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애틀랜타, '세일 트레이드' 방아쇠 당길까?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1.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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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에이스 크리스 세일. /AFPBBNews=뉴스1


이번 메이저리그 오프시즌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팀은 단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다. 휴스턴은 지난 며칠 동안 브라이언 맥캔과 조시 레딕, 찰리 모튼 등을 영입하며 잰 걸음을 이어가고 있고 애틀랜타는 월드시리즈가 끝난 다음 주에 바로 두 명의 40대 투수인 R.A. 딕키와 바톨로 콜론을 프리에이전트(FA) 계약으로 영입한 데 이어 이번엔 새로운 팀 에이스 영입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틀랜타는 특히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에이스 크리스 세일(27)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팀 가운데 휴스턴은 올해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은 실패했으나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레이스에 있었고 지난해는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에 나섰던 팀으로 오프시즌 전력보강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내년 시즌에 충분히 포스트시즌과 그 이상에도 도전해볼만한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이런 발 빠른 오프시즌 움직임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


하지만 애틀랜타의 경우는 지난해 67승, 올해 68승을 올리는데 그친 바닥권 팀이었다. 아무리 지난 2년간이 새 출발은 위한 팀 재건 기간이었다고 해도 바닥권에서 당장 우승권으로 뛰어오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런데 그런 팀이 만 42세와 43세의 노익장 투수들을 잇달아 1년 계약으로 영입한 데 이어 누가 데려가든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할 화이트삭스 에이스 세일의 영입경쟁에도 뛰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다. 물론 딕키와 콜론이 마이너에서 크고 있는 차세대 투수들이 성장할 때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고 해도 그 이면엔 당장 내년부터 뭔가 도전을 해보겠다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애틀랜타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애틀랜타가 이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것은 내년 4월 새로 문을 여는 새 홈구장 입주를 앞두고 지난 2년과 같이 경쟁력 없는 팀으로 새 구장으로 인해 흥분된 팬들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다는 조바심이 가장 큰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팀 내부적으로는 가장 큰 약점인 선발투수진을 성공적으로 보강한다면 팀의 리빌딩(재건) 소요시간을 1~2년 단축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 인해 애틀랜타는 실로 엄청난 희생을 각오해야할 세일의 트레이드조차 겁 없이 추진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나선 지난 2012년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매년 올스타로 선발됐고 지난 4년간은 AL 사이영상 투표에선 모두 톱5를 놓치지 않았던 좌완투수 세일(27)은 자타공인의 메이저리그 톱 에이스 중 한 명이다. 더구나 그는 아직 3년간 3,800만달러 계약이 남아있다. 톱클래스 투수들의 현 시세를 감안하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는데다 아직도 3년간은 팀이 권리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매력적인 선수다.


세일 정도의 기량과 계약조건을 갖춘 선수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오는 일조차 그리 흔한 일이 아니기에 그를 얻으려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최고 유망주 3~4명 이상을 제시해야 화이트삭스의 관심을 얻을까말까 할 정도다. 애틀랜타가 세일을 영입하려면 그동안 마이너리그 팜에서 애지중지 키워온 유망주들을 뭉텅이 단위로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애틀랜타의 존 코폴렐라 단장은 선발투수, 특히 간판 에이스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는 인물로 알려졌고 새 구장 입주와 발맞춰 선발진을 대폭 강화해 우승에 도전하는 시나리오에 상당한 어필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틀랜타가 실제로 세일 트레이드의 방아쇠를 당길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이미 관심정도가 그냥 ‘간을 보는’ 수준은 넘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애틀랜타가 세일 트레이드를 단행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위험한 도박이다. 자칫하다간 팀의 팜 시스템이 한 방으로 거덜 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는 그런 사례가 몇 번 있었다. 멀리 돌아갈 것도 없이 지난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살펴보면 된다.

지난해 12월8일 애리조나는 FA시장에서 특급 우완투수 잭 그레인키를 6년간 2억650만달러 계약으로 영입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며칠 뒤 애리조나는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으로 지명했던 유격수 댄스비 스완슨과 투수 애런 블레어, 외야수 엔더 인시아르테 등 3명의 최고 유망주 3명을 애틀랜타로 보내고 우완투수 셸비 밀러를 받아오는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레인키와 셸비의 원투펀치를 앞세워 바로 디비전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엄청난 도박성 승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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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가 '최악'이라 평가받는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셸비 밀러. /AFPBBNews=뉴스1


