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관전평] 누가 이스라엘을 약하다 했는가

양승호 파주챌린저스 감독 / 입력 : 2017.03.07 09:30 / 조회 :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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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전 한국측 덕아웃.


이스라엘 투수진을 보면 선발 마키부터 마지막 자이드까지 IBAF 41위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마키를 보면서 감탄스러운 부분이 140km 초반의 속구로 구석구석을 찌르며 유리한 볼카운트를 끌어낸 후 낮게 제구되는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이용해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마운드 운용이다.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란 커리어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노련함이었다. 결국 공 45개로 3이닝 무실점함에 따라 '투구수 제한'이란 WBC룰의 장애를 뛰어넘었다. 마키가 50개 이상을 던졌다면 4일 휴식이 불가피했는데 45구로 3이닝을 막으면서 이스라엘은 9일 네덜란드전에서도 마키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무리로선 긴 3이닝을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으로 막아낸 자이드도 두산의 니퍼트급 선수로 보였고 손튼 등 다른 투수들 또한 기량이 뛰어났다. 이스라엘 팀의 공격력은 다소 약했지만 평가와는 달리 수비력은 좋았다. 고척돔이라는 생소한 경기장에서 마치 홈구장에서처럼 안정된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인상적였다.

이에 반해 한국 선발 장원준은 '4이닝 1실점'이란 준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특히 2회 도망가는 피칭이 아쉬웠다. 제구가 흔들린 탓으로 보이지만 선두타자 프라이먼에게 볼 3개를 연달아 던지며 스스로 불리한 볼카운트를 초래했다. 결국 안타가 아닌 볼넷으로 선두타자를 출루시킨 것이 심적부담으로 작용해 악순환을 불러왔고 1사2,3루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하위타순인 7번 라반웨이에게 볼넷, 만루위기에서 다시 8번 크리거 역시 풀카운트 6구 승부끝에 볼넷을 내주며 개운찮은 밀어내기 실점을 하고 말았다. 이스라엘 타선이 특별히 압도적이지 않은 바에야 맞더라도 배짱있게 정면 승부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록 3,4이닝 안정을 되찾아 선발의 몫은 다했지만 2회 늘어난 투구 수로 인해 한계 투구수 65개의 압박감까지 견뎌야했다.

오승환의 조기등판도 많이 아쉬운 대목이다. 오승환의 조기등판은 결국 덕아웃이 연장까지는 생각지 않았다는 것, 즉 8,9회 타선이 역전시켜주리라는 기대와 8회 2사 만루상황의 위급성 때문일 것이다. 이와관련 만루 작전으로 만든 1사 만루서 크리거의 3루 땅볼을 허경민이 홈포스아웃을 선택한 것에 대해선 설왕설래가 있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타자 주자가 발이 빨라 5-4-3으로 연결될 때 1루에서 크로스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고 그렇다면 실점상황을 먼저 막고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 싶어 허경민의 선택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병살연결이 안되며 오승환이 올라온 셈인데 그 조기투입의 첫 단추는 원종현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7회 원종현의 투구내용은 썩 훌륭했다. 공4개만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후 스콧 버챔의 초구 빗맞은 타구가 서건창 글러브 맞고 내야안타가 됐을 때 덕아웃은 이현승으로 교체했다. 덕아웃이 공5 개만에 교체한데는 원종현이 첫 국제대회라 주자를 내보낸 후 흔들릴 가능성, 그리고 다음이 좌타자 라는 점등이 고려사항이었을 것이다.


한국은 여러 번의 득점 찬스를 허무하게 날렸다. 특히 이스라엘 두번째 투수 손튼이 허경민에 볼넷, 김재호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해 만들어진 5회 무사 1,2루에서 이용규의 보내기번트 실패에 이은 루킹 삼진이 대표적인 한 장면이다. 결국 서건창 안타로 동점을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무사1,2루에 이용규라면, 그리고 중반인 5회라면 한점 따라붙기보단 뒤집기를 위한 강공이 어울렸을 것 같다.

같은 이용규에 걸린 7회 작전도 아쉽다. 김재호 데드볼로 만든 무사 1루, 투볼이라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번트 모션을 취하던 이용규가 강공으로 돌아 유격수앞 병살타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이용규는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정상컨디션의 이용규라면 5회 번트 실패라던가 루킹 삼진을 당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면 오히려 종반인 7회에는 대타를 쓰던가 번트를 시도했어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6회와 8회의 찬스가 무산된 것도 아쉽다. 매이닝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점. 중요한 경기선 미친 선수가 나와 해결사 노릇을 해주어야 되는데 그런 선수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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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후 기뻐하는 이스라엘 선수단.


오늘 한국선수들은 첫 경기여서 그런지 대체로 몸이 무거워 보였다. 중심타선들이 첫 경기의 부진을 떨치고 다음 경기엔 더욱 분발하기를 기대한다. 야구는 결과가 중요하다. 끝나봐야 안다. 오늘의 1패가 끝이 아님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1위도 가능한 팀이다. 한국팀으로선 앞으로 남은 경기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인사대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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