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의 스카이박스] '몸 다 풀었다' 선발 야구의 반격이 시작된다

'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KBO리그 주간 관전평을 연재합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서 데뷔해 현대 시절을 거쳐 2001년 SK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KIA 양현종, 두산 니퍼트, 한화 오간도.

안정된 선발 야구를 하는 팀들이 반격을 시작할 시기가 왔다. 롯데는 위험하고 두산이 슬슬 시동을 걸 것이다.

시즌 극초반에는 선발투수들의 위력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개막 로테이션에 맞춰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반에는 변수가 많다. 타격 사이클이 갑자기 치솟은 팀 혹은 양질의 구원투수들을 다수 보유한 팀이 일시적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

이제 개막 3주차다. 각 팀의 주전 3선발급까지는 최소 3차례 로테이션이 돌았다. 이쯤이면 특별한 부상이 없는 한 대부분 정상 궤도에 오른다. 적게는 60개에서 많게는 90개 정도로 서서히 투구수를 늘려왔던 투수들이 기본 100개, 최대 120개까지도 던질 수 있는 몸이 될 시기다.


외국인 원투펀치에 뒤를 받칠 토종 3선발까지, 최소한 3인은 갖춘 팀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불펜과 타격이 흔들렸던 두산이 막강 선발진을 앞세워 치고 올라올 타이밍이다. KIA를 비롯해 NC와 LG가 버틸 힘을 갖췄다. 상위권에서는 롯데가 가장 어려워 보인다. SK와 한화는 외국인투수 쪽 물음표가 아직 지워지지 않는다. 넥센은 선발과 불펜 중 어디에 힘을 확실히 실을지 빨리 결단할 필요가 있다. 삼성은 총체적 난국이다.

KIA의 경우 예외적으로 시즌 초부터 선발 야구를 펼쳤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원동력이다. 불펜이 약한데도 선발이 7~8회를 책임졌다. NC는 이재학의 부진이 치명적인데 장현식이 구세주로 등장했다. 이재학의 퓨처스리그 등판을 지켜본 결과 체인지업의 예리함이 살아났다. 조만간 합류해 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롯데는 토종 선발진이 불안하다. 김원중이 매우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하지만 꾸준함은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들쑥날쑥한 점이 과제다. 풀타임도 처음이다. 방망이가 식었을 때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관건이다. SK는 켈리와 윤희상이 잘해주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합류해 어떤 위력을 보여줄지 주목해야 한다. SK의 선발 야구는 다아이몬드에 달려있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불펜에 의존했던 팀인데 오간도, 비야누에바가 5이닝 이상 책임지며 선발 야구 가능성을 엿봤다. 반대로 둘이 시원찮다면 곧바로 불펜 야구로 회귀할 기세다.

선발투수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면서 초반 같은 롤러코스터 연승 연패는 잦아들 전망이다. 1, 2선발 급이라도 투구수 조절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교체된 경우가 많았다. 선발 매치업에서 불리해도 타격이나 불펜의 힘으로 연승을 이어가거나 반대로 연패를 끊지 못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기본 전력이 탄탄한 팀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선발이 아닌 타격이나 불펜에 의존해 승을 쌓은 팀들의 기세가 꺾일 시점이다.

정리=한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