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테임즈의 금의환향이 KBO에 미치는 영향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12.0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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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테임즈 /사진=뉴스1


지난 3년간 한국프로야구(KBO)리그를 호령했던 거포 에릭 테임즈(30)가 3년간 보장금액 1,600만달러(약 187억원)라는 거액 계약을 받고 밀워키 브루어스에 입단, 메이저리그로 돌아갔다. 지난 2014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서 밀려난 뒤 야구를 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멀고 먼 나라 한국에 왔던 테임즈는 한국생활 3년 만에 미운 오리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 변신해 고향인 미국으로 금의환향하는 멋진 인생 역전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이제 한국 팬들은 내년 시즌부터 지켜보며 응원할 메이저리그 팀이 하나 더 늘게 됐다. 단순히 테임즈가 한국에서 뛰었다는 인연 때문만이 아니다. 이제부터 그가 밀워키에서 얼마나 잘 하느냐 하는 것은 앞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KBO 선수들이 빅리그 팀들로부터 어떤 평가와 대우를 받을지를 결정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3년 전 메이저리그에서 발붙일 팀을 찾기가 힘들었던 테임즈가 이처럼 높은 대우를 받고 빅리그로 유턴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의 기량이 한국에서 일취월장 성장했기 때문이지만 사실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타자인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놀랄만한 성적을 올려준 덕도 무시할 수 없다.

강정호로 인해 KBO 리그 타자들의 잠재력을 깨달은 빅리그 팀들은 이미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등 KBO리그 출신 타자들을 영입했고,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한 차례 실패했지만 KBO리그에서 강정호 이상의 성적을 올렸던 테임즈에 대해서도 한결 열린 마음을 갖고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다. 테임즈가 한국에서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번 계약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수준의 활약을 보여준다면 빅리그에서 KBO 출신선수들의 평가가 계속 높아질 것이고 그만큼 장차 한국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길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KBO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시즌을 보냈던 테임즈가 메이저리그에 돌아가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아직도 남아있는 한국야구에 대한 의심이 확인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KBO의 피칭 수준이 메이저리그 레벨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테임즈처럼 ‘판타지급’ 성적을 올린 선수일수록 그런 성적을 빅리그에서 되풀이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테임즈가 빅리그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면 그만이 아니라 KBO 전체의 수준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제 테임즈는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지난 2년간 강정호가 그랬던 것처럼 KBO를 대표해 메이저리그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 입장이 됐다.


테임즈의 성적이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대체한 선수 때문이기도 하다. 밀워키는 1루수 크리스 카터(30)에게 계약을 오퍼하지 않고 방출대기자 명단에 올려 사실상 그를 프리에이전트로 풀어준 뒤 테임즈와 계약, 그의 빈자리를 메웠다. 크리스 카터가 누구인가. 올해 무려 41홈런을 때려 콜로라도 로키스의 놀란 아레나도와 함께 내셔널리그 홈런 공동 1위에 오른 선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리그 홈런 1위를 차지한 선수로는 다음 시즌 계약을 받지 못한 것은 카터가 유일무이하다.

그렀다면 밀워키는 왜 올해 41홈런을 때린 리그 홈런 1위 카터를 버리고 테임즈를 선택했을까. 이것을 두고 많은 한국 언론에선 밀워키가 그 정도로 테임즈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소 다르다. 아직도 밀워키를 포함한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테임즈에 대해 완전한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밀워키가 그런 결정을 내린 데에는 언뜻 보기보다 훨씬 복잡한 계산이 숨어 있다.

카터는 지난 시즌 41홈런과 2루타 27개를 때리며 94타점과 장타율 0.499, OPS 0.821을 기록했다. 대단한 성적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뜯어보면 그의 타율이 0.222, 출루율이 0.321에 불과하고 삼진 수는 무려 206개에 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그보다 더 많이 삼진을 당한 선수는 크리스 데이비스(볼티모어, 219개) 단 한 명밖에 없다.

맞았다하면 장타지만. 타구를 제대로 맞추는 비율이 열 번에 두 번 정도밖에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경기에 나갈 때마다 두 세 번씩 삼진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였다. 단순히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의 커리어 전체가 그랬다. 그의 커리어 빅리그 통산타율은 0.218, 출루율은 0.314로 올해 성적보다 더 낮고 생애 가장 높았던 시즌 타율이 0.239에 불과하다. 그의 타율이 더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카터는 1루수로서 수비도 평균 이하였다. 이처럼 낮은 타율, 출루율, 높은 삼진 비율과 수비수로서의 핸디캡으로 인해 카터의 지난 시즌 bWAR 수치는 0.9에 불과했다. 41홈런과 94타점을 감안하면 놀랍도록 낮았다.

