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맞은' 두산 박건우, "아이들이 장난칠 수도 있죠 뭐…"

광주=김우종 기자 / 입력 : 2018.06.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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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건우(오른쪽)





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2018 KBO 리그' 두산-KIA전.


KIA가 3-5로 뒤진 9회말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 대타 나지완이 타석에 들어섰다. 두산 마무리 투수는 함덕주.

볼카운트는 2-1. 제 4구째. 나지완의 타구가 우측 외야로 향했다. 두산 우익수 조수행과 중견수 박건우가 공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타구는 우익수 조수행의 글러브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런데 이때. 챔피언스필드 외야에서 한 관중이 미니 삽으로 모래를 퍼다가 외야에 뿌렸다. 순간, 조수행의 뒤쪽으로 커버를 들어간 박건우가 이 모래를 한바탕 옴팡지게 뒤집어썼다.


다행히 공을 조수행이 잡았기에 망정이지, 만약 박건우가 공을 잡는 상황이었다면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할 수도 있었던 상황. 박건우는 한동안 모래가 날아온 쪽을 응시하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화도 다소 난 듯 보였다.

그런데 외야 관중석에서 이 모래를 뿌린 관중이 알고 보니 어린이 팬이었다. 챔피언스필드 외야에 있는 모래 놀이터에서 장난을 치다가 그만, 자신이 갖고 놀던 삽을 이용해 모래를 외야로 쏟아부은 것.

잠시 경기가 중단되긴 했으나 다행히 박건우는 관중들을 향해 과잉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모래가 날아든 쪽을 한동안 응시하며 황당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박건우는 이내 유니폼을 툭툭 털고 자신의 플레이에 임했다.

사실 모래가 아니라 더 위험한 물건이 날아들었다면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 더욱이 박건우는 앞서 8회 결승타를 치며 KIA 팬들의 원성(?)을 들을 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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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경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KIA 양현종과 두산 박건우 /사진=김우종 기자


'모래 세례' 사건이 있고 다음날인 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박건우는 전날 상황으로 인한 몸 상태에 대해 "괜찮아요. 전 누가 던진 줄 몰랐어요"라고 입을 열었다.

'아기들이 그랬더라'는 언급에 박건우는 "모래가 엄청 많이 날아왔어요. 제가 뛰어가다 보니까 확 얼굴 쪽으로 다 날아오더라고요. 귀하고 목 안쪽으로 다 들어가니까…"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모래가 날아든 쪽을 쳐다보니까 아이들밖에 없더라고요. 솔직히 그 아이들이 뿌렸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고…. 그래서 (어떤 다른 어른이 한 것인가) 계속 쳐다본 거죠"라면서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아이들이 했더라고요. 뭐, 아기들이 장난칠 수도 있죠. 또 아이들이 그랬다는 걸 알았다면 그렇게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예요"라고 쿨하게 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2일 경기 전 박건우에 대해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어제 (박)건우가 모래를 맞았나 보더라. 내가 건우한테 '야, 넌 어제 꼬마가 뿌렸는데 뭔 그리 인상을 쓰냐'고 했더니 '꼬마인 줄 몰랐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런데 사실 아이들이 위험하다. 부모님들이 외야서는 봐줘야 한다. 만약 놀다가 보호가 없는 상황서 타구에 맞는다고 생각해보라. 정말 아찔하다. 부모님들이 잘 챙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박건우는 특별히 어린이 팬들을 무척 아끼고 좋아하는 선수다. 사인도 어린이 팬 위주로 해주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인천 원정에서 한 어린이 팬과 캐치볼을 했다. 또 지난달 13일에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김헌덕 군과 경기 전 함께 시간을 보낸 뒤 시구 지도와 시포 등에 나서며 훈훈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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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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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종 |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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