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궁궐' 김현주 감독 "표절 논란? 보고나면 없어질걸요"(인터뷰)

애니메이션 '달빛궁궐' 김현주 감독 인터뷰

김미화 기자 / 입력 : 2016.09.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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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감독 / 사진=이기범 기자


애니메이션 '달빛궁궐'(감독 김현주)이 창덕궁을 배경으로 한 한국적인 스토리를 선보인다. '달빛궁궐'은 600년 만에 깨어난 창덕궁에서 펼쳐지는 열세살 소녀의 궁궐 판타치 어드벤처. 우연히 창덕궁 속 환상의 세계 달빛궁궐로 들어가게 된 13살 소녀 현주리가 그 곳에서 사고뭉치 다람쥐 다람이와 훈남무사 월을 만나 펼치는 모험을 담았다.

'달빛궁궐'은 개봉 전 스틸컷만 공개됐을 당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포스터 속 여주인공과, '센과 치히로'의 주인공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7일 개봉한 '달빛궁궐'의 김현주 감독(41)을 만나 직접 이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과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첫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내놨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 긴장된다. 여기는 정말 정글 같구나 느끼고 있다. TV 애니메이션 만들 때는 작품을 만들고 보내면 끝이었는데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시작 전부터 전쟁 같다. 같은 애니메이션끼리도 경쟁 해야 하고, 실사영화와도 경쟁하니 힘들다.


-'달빛궁궐'은 창덕궁을 배경으로 하고, 주인공이 한복을 입고 다니는 등 굉장히 한국적인 색채가 강하다. 이렇게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

▶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어린이가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제작할 때 힘들었던 것도 그런 것들이다. 어린이 관객을 중심으로 전체 관객을 계산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예산을 짜다 보니까 예산이 너무나 한정적이다. 이미 관객들은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눈은 맞춰야 하는데 예산이 적다 보니 힘들었다. 그래서 한정된 예산 안에서 차별화 할수 있게끔 전략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외국 애니메이션이 보여줄 수 없는 것이 뭐가 있을지 생각하다가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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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달빛궁궐' 스틸컷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 개봉 전 스틸 사진이 공개된 후 지브리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 처음에 너무 놀랐다. 스틸 사진만 보고 공격적으로 표절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비교해줘서 감사하다고 오히려 그렇게 위안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슈인데도 전개된 방식이 답답해서 힘들었다. 다행히도 '달빛궁궐'을 직접 본 사람들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비슷하지 않다고 한다. 확실히 개봉하면 없어질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안 본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줄까 봐 여전히 걱정은 있다. 영화 자체가 완전히 다른 내용이고 주제도 다르다. 감독 입장에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아이들이 한국 애니메이션의 재미를 발견해줬으면 한다.

-'달빛궁궐'은 실제 창덕궁 자격루 등 탄탄한 고증을 바탕으로 만들어 인상적이다. 작품을 얼마나 준비했나.

▶ 프로젝트로 기획한 것은 오래됐다. 2005년 기획했다가 그 시나리오로 먼저 TV 시리즈를 만들었다. 그것을 제작하는데 2년 걸렸고 이후 극장용 파일럿 10분 짜리를 만들었는데 그 데모 필름을 본 출판사가 책을 먼저 내고 싶다고 해서 1년 간 삽화 130컷을 그려 책으로 냈다. 그렇게 둘러서 2012년 영화화하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기획한지 11년 만에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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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달빛궁궐' 스틸컷


-애니메이션 주인공 이름이 김현주 감독 본인의 이름을 본 딴 '현주리'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 내 애니메이션에는 항상 현주리가 등장한다. 예전부터 내 어린 시절 경험을 토대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나름의 세계관이 생겼다. 이야기 주제가 달라지면 같은 주인공 할 필요 없지만. 비슷한 세계관이면 하나의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수월하다. 현주리가 관객과 함께 나이 먹어가는 것을 설정으로 한다.

-더빙에 참여한 이하늬, 김슬기, 권율의 싱크로율이 인상적이다. 왜 전문 성우를 쓰지 않고 배우를 캐스팅 했나.

▶ 성우 연기만 애니메이션을 채우면 안정적이다. 하지만 영화적으로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 보통 마케팅을 위해서 배우 더빙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마케팅 뿐 아니라 치밀하게 캐스팅해서 목소리를 살리자고 이야기가 나왔다. 왜 할리우드 배우들도 애니메이션에 나와서 목소리 연기를 잘하지 않나. 홍보 위주가 아니라 싱크로율 맞게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이하늬, 김슬기, 권율 등 배우들과 끈끈함이 생겼다.

-세 사람과 더빙 작업을 진행하며 특별히 부탁한 것이 있었나.

▶ 사실 캐스팅 할 때부터 투표로 결정했다. 이하늬와 김슬기는 1위였다. 사실 김슬기가 맡은 다람쥐 역할이 어려워서 걱정했다. 소년 같은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을지 조마조마 했는데 너무나 잘했다. 실제로 더빙하는 날에는 아무런 코멘트를 해 줄게 없었다. 이하늬는 그냥 있는 그대로 매화 부인이었다. 같이 일한 성우도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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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감독 / 사진=이기범 기자


-'달빛궁궐'이 언론시사 후 가장 한국적인 애니메이션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소감을 말해달라.

▶ 뿌듯하다 공들인 부분을 봐주시는 것 같아서 좋다. 실제로 고증을 많이 거쳤고, 한국의 색깔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게 만들었다. 노력한 만큼 보이는 것 같아서 '애니메이션은 정직하구나' 생각했다.

-'달빛궁궐'은 한국적인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지만 영화 내용이 어린이들 중심이라는 점이 아쉽다. 일본이나 미국처럼 어른들도 함께 보는 애니메이션이 나오기 어려운 건가.

▶ 스토리가 중요하다. 디즈니 만화를 보면 알겠지만 단순한 이야기다. 끌어가는 과정에서 연출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달빛궁궐'은 기본적인 관객층을 어린이로 봐야 했기 때문에 타협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어른들도 함께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은 보여준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지만 어른도 만족하며 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시장에서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을 포커스라는 것을 인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작품의 성공으로 다음 작품에서는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내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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