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석 대표 "하정우, '터널'에서 인생 연기"(인터뷰)②

[빅4특집]'터널'

윤성열 기자 / 입력 : 2016.07.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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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무너진 터널에 고립된 한 남자의 사투를 그려낸 영화 '터널'은 올 여름 한국영화 최대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끝까지 간다'(2014)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성훈 감독의 차기작인 데다,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등 이름만 들어도 신뢰가 가는 명품 배우들이 출연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터널'은 약자를 대변하는 소설가로 잘 알려진 소재원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붕괴된 터널에 갇힌 평범한 가장 정수(하정우)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그린다. 구조 과정에서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꼬집는다.


영화로 재탄생한 '터널'은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었지만 시선을 압도하는 기존의 재난 블록버스터와 달리 휴먼 드라마적 요소에 초점을 맞춰있다. 그만큼 이야기에 감동을 넣고,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영화다. '터널'을 영화화하려는 움직임에 앞장섰던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40)도 이러한 점에 매료돼 선뜻 제작에 참여했다고 했다.

흔히 다루는 비현실적인 재난이 아닌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라 더 애정이 갔다는 장 대표는 "0.1%라도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이야기를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 대표를 만나 '터널'의 기획부터 제작 과정까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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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사진=이기범 기자



-남자 주인공 1인(하정우)이 극을 이끌고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정우가) 캐스팅 1순위였다. 하정우와는 많은 작품을 같이했고 운동도 함께 자주 했던 사이라 친한 편이었다. 어느 날 문득 '터널' 얘기를 꺼내봤는데, 흥미로워하더라. 시나리오를 보고 맘에 들어 하더라. 매니지먼트에도 얘기해보니, 2달 내로 최대한 촬영 기간을 압축해서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터널 안과 밖 상황이 주를 이루고, 다른 배우와 같이 이뤄지는 장면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촬영 시기를 맞출 수 있다.

-처음부터 하정우를 정수(주인공)로 놓고 쓴 것처럼 딱 맞는다.

▶감독님이 시나리오 쓸 때부터 약간 염두에 뒀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보며 하정우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이런 역할이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

-일각에선 500만 동원한 '더 테러 라이브'를 떠올릴 것 같다. 흥행 영화였기 때문에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만큼 부담도 있을 것 같다.

▶'더 테러 라이브'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더 테러 라이브'는 큰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스릴러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며 짧은 템포로 진행된다면 '터널'은 한정된 공간이지만 재난 상황과 함께 풀어가는 드라마가 주가 된다. 코믹하고 감동적인 장면도 상당히 많다. 다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영화에서 터널이 무너지는 것 말고는 큰 사건이 없는데, 과연 드라마를 어떻게 끌고 나갈 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됐을 것 같다.

▶김성훈 감독님의 장점으로 돌파했다. 감독님은 인위적인 설정이 아닌 자연스럽게 이야기만으로 굴곡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 사소한 설정들로 자칫 평범할 수 있는 부분들을 긴장감 있게 잘 끌고 나갔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를 읽은 사람들도 집중해서 끝까지 보는 것 같더라.

-실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을 담아내는데, 신경 썼던 부분은.

▶요즘 실생활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지 않나. 그런 시선에서 내가 겪은 일 혹은 겪을 수도 있을 일, 우리 이웃에게 있을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넣었다. 그러면서도 재밌게 볼 수 있게 공을 들였다. 때문에 영화는 더욱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했고, 만듦새를 꼼꼼히 해야 했다.

-우여곡절을 겪고 마침내 영화화 하기로 한 작품인데, 어떤 매력에 끌렸는가.

▶김성훈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원작 소설이 워낙 감동적이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스크린 도어 사망 사고나 에어컨 사건도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한국 사회는 안전을 신경 쓴다고 하지만,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 때문에 좀 더 안전한 사회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맘에 들었다. 단순히 교훈 뿐 아니라 감동과 재미가 있는 이야기로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0.1%라도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영화에 담고 싶었다. 다 안전하게 살면 좋은 거니까.

-기획한 게 2년 전이면, 당시엔 세월호 사건으로 들썩들썩하던 때다.

▶그 얘긴 조심스럽다. 원작은 세월호 이전에 쓰였다. 누군가 우리에게 세월호를 의식해 만들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다'고 말할 수 있다. 그전에도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 같은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사건들이 있었다. 국민적인 아픔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철퇴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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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여름 대전에 들어가는데, 시원하고 통쾌한 영화는 아니니까 기대와 부담이 동시에 있을 것 같다.

▶부담스럽다. 부담 밖에 없다. 기대만 크면 클수록 시장에선 더 냉정한 평가를 받는 것 같다. 기대감은 자칫 긴장감을 풀어지게 한다. 중요한 순간에 오판을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설정한 목표 성적은.

▶영화는 항상 손익분기점을 넘는 게 목표다. 그 다음은 관객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순제작비가 77~78억원 들었다. 총제작비는 100억원 넘어 갈 것 같다. 손익분기점은 350만 명이 넘어가야 한다.