당시 애리조나의 데릭 홀 사장은 “1라운드 지명선수를 두 명이나 내준 것은 정말 뼈아팠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지금이 우승에 도전할 시기라고 판단했다. MVP 후보인 폴 골드슈미트를 비롯, A,J, 폴락, 데이빗 페랄타 등 떠오르는 젊은 스타들이 절정의 시기에 있는데다 확실한 에이스 그레인키가 가세한 지금이 바로 우승에 도전장을 낼 찬스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홀 사장은 밀러같은 검증된 젊고 건강한 선발투수를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화이트삭스, 애슬레틱스, 레이스 등에 트레이드를 제안했는데 모든 팀들이 우리가 밀러를 위해 치른 대가보다 더 비싼 대가를 요구했다”면서 “실제로 29개 구단이 A.J. 폴락을 원했다. 지난해는 29개 구단이 골드슈미트를 달라고 했고 우리는 그 요구를 듣자마자 전화를 끊었는데 올해는 그게 폴락이었다”고 털어놨다. 밀러급 투수를 얻는데 ‘바가지급’ 출혈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강변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승부수는 당시 발표 때부터 말도 안되는 거래라는 비난에 직면했고 결과도 비참한 실패로 마무리됐다. 밀러를 영입해 그레인키와 선발 원투펀치를 구축하는 것이야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위해 대가로 지불한 희생이 도무지 말도 안된는 수준이었다. 밀러의 대가로 애틀랜타로 간 3명의 선수가 모두 확실한 미래의 메이저리거임은 물론 올스타급 잠재력을 지닌 선수들인데 뛰어난 젊은 투수이긴 해도 초특급이라고 할 수는 없는 밀러를 위해 이들을 희생한 것은 엄청난 바가지를 쓴 것으로 역대 최악의 트레이드 중 하나라는 비판이 쏟아졌는데 실제로도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밀러는 애리조나에 온 뒤 시즌 첫 14번의 선발등판에서 평균자책점 7.14로 난타당한 뒤 마이너로 강등됐고 결국 3승12패, 6.15의 부진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그리고 애리조나는 2015년 79승에서 올해엔 69승으로 10승이나 줄어들며 리그 꼴찌에 1경기차까지 후퇴했다. 시즌 종료 후 데이브 스튜어트 단장과 칩 헤일 감독이 모두 해임된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당장 올 시즌이 엉망이 된 것은 물론이고 미래에도 장기적인 타격을 감수할 처지에 놓였다.

반면 애틀랜타는 빅리그 2년차를 맞은 센터필더 인시아르테가 타율 0.291를 치며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됐고 올해 빅리그에 데뷔한 스완슨은 38경기에서 타격슬래시라인 0.302/0.361/0.442로 OPS 0.803을 기록하며 내년도 개막전 유격수 자리를 예약했다.

스완슨은 숀 애브너(드래프트-뉴욕 메츠, 데뷔-파드레스), 애드리안 곤잘레스(드래프트-말린스, 데뷔-레인저스), 조시 해밀턴(드래프트-레이스, 데뷔-레즈)에 이어 역사상 단 4번째로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선수가 지명 받은 팀이 아닌 다른 팀으로 빅리그에 데뷔하는 기록도 세웠다. 한때 애리조나 마이너 선수중 유망주 랭킹 3위였던 블레어만이 올해 빅리그 첫 시즌에서 2승7패, 7.59로 부진했으나 아직 24살에 불과하기에 잠재력을 되살려낼 시간은 충분하다. 애리조나가 이번 오프시즌에 이처럼 공격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는 것도 1년전 오프시즌에 횡재한 덕이 크다.

그런데 애리조나의 공격적 자세를 이용해 횡재를 했던 애틀랜타가 1년 뒤 바로 애리조나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따라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비록 새 홈구장 입주를 앞두고 팀 전력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절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딕키와 콜론을 영입하는 수준을 넘어 세일까지 트레이드하러 나섰다가는 그동안 리빌딩을 위해 쌓아놓은 공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질 위험성이 높다. 게다가 세일을 얻으려면 밀러를 얻기 위해 애리조나가 희생했던 것보다도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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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와 1년 1250만 달러에 합의한 바톨로 콜론. /AFPBBNews=뉴스1


세이브 매트릭스 사이트 팬그라프는 내년 시즌 애틀랜타의 승수를 70승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가 콜론과 딕키의 가세 이후엔 72~73승 정도로 올라간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일단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다른 선수를 뺏기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세일을 보탠다고 해도 애틀랜타의 내년 시즌 승수 전망은 77승 정도가 한계일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이런 전망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만큼 애틀랜타가 내년 시즌 정상권 도전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승부수를 던질 수는 있지만 1년 전 애리조나와 마찬가지로 애틀랜타도 자신의 팀에 대해 오판을 하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과연 애틀랜타가 애리조나의 실패한 길을 그대로 다시 따라갈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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