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특집]'터널', 재난 속에 담긴 韓 풍경..하정우, 살아있네~①

[빅4특집]'터널'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7.0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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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터널' 포스터


올 여름 극장가에는 한국영화 빅4가 관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터널', 100억 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다른 색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4편이 어떤 모습으로 관객과 만날지, 스타뉴스가 먼저 짚었다. 마지막 주자는 '터널'이다.

# 자동차 세일즈맨 정수는 딸의 생일을 맞아 집으로 가던 중 뜻밖의 사고를 당한다. 차 사고가 아니다. 지나가던 터널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거대한 콘크리트와 철근 사이에 홀로 갇힌 그에게 남은 건 배터리 78%가 남은 휴대전화, 생수 두 병, 그리고 딸의 생일케이크 뿐이다.


# 아내 세현은, 구조대장 대경은 기가 막힌다. 완공한 지 한 달 밖에 안 된 터널이 무너졌는데 모두 우왕좌왕이다. 카메라가 몰려들고 난리가 났지만 중요한 건 그 안에 내 남편이, 산 사람이 있다는 거다. 꼭 구해주겠다 다짐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불안하다.

재난은 평범한 일상을 생과 사가 엇갈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전깃불 없인 칠흙 같은 어둠 뿐인 터널 속, 홀로 고립된 남자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애쓴다. 그 너머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를 살리려 또한 애쓴다. 그 너머에선 그들을 지켜보는 더 많은 사람들, 수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 모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대한민국의 풍경이 된다. 8월 10일 개봉을 앞둔 색다른 여름 재난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제작 어나더썬데이 하이스토리,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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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터널' 스틸컷



시작은 동명의 소설이었다. 영화 '비스티보이즈', '소원'의 원작을 쓴 소재한 작가가 쓴 동명소설이 한 프로듀서의 눈에 띄었고, 영화 제작자들의 손에 들려 김성훈 감독에게까지 이어졌다. 2014년 끝까지 끝을 짐작할 수 없었던 범죄물 '끝까지 간다'로 345만 관객을 모은 뒤 차기작을 찾고 있던 김성훈 감독의 손에까지 갔다. 주인공 정수 역에 하정우, 아내 세현 역에 배두나, 구조대장 대경 역에 오달수가 합류하며 막강한 라인업의 여름 대작 재난영화로 거듭났다.

재난영화는 더이상 낯선 장르가 아니다. 2009년 부산을 덮친 쓰나미를 그린 '해운대'가 여름 재난영화로 1000만 관객들 돌파하며 톡톡이 흥행몰이를 했고, 2012년 겨울엔 초고층빌딩 화재를 소재로 삼은 '타워'가 5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올 여름 '부산행' 또한 재난영화임을 앞세운 터다. '터널' 역시 재난영화로 분류되지만 압도적인 재난의 스케일, 재난 뒤로 이어지는 또 다른 재난을 그리며 긴박감과 속도감을 더하는 이 장르의 여느 작품과는 정서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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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터널' 스틸컷


'터널'의 재난상황은 영화 초반 등장하는 붕괴 사고 뿐이다. "우리는 재난 다음의 드라마를 핵심으로 삼았다"는 게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의 말이다. 장르를 설명할 때도 재난블록버스터 대신 재난드라마란 설명을 달았다. 붕괴된 터널의 안과 밖에서 벌어지는 그럴법한 상황들, 절박한 사람들의 드라마가 억지나 과장 없이 흘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짜 벌어질 수 있는 일, 그렇기에 더 실제처럼 다가오는 일을 그리는 게 영화를 만들며 가장 중점을 뒀던 일이었다.

