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칸 첫공개..숨죽여 집중해야 할 지적인 스파이무비

칸(프랑스)=김현록 기자 / 입력 : 2018.05.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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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공작'의 레드카펫에 참석한 주지훈, 이성민, 윤종빈 감독, 황정민,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이 베일을 벗었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개막 4일째인 11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영화 '공작'(The Spy Gone North)의 월드 프리미어가 열렸다. 윤종빈 감독과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이 함께한 기대작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997년 대선 직전 당시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벌어졌던 이른바 총풍사건을 모티브 삼아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다.

베일을 벗은 '공작'은 액션 등이 가미된 장르무비를 즐겨 초청해 왔던 미드나잇 스크리닝의 평소 들썩이는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작품이었다. 영화 중간중간 박수를 쳐 가며 환호하는 여느 미드나잇 스크리닝과 달리 관객들은 조용하게 작품에 집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작'은 화려한 액션보다는 대신 남북을 둘러싼 현실에 무게를 둔 묵직하고도 지적인 스파이 무비로 다가왔다. 촘촘한 대본에 더해진 배우들의 호연 덕에 뒤로 갈수록 긴장감 속도감이 더해지고 감정선에 힘이 붙었다. 남한과 북한, 중국을 무대로 한 정교한 프로덕션도 돋보였다.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 역의 황정민은 여전히 능수능란했고, 북한의 실세 대외경제위 처장 리명운 역의 이성민은 절제된 열연을 펼치며 맹활약했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 역 주지훈 또한 긴장감을 더했다. 강렬한 신스틸러도 돋보였다. 영화 속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방위원장 역에는 기주봉이 출연해 극의 재미를 더했고, 가수 이효리가 본인 역으로 출연해 더욱 실감나는 남북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다만 남과 북으로 갈라져 1950년 6.25 전쟁까지 겪으며 대립을 계속해 온 한반도의 정세와 정치상황이 배경으로 깔린 작품인 만큼 늦은 밤 해외 관객에게는 다소 버거운 듯 했다. 이에 '공작' 측은 본격 시작에 앞서 해외 관객들을 위한 영문 자막을 추가, 이해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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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 끝난 뒤 기뻐하며 화답하는 '공작'의 윤종빈 감독과 황정민 이서민 주지훈 / 사진제공=CJ E&M


고요히 집중하던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야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약 3분간 이어진 기립박수 동안 윤종빈 감독과 배우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은 관객들에게 화답하고, 서로 얼싸안고 감격을 표현하며 칸의 밤을 즐겼다.

영화를 관람한 이탈리아 피렌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재미있게 관람했다. 나는 한국의 상황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기에 더 잘 관람할 수 있었다"면서 "배경 지식이 없는 해외 관객이라면 어려움이 있을 것도 같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영화제에서 남북에 대한 영화들을 소개했는데 관객들이 관심을 높더라. 반응이 좋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웰메이드 영화다. 강렬하면서도 대단한 영화다"라는 관람 소감을 전했다. 특히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이 윤종빈 감독에게 전한 멘트가 의미심장하다. 그는 '용서받지 못한 자'(주목할만한 시선) 이후 12년 만에 다시 칸을 찾은 윤종빈 감독에게 "다음 번은 경쟁부문이다"라고 귀띔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칸에서 처음 공개된 '공작'은 올 여름 국내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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