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 "올해 BIFF는 기적..마음고생에 8kg 빠졌다"(인터뷰②)

부산국제영화제 강수연 집행위원장 인터뷰

부산=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0.1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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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사진=이동훈 기자


<인터뷰①에서 계속>

-줄어든 예산에 대한 대책, 향후 계획 등이 있는지.


▶사실 큰 문제다. 매해 시비와 국비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내년 예산을 시와 정부에서 어떻게 확정할지 가늠할 수가 없다. 올해의 경우 30% 정도 예산이 줄었다. 내년은 이번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논의해야 한다. 내년엔 무리 없이 진행되리라 생각한다. 정부와 시의 지원 없이 영화제를 열 수는 없다. 일부에선 자생력으로 알아서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제가 상업화되거나 수익사업을 할 수는 없다. 영화제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부산영화제는 오로지 관객과 시민에게 돌아가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투명하게 시와 정부의 보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영화제가 열리는지 안 열리는지에 대한 믿음을 주기 어려워 스폰서를 확정하는 데 굉장히 힘들었다. 영화제가 열린다는 확신이 있어야 스폰서도 마음 놓고 후원을 하지 않겠나. 시비나 국비가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협찬에 차질이 생겼다. 워낙 시간도 없었다. 내년에는 영화제가 열린다, 안 열린다 하는 불안을 줄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열린다. 미리 서둘러 하다보면 내년에는 나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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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사진=이동훈 기자



-촉박했던 준비시간을 감안하면 프로그램의 질과 양은 놀라운 것이 사실이다.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제 개최를 불과 한 달 남겨두고서 한국영화 프로그래밍이 안 돼 있었다. 이게 프로그램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영화계가 전면 보이콧을 하는 상태에서 게스트 초청이며 각종 부대행사도 진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걸 한 달 만에 해냈다는 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한국영화의 힘이다. 한국영화계 전체가 합심해 도와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썰렁한 분위기는 아쉽다.

▶어쩔 수 없다. 해운대 비치가 날아갔으니 거기에 관객이 갈 수도 없고. 영화제가 안 열릴 수 있겠다는 불안감도 있었고. 그 불안감은 대한민국에서 제가 가장 컸을 것이다. 이런저런 말을 들을 수도 있고 하지만 영화제에서 영화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내부행사 부대행사도 대폭 축소됐고, 다 못할 수도 있을 것이고 심지어 개막식을 못하게 되더라도 영화는 포기할 수 없었다. 한국영화 프로그래밍이 어려운 와중이었지만 '아시아 영화의 발굴과 지원, 교육, 비전'이라는 부산영화제의 기조는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준비했지만, 그 와중에도 그것조차 못 할까봐 걱정이었다. 이쪽 부문은 실제로 예년에 비해 초청 규모도 전혀 줄지 않았다. 프로그래머들이 정말 열심히 헌신적으로 해줬다. 다행스럽고 또 감사하게도 올해 아시아 신진 작가들이 많이 발굴됐다. 게스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 줄 때면 '애쓴 보람이 있구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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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사진=이동훈 기자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단독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달라진 점이 느껴지나.

▶느낄 새가 없었다. 영화제가 시작하니 오히려 편하다. 그 전엔 정말 정신 없이 이리저리 뛰었다. 서울과 부산을 1주일에 3번씩 왔다갔다 하며 영화인들을 만나 설득하고 시를 만나 설득하고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비행기를 지하철 타고 다니듯 한 것 같다. 힘들다 아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매일매일 '오늘만 지나가라' 하면서 지금에 왔다. 개막하고 2~3일이 지나니 '영화제를 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홀로 맡는 중책이 힘들기도 할 것이다. 스스로가 영화제의 얼굴이기도 하고.

▶작년 영화제를 끝내놓고 지금까지 몸무게가 8kg 빠졌다. 부럽다고 하시지만 예쁘게 빠지는 것도 아니다. 이 고생이 나만 하는 게 아니다. 프로그래머를 위시해 사무국 전체가 너무 마음고생을 했다. 작년에 들어온 저도 이렇게 마음이 아프고 속상한데, 20년을 일한 스태프의 고생은 말로 할 수가 없다. 올해 초만 해도 회의를 하면 해줄 말이 없어서 '어떻게 하니' 이 소리만 했다.

올해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영화제 자체를 A,B,C,D안 네 가지를 두고 준비했다. 전면 보이콧이 안 풀렸을 경우부터 스폰서가 전혀 확보되지 않고 예산이 현저히 줄었을 경우, 마켓 변수까지, 여러 가지 최악의 가능성을 다 놓고 검토했다. 영화제가 열리지 않는다는 가정은 하지 않았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내부에서조차 '영화제가 하기는 하는 거냐' 물어볼 때도 잘 모르겠지만 해야 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무조건 한다는 가정 하에 준비했다. 결국 영화제는 우리가 검토하지 않은 5번째 버전으로 열렸다. 4가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것이 모두 완화된 버전이랄까. 내년 영화제는 조금 다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영화제의 얼굴이 아니다. 영화제의 얼굴은 영화지. 나는 영화제 상궁이다, 상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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