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파란 음악감독이 밝힌 '곡성' 음악의 비밀(인터뷰)②

[韓영화 장인 릴레이 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06.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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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스틸


나홍진 감독의 '곡성'은 올 상반기 한국영화 최대 발견이다. 영화 안에서 서사가 실종되고, 인과가 어그러진다. 그럼에도 서스펜스로 관객의 기를 빨아들여 마지막까지 몰고 간다. 650만명 이상 관람한 '곡성'은 "머시 중헌디도 모르면서"라며 관객을 현혹했다.

그 현혹에는 홍경표 촬영감독의 깊은 영상과, 달파란 장영규 음악감독의 음악이 단단히 한 몫을 했다. 달파란 음악감독에게 '곡성'에 숨겨진 음악의 비밀에 대해 들었다.


-나홍진 감독이 "다른 음악을 만들어달라"며 '곡성' 음악을 부탁했다던데. 나홍진 감독과는 '황해'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인데.

▶그랬다. 시나리오를 보고 다른 음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국영화 음악은 멜로디 중심이 많은데 '곡성'은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음악으로 서사구조를 강조해야 하는 영화가 있고, 캐릭터를 강조해야 하는 영화가 있다. 그런데 '곡성'은 영화 안의 기운을 담아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게 제일 어렵기도 했다. 그래도 그동안 시도해보고 싶었지만 못했던 작업들을 잔뜩 할 수 있었다.

-편집본을 받아보고 어땠는지.


▶편집본을 받아보니 영상이 엄청나게 파워풀하더라. 이 필름 안의 공기감을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그리고 어떻게 담아내야 할까 고민하게 되더라. 특히 음악으로 어떤 캐릭터를 따라가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각 캐릭터마다 테마를 주진 않더라도, 그 캐릭터를 가이드해 줄 음악이 있어야 하는데 '곡성'은 그게 없었다. 각 캐릭터마다 음악을 만들면 오히려 난삽해지더라. 또 음악으로 이 사람이 어떤 캐릭터인지도 알려줄 수 없었다. 관객이 다양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홍진 감독과 상의해 곽도원에 맞춰 가는 방향으로 정했다.

-장영규 감독이 '곡성' 전반부 음악을 주로 했다면, 후반부는 달파란 감독이 주로 맡았다던데. 황정민이 첫 등장할 때 테마는 아주 강렬했는데.

▶후반부는 음악이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계속 기분 나쁜 폭력이 느껴지도록 했어야 했다. 앞 뒤 템포를 계산하고, 감정 흐름까지 디자인했다. 황정민 등장할 때 음악은 일본 전통음악의 오음계를 사용했다. 그런 식으로 이 사람이 일본인과 관계가 있다는 걸 느껴지도록 해주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웃음)

-황정민이 굿하는 장면은 어떤 식으로 작업했나.

▶동시녹음을 하긴 했는데, 후시로 다시 녹음했다. 사운드 엔지니어가 음을 섬세하게 잘 잡았다. 그 굿 소리 아래에 별도로 음산한 사운드를 깔았다. 관객이 뭔지 모르게 기괴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음을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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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스틸


-엔딩 음악은 수십 번 바꿨다는데.

▶'곡성'은 공부가 많이 된 작품이다. 한 장면의 음악을 바꾸면 전체 음악의 밸런스를 다 바꿔야 했다. 극의 흐름과 음악이 안 맞아떨어지더라. 음악이 너무 개성적이면 오히려 튀어서 뺐다. 상업영화 문법 안에서 음악이 뭘 더 채워줄 수 있을까, 분위와 공기를 느끼게 해 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엔딩에 새벽 닭이 울고 곽도원 집으로 들어갔을 때, 원래는 음악이 없었다. 그랬다가 나홍진 감독과 상의해 처연하면서 위로가 담긴 듯한 음악을 입혔다. 그 분위기를 맞추려 여러 번 작업을 다시 했다.

-종교적 음악은 일부러 뺀 것 같던데.

▶종교적으로 상징 될 수 잇는 음악은 일부러 뺐다. 그랬다간 관객에게 너무 힌트를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이 사람이 누구다, 라고 가르쳐줄 것 같은 음악은 오히려 다 뺐다.

-'곡성' 음악에서 감탄한 건 가장 집중이 필요한 후반부, 일본인과 부제가 만났을때 어느 순간 음악이 사라진 것인데. 그러다가 음악이 심장 소리가 커지듯 점차 커지는 부분이고.

▶영화에는 이미 기승전결이란 서사가 담겨져 있다. 음악은 그걸 따라가면 된다. 음악을 잠시 멈출 때는 의도적이란 것보다 감일 수 밖에 없다. 1분30초를 멈추는 걸 계산으로는 할 수 없다. 그만큼 영상이 강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작품은.

▶엄태화 감독에 강동원 주연인 '가려진 시간'과 조의석 감독에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주연 영화 '마스터'다. '곡성'에서 빠져나오면 곧 작업에 들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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