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on Air] WBC 대표팀 투수진, 당장보다 개막일을 본다

우규민의 불펜피칭을 보고 있는 김인식 감독. /사진=김동영 기자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이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진행중인 가운데, 투수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정된 연습경기 중 한 경기를 취소하게 될 전망이다. 당장을 보기보다, 대회 개막일에 맞추는 모습이다.


WBC 대표팀은 12일 일본 오키나와에 입성했고, 13일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14일이 이틀째 훈련이었다. 김인식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는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고 봤다.

다만, 투수들의 경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다. 김인식 감독은 14일 "야수들이 훈련을 나름대로 했던 것 같다. 대부분 괜찮았다. 투수 중에는 세 선수 정도 페이스가 늦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WBC 투수진은 13일 장원준과 차우찬이 불펜피칭을 진행했고, 14일에는 양현종, 우규민, 박희수, 심창민, 원종현, 장시환까지 6명이 불펜에서 공을 던졌다. 차우찬이 가장 많은 70구를 소화했고, 장원준도 55개의 공을 뿌렸다. 다른 투수들 역시 50구씩 던졌다.


하지만 임창용과 임정우, 이대은은 아직 불펜피칭 단계가 아니다. 이대은의 경우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면서 공을 늦게 만졌다. 이대은은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 지금 상태라면 WBC 개막까지 100% 맞출 수 있다"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어쨌든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김인식 감독은 "이대은이 의욕이 넘친다. 조절을 잘해야 한다. 갑자기 하다가 다칠 수 있다. 임창용 같은 베테랑들의 경우, 경기도 중요하지만, 몸 조절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게 중요하다. 무리하면 곤란하다"라고 설명했다.

불펜피칭을 실시한 투수들도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선동열 투수코치는 14일 불펜피칭 후 "몸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까지 두 차례 불펜피칭을 더 할 것이다. 염려했던 것보다 자발적으로 몸을 잘 만든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13일 불펜피칭을 실시했던 장원준과 차우찬이 14일 튜빙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김동영 기자

이어 양현종을 언급했다. 선동열 코치는 "양현종은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3월 6일 본 경기까지는 맞춰질 것이라 본다. 오늘 57개를 던졌다. 불펜과 경기는 다르다. 경기 때 65구라고 하지만, 불펜서는 100개 정도 던져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불펜피칭 100구'는 양현종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선발로 나설 다른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불펜투수들 역시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선동열 코치는 "연습경기가 7경기 정도 잡혀 있다. 감독님과 상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현 투수진을 생각해 볼 때 LG 2군전(21일)은 취소를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습경기보다는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번 WBC 대표팀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상 등의 이유로 전력 누수가 컸다. 괌에서 특별 캠프를 여는 등 분주히 움직였지만,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김인식 감독은 "시간이 없지만, 이제는 부딪혀야 할 때다"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대표팀의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은 12일부터 23일까지 12일이다. 하지만 입국일과 귀국일, 휴식일을 빼면 8일이 된다. 게다가 연습경기를 제외하면, 오롯이 훈련만 할 수 있는 날은 5일이 전부다. LG 2군전이 취소되면 하루가 늘어나지만, 그래도 촉박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인식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일단 대표팀은 투수진에 대해 멀리 보고 있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이를 알고 있기에 개막에 맞추는 모습이다. 물론 개막일인 3월 6일을 기준으로 해도 20일이 남았을 뿐이지만, '전지훈련을 통해 다 만든다'는 생각보다, '개막일에 맞춘다'고 생각하면 다소간 여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