물론 그래도 41홈런과 94타점의 위력을 완전히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그것은 공짜가 아니라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연봉 조정권리가 있는 카터에게 내년 연봉을 제시했다가 만약 카터가 이를 거부하고 연봉조정을 선택할 경우 41홈런과 94타점의 후광으로 인해 거의 1,000만달러급의 연봉을 내줘야 할 가능성이 컸다. 스몰마켓팀으로 팀 재건에 나선 밀워키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이었다.

그래서 밀워키는 아예 카터에게 계약을 제시하지 않고 방출대기자로 올린 뒤 방출고시 후 데드라인인 열흘 안에 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으나 이미 방출하기로 결정한 선수임이 만천하에 알려진 선수를 트레이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카터를 데리고 있는 것이 팀 전반적인 구상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실 밀워키가 카터를 버리고 테임즈를 선택한 것이 궁극적으로 돈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100% 돈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돈이 절약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당장 카터를 포기한 뒤 돌아서서 테임즈에 1,600만달러 개런티 계약을 안겨준 데서 알 수 있듯 돈쓰기가 무서워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리그 홈런왕인 카터가 계속 보유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면 아무리 재정이 넉넉지 않은 밀워키라도 붙잡았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전반적인 ‘가치’에서 카터보다는 테임즈가 앞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장 카터가 내년에도 또 40홈런을 친다고 해도 현재 구단의 전력이 플레이오프에 도전할 수준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그 많은 홈런들이 별다른 영양가가 없으며 그 이후에 팀을 떠나간다면 돈만 쓰고 구단엔 별 득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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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의 선택 테임즈. 밀워키의 성공은 KBO리그의 위상 제고를 의미할 수 있다.


원래 외야수였던 테임즈는 NC에 와서 1루수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한국에서 탄탄한 수비수로 변신했다. 한국야구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타격의 허점을 보강하면서 삼진비율은 뚝 떨어뜨렸고 대신 출루율은 훨씬 올라갔다. 그가 빅리그에서도 카터만큼의 파워를 보여줄 지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타율과 출루율, 수비 등 다른 면에선 카터에 비해 훨씬 안정감이 있고 전체적인 가치에서 카터를 능가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결국 전체적인 가치에서 빅리그에서 입증된 카터보다는, KBO에서 새롭게 태어난 테임즈가 더 매력적인 대안이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밀워키 현지에서의 반응도 41홈런을 때린 거포를, 오퍼도 주지 않고 내버린 것에 대한 큰 불만이나 비판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테임즈의 합류가 밀워키의 구단 재건에 어떤 역할을 할지를 궁금해 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테임즈의 계약기간이 1~2년이 아닌 3년 계약에 4년차 구단 옵션이 딸린 것이라는 것은 그 열쇠다. 밀워키는 앞으로 2~3년 후부터는 포스트시즌에 도전할 만한 팀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그때 테임즈가 핵심선수로 활약해주길 기대하고 포석을 깐 것이다.

과연 밀워키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결국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만약 테임즈가 밀워키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해준다면 그것은 밀워키의 행운일 뿐 아니라 KBO와 한국 팬들에게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KBO의 톱스타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스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 KBO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테임즈가 빅리그에 성공적으로 컴백한다면 앞으로 그가 걸었던 길을 따라 한국을 찾을 메이저리그의 젊은 선수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테임스는 메이저리그에서 2년간 뛴 뒤 한국에 와서 3년간 뛴 경력을 스프링보드로 만들어 상당한 거액계약을 얻어냈을 뿐 아니라 계약종료 후 프리에이전트로 불리는 권한까지 얻어냈다. 그가 만약 계속 미국에 남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생활을 했더라면 이런 계약을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 등의 리그에 오는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 가운데는 커리어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이 많았으나 테임즈의 경우는 오히려 한국에서 전성기를 만들어낸 뒤 빅리그로 돌아가는 새 코스를 개척했다. 테임즈가 걸어간 길을 보면서 아직 메이저리거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미국의 젊은 선수들이 한국무대가 새로운 도약의 스프링보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테임즈의 성공은 태평양 양쪽의 젊은 선수들에게 모두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다. 빅리그에서 그의 건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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