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게릴라 영화? '스톱' 김기덕 감독이 日로 간 까닭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2.18 08:00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스톱' 스틸컷, 현장사진


김기덕 감독의 신작 '스톱'은 원전사고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다룹니다. 2년 전 촬영을 마친 '스톱'은 제목처럼 원전 반대에 대한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주인공은 후쿠시마 지역에 살던 한 젊은 부부입니다. 지진에 이은 원전폭발 이후 대피한 두 사람은 그러나 또 다른 위기와 갈등에 직면합니다. 임신중이었던 아내 마키에게 정부는 기형아 출산 우려가 있다며 낙태를 종용하고, 부부 역시 갈등합니다. 과연 부부는 아이를 낳을까요. 아이는 괜찮을까요.

'스톱'에선 왕성한 작품활동을 통해서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인간과 사화의 또 다른 일면을 포착하길 즐겼던 감독의 전작을 생각하면 완전히 다른 관심과 태도가 읽힙니다. 더욱이 김기덕 감독은 일본으로 건너가 100% 일본 배우와 함께 이번 작품을 완성해냈습니다. 일본 배우 오다기리 죠와 '비몽'에서 호흡을 맞췄고, 유럽에서 '아멘'을 촬영한 적도 있지만, 해외 올로케이션의 극영화를 외국 배우와만 촬영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기덕 감독은 왜 일본으로 갔을까요. 그 이전에, 그는 왜 '스톱'을 찍었을까요. 김기덕 감독은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 두려운 게 분명히 있다"며 "나는 그 첫번째가 원자력인 것 같다"고 털어놨습니다. 다른 문제들과는 달리 원자력과 그로 인한 방사능은 문제가 발생됐을 때 피해 규모와 범위가 엄청난 데다 수습 또한 사실상 불가하고, 심지어 보이지 않는 것과 싸움을 벌어야 한다면서요. 김기덕 감독은 "영화 20편을 만드는데 한 편 정도는 이에 대한 고민을 담아봐야겠다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사실 처음엔 한국을 배경으로 설정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벌어지지 않았지만 지진과 원전사고가 벌어진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전개하려 했죠.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당시엔 지나친 확대해석일 것 같았고, 최선을 다하는 관계자들도 있는데 너무 미리 재단하는 것 같았다"며 실제 사건이 벌어진 일본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실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감독에게 직접적인 영감을 주기도 했고요.

감독 스스로 연출과 각본, 촬영과 조명, 녹음까지 홀로 해나다시피 하는 김기덕 감독의 작업 스타일은 일본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제한된 예산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건 늘 만만찮은 일이지만, 의사소통이 쉽지 않고, 촬영이 가능한 공간이 엄격하게 구분돼 있는 일본에서의 촬영은 결코 쉽지 않았다는 후문입니다. 영화를 본 이창동 감독은 김기덕 감독에게 "게릴라 영화"라며 애정어린 소감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김기덕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 현장 사진을 보면 '게릴라 영화'라는 표현에 더욱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김기덕 감독이 그렇게 일본으로 떠났던 것이 2년 전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스톱'은 한국에서 강진이 벌어져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는 가정으로 만들어진 대작 '판도라'와 비슷한 시기 개봉했습니다. 그리고 몇 달 전 경주에서는 한반도 지진 관측 사상 최대인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더 관심을 받게 되는 상황이지만 다행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씁쓸해 하던 김기덕 감독이었습니다.
기자 프로필
김현록 | roky@mtstarnews.com 트위터

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