그 덕분일까? "이번엔 터널입니다. 대한민국의 안전이 또 다시 무너졌습니다." 예고편으로 흘러나오는 앵커의 말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지하철 참사, 성수대교 붕괴, 그리고 세월호 침몰. 수많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 사고를 겪어 온 우리는 대한민국의 안전이 또, 또, 또 무너지는 참혹한 순간들을 너무 많이 봐 왔다. 구조상황에 마음졸이며 번번이 지적되는 안전불감증에 가슴을 친 것도 이미 여러 번이다. '터널'은 그 공감대를 파고 든다.

묵직한 드라마에 더해진 뜻밖의 유머는 '터널'의 히든카드다. 끝을 짐작하기 어려운 긴박한 전개, 거기에 더해진 위트를 선보인 '끝까지 간다'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야기꾼 김성훈 감독은 그래서 더 돋보이는 연출자다. 장원석 대표는 "김성훈 감독의 장점으로 돌파했다고 생각한다"며 "인위적 사건 대신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녹아 들어 가는데, 그는 물, 케이크 등 사소한 설정으로도 드라마를 긴장감있게 끌고 갈 수 있는 감독"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훈 감독이 터널붕괴란 재난에 드라마, 코미디, 거기에 묵직한 메시지까지 실어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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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의 하정우와 김성훈 감독 / 사진=현장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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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터널' 스틸컷


촬영 과정은 만만하지 않았다. 밀폐된 터널 안을 한 축, 시끌시끌한 터널 밖을 한 축으로 삼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하정우가 갇힌 터널 안을 찍을 땐 기본 적으로 3대 이상의 카메라를 동원해 순간적인 감정을 세심하게 잡아냈다. 터널 밖은 터널 밖 대로 문제였다. 실제 터널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촬영인데 그럴 만한 상황이 안 됐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은 쓰지 않는 폐 터널을 섭외해 새 터널처럼 보이도록 단장했다. 입구를 새로 꾸미고 길도 다시 입혔다. 장원석 대표는 "여러 작품을 했지만 아스팔트로 길 닦은 건 처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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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터널' 스틸컷


홀로 영화의 절반 이상을 이끄는 하정우는 영화의 핵심이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유머와 드라마를 동시에 녹여내야 하는 만만찮은 역할. 하정우는 처음부터 1순위 후보였다. 장 대표는 "배우 하정우가 가장 집중해서 촬영한 작품일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연기 인생을 통틀어 가장 연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만 하정우이기에 2013년 558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한 '더 테러 라이브'가 떠오른다. 당시 하정우는 뉴스앵커 역을 맡아 일인극의 주인공이 된 듯 한 열연을 펼쳤다. 기대 만큼 부담도 될 터다. 따져보면 '더 테러 라이브'와 '터널'은 좁은 공간 속의 하정우가 있을 뿐 미덕과 재미가 다르다. '더 테러 라이브'가 빠른 템포로 사건을 이어가며 긴장감을 유지한다면, '터널'은 재난 상황 뒤의 가슴 찡한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 의외의 유머가 인간미를 더해주는 순간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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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터널' 스틸컷


나머지 두 축을 담당하는 배두나, 오달수 또한 믿음직하다. 배두나는 반가운 얼굴이다. 요 몇 년 한국 상업영화보다는 외국 작품에 주로 출연하면서 간간이 작지만 의미있는 영화에 참여해 온 배두나는 오랜만에 대작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오달수는 의외의 면을 보여준다. 정의로운 구조대장 역에 아담한 체구, 유쾌한 이미지의 천만요정 오달수를 바로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그 의외성이 오달수를 캐스팅한 이유였다. 그의 진정한 매력은 천만 부적의 힘이 아니라 "어떤 캐릭터라도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힘"이다.

배우부터 감독까지, 진지함과 능청스러움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믿음직한 이들이 모여 만든 재난의 드라마가 오는 8월 여름의 한복판에 놓였다. 빅4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터널'은 과연 어떤 느낌으로 관객에게 가 닿을까. 느낌은 좋다. '암살'의 하정우, '괴물'의 배두나, 그리고 수많은 천만영화와 함께한 '천만요정' 오달수의 합작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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