-여름 개봉하는 영화 중 가장 신경 쓰이는 경쟁작은.

▶'부산행'은 한국 최초 좀비 재난물로서 경계가 된다. 예고편 반응도 뜨거운 것 같다. '인천상륙작전'은 뭔가 되는 기획 같다. 리암 니슨도 나오고, 이정재, 이범수 같은 좋은 배우도 나오고, '덕혜옹주'는 소설 자체가 유명하고, 손예진 박해일 등 배우들도 안정감이 있다. '국가대표2'는 전작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있다. 여기에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이슨 본'도 있고, 올해는 정말 박 터지겠다.

-하정우 캐스팅은 크게 놀랍지 않았는데, 애 엄마 역으로 배두나는 조금 의외다.

▶배두나는 그 나이 또래에서 연기를 거의 베스트로 하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에서 왕성히 활동하지 않았지만 '괴물' 때 처럼 다시 재밌는 상업영화에서 연기 잘하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배두나와 작업은 너무 만족스러웠다. 열정적이고, 감수성도 풍부하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그 인물이 되버린다. 같이 작업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왜 이제야 작업했나 싶을 정도였다.

-마지막 한 축인 오달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시나리오만 보면, 오달수를 떠올리긴 쉽지 않다. 오달수는 캐릭터를 진짜같이 보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과장되거나 비현실적인 역할을 맡아도 오달수가 연기하면 실제 있을 법한 캐릭터가 된다. '올드보이'가 그랬다. 정말 허황된 설정이었는데, 그 안에 오달수가 앉아 있으니까 그럴 법해 보이더라. '터널'은 이야기가 최대한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전달돼야 했다. 오달수가 구조반장으로 들어오면 그런 느낌이 들 것 같았다. 전작 '암살'에서 하정우와의 캐릭터 조합이 너무 좋았어서 그런 부분을 바란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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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프로덕션은 터널 안팎을 따로 분리해서 진행했겠다.

▶그렇다. 안에선 준비할 상황이 많아 먼저 바깥 상황으로 로케이션을 시작했고, 그다음 정수 위주로 안에서 쭉 찍었다. 이후 밖에서 크게 세팅해서 찍을 것들을 찍었다. 계절 변화도 줘야했다. 시니리오상 계절이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바뀌는데, 실제 겨울에 맞춰서 찍었다. 눈 쌓인 장면도 실제 눈 오는 날을 골라서 찍었다. 날씨는 비교적 잘 도와줬다.

-밀폐된 공간을 계속 보여주는 거라 촬영이나 편집 포인트가 까다로웠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촬영할 때 3대 이상의 카메라를 썼다. 모든 장면에 감정이 있고, 어떤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여러 테이크를 가기 힘들었다. 그 때 그 때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썼다. 그래서 더욱 최고의 스태프를 쓰려고 했다. '끝까지 간다' 팀이 많이 모였다. 호흡과 커리어 위주로 최고의 스태프를 꾸려 밀도 있게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 그래야 관객들이 흥미진진하게 볼 것이라 생각했다.

-정해진 회차를 넘기지 않고 끝냈나.

▶실제 터널에서 찍는 것이 불가능했다. 터널은 다 통행 중이니까 가장 좋은 경우는 개통되기 전 터널이나 공사가 중단된 터널에서 찍는 건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공공재는 관리 소관이 복잡하더라. 촬영 1달 반을 남겨두고 결국 80년 중반 폐쇄된 터널을 리모델링해서 찍기로 했다. 새 터널처럼 꾸미다 보니 예산이 많이 늘었다. 도로를 깔고 가드레일을 치고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영화 찍으면서 아스팔트 길을 닦은 것은 처음이다.

-프로덕션 과정에서 가징 힘들었던 것은?

▶폐 터널을 세팅해서 실제 터널로 만드는 것과 정수가 갇힌 공간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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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 사진=이기범 기자


-정수를 연기한 하정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주위의 이용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데 계속 감정을 극한으로 표현하려니.

▶본인이 했던 모든 영화, 드라마 중 가장 집중해서 찍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하정우가 '터널'에서 했던 연기가 그의 연기 인생 통틀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김성훈 감독의 장점도 잘 드러날 것 같은가. '끝까지 간다' 재밌게 본 사람이면, 미덕이 다를 것 같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김성훈 감독 만의 그런 요소들이 분명히 있다. 감성이 있지만 의외로 코믹하게 벌어진다. 김 감독의 의외적인 부분들이 작용한 것 같다. 핵심은 연출력인데, 그 연출력이 이번 영화에서 잘 드러난 것 같다. 구멍 없는 촬영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빅4 영화('터널',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중 1000만 영화가 나올까.

▶1000만이라는 숫자는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시기적으로 강풍이 불고, 분위기가 조성이 돼야 한다. 좁은 땅 덩어리에서 1000만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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