'은 즐거운 작업이었다.

달파란은 "황정민이 처음 등장할 때 깔린 음악은 일본 전통 오음계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 사람이 일본인과 관계가 있다는 걸 그런 식으로 힌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몰랐겠지만"이라면서 웃었다.

황정민이 굿하는 장면은, 굿소리만 있었던 게 아니다. 굿소리와 함께 음산한 사운드를 같이 깔았다. 관객이 음산하고 기괴한 느낌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느끼도록 만들게 하기 위해서였다. 폭력과 폭력이 더해질 때, 그 폭력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지도록 음악을 디자인했다. '곡성'에서 곽도원이 두 번째로 일본인 집에 찾아가 개를 죽일 때, 그 때 깔린 음악은 그렇게 디자인했다. 음악은 기억 안 나지만, 그 폭력 그러면서도 다가올 때 끔찍한 미래가 느껴졌다면, 그 디자인은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곡성'에선 음악이 사라졌다가 의식하지 못한 채 다시 등장하는 명장면이 있다. 일본인과 부제가 만났을 때, 음악이 사라지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음악이 재개된다. 관객의 현혹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음악을 지우고, 다시 입힌 것이다. 그리고 새벽 닭이 우는 공간으로 초대한다.

달파란은 "그런 작업들이 너무 즐거웠다. 작업 시간이 모자라서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달파란은 "'곡성'은 많이 배운 작업이었다. 앞으로 영화음악이란 어떤 길을 가야 하느냐를 생각하게 한 작업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달파란의 다음 작업은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 그리고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주연의 '마스터'다.

"'곡성'에서 빠져 나와야 그 작업들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곡성'이 내게 많이 남아있다."

달파란(본명 강기영)은 예명이다. 파란달로 지으려다 달이 앞에 있으면 부르기가 더 편할 것 같아 달파란으로 지었다. 앞에 나온 푸른 달, 블루문. 그의 영화 음악은 은은한 달처럼, 한국영화를 계속 비출 것 같다.

#달파란 음악감독이 밝힌 '곡성' 음악의 비밀②, 달파란 "극장 음향 시스템, 관객 모독 행위"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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