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 장태민 "이사장 조카役, 요즘도 이런 선생이 있나 싶었죠"[★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 입력 : 2019.03.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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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태민 /사진=이기범 기자


참 얄미운 이사장 조카였다. 오선생은 어떻게 보면 JTBC 금토드리마 'SKY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스카이캐슬')에서 '명존쎄'(분노 유발의 표현)라는 반응을 가장 많이 유발한 악역이기도 했다.

'스카이캐슬'에서 김병철, 오나라, 김혜윤, 이지원, SF9 찬희, 김동희, 조병규, 김보라, 김혜윤, 조미녀 등이 새롭게 주목 받은 가운데, 보일듯 보이지 않는 전선에서 열연한 배우가 있었다. 장태민(34)이다.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

장태민은 이사장 조카이자 국사 담당 오선생 역을 맡아 극 중 김혜나(김보라 분)를 무시하면서 날선 신경전을 펼쳤다. 사립학교 신아고에는 친척의 백을 쓰고 들어와 학생들을 성적과 경제적 뒷배경으로 분류해 평가한 '속물 선생'이었고, 후반엔 김주영(김서형 분)에게 학교 시험지를 유출시켰다가 법의 심판을 받고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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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태민 /사진=이기범 기자



-'SKY캐슬'이 최고시청률 23.8%로 인기리에 종영했다. 오선생의 이야기까지 종결됐다.

▶지금까지 작품 중 성적이 제일 좋았다. 종편에서 이렇게 나와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난 초반에만 나오고 안 나올 줄 알았다. 기사와 사람들 얘길 들어보니 오선생이 혜나를 죽인 용의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다 20회에도 등장을 했는데, 마지막까지 할 몫을 다 했다는 생각을 했다. 소리없이 없어지지 않고 다 정리가 돼서 나 같은 역할의 배우 입장에선 감사했다.

-극 중 오선생을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나.

▶오선생은 학생들과 신경전과 마찰이 많았다. 수업도 시간 떼우기 용으로 하고 자기 밥벌이만 생각하면서 다닌 인물이었다. 비리를 저지르다가 결국 구속됐는데, 권선징악의 표본을 보여줬다. 한 마디로 악역이었다. 역할이 작다 보니 오선생의 전사, 배경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래서 표현이 과격했던 것 같다. 요즘도 이렇게 말할 선생님이 있을까 싶었다.

-드라마의 인기를 장태민 배우도 실감했을까.

▶지금까지 큰 역할을 맡지 않아서 이번에 처음 반응을 느꼈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갔을 때 학생들이 긴가민가 했는데 '스카이캐슬' 효과가 있나보다 생각했다. 예전에 버스에서도 알아본 적이 있었다. 조금 더 좋은 역할을 맡아서 열심히 해보고 싶은 동기부여가 됐고 착실하게 살아야지 생각했다.

-기억에 남았던 반응은?

▶아이들 기르는 엄마분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왔다. 왜이렇게 능청스럽고 얄밉냐고 하더라. 내가 실제 성격과 달라서 그랬다고 받아쳤다. 그 역할이 보여줘야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됐던 것 같다. 감독님도 더 얄밉게 연기를 주문하셨는데, 시청자들은 '정말 저런 선생이 있냐'부터 '진짜 과격하게 때리고 싶다'는 반응도 있었다. '학교 다닐 때 그런 선생이 있었다'고 공감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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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태민 /사진=이기범 기자


-조현탁 감독과의 만남은 어땠나.

▶감독님을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뵀는데, 인상이 너무 좋으셨다. 드라마가 잘 되고 시청률도 잘 돼서인지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으셨다. 드라마가 잘 된 후 축하드린다 했더니 감사하다고 하시더라. 너무 나에게 잘 해주시고 의견도 물어봐 주셨다. 감독님의 역할에 따라 저희 같이 작은 배역의 배우들이 위축될 수 있는데, 조현탁 감독님은 그런 역할을 잘 해주셨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마주친 배우는 '학생 라인' 아니었나. 조병규와 김보라의 핑크빛 분위기를 감지하진 못했을까.

▶항상 학교에서 애들과 만났고 혜나(김보라 분)랑 신경전을 가장 많이 벌였다. 예서(김혜윤 분), 차기준(조병규 분)도 많이 봤다. 현장에선 혜나와 기준이의 분위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들 자기 역할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도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웃음)

-20회 결말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나뉘었다. 기대만큼 혹평도 많았는데.

▶해피엔딩이었다. '스카이캐슬'이 일반 드라마와 표현방법이 달라서 인기를 얻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배신감이 컸던 것 같다. 한편으론 씁씁한 결말이었으면 어땠을까도 생각해 봤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씁쓸하단 것도 알지 않나. 드라마를 보면서 그렇게 풀린 걸로 대리만족을 하는 부분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엔딩이 좋았다.

-'스카이캐슬'이 남긴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는데, 드라마 보면서 생각할 여지가 많았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자기 아이를 나중에 학교에 보낼 땐 안 좋은 일이 또 반복해서 일어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드라마들이 계속 나온다면 상기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스카이캐슬'이 그런 시발점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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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태민 /사진=이기범 기자


-드라마 '공주의 남자' '각시탈' '괜찮아 사랑이야' '밤을 걷는 선비' '보이스' '김과장' '쌈 마이웨이' '화유기' '으라차차 와이키키', 영화 '연가시' '부산행' '대립군' '남한산성' 등 많은 화제작에 출연했지만 줄곧 단역 비중이었다. 배우로서 아쉽진 않은가.

▶2011년에 데뷔해서 정말 다작했다. 작은 역할로 짧게 짧게 했다보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대학로에서도 연극을 하고 있는데, 선배들을 보면 연기를 잘 하시지만 매체로 주목을 못 받고 있는 분들도 있다. 오히려 그 분들을 보면서 내가 시기상조이고 욕심을 내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다. 스스로 조급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공을 쌓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와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과 캐릭터는?

▶'라이브'에서 사제 총기사건 중 실제 용의자 역할을 맡았다. 사회 부적응자였는데 집에서 나무 사제총을 만들어서 경찰을 살해했던 인물이다. 물론 다른 작품도 재미있었지만, 드라마에서 내 위주의 에피소드를 해보면서 연기를 할 맛을 느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을까.

▶원래 ROTC를 하면서 장교 생활을 하고 군인을 하려 했다. 동기들은 전역 전에 취업에 뛰어들었는데, 막상 나는 군인과 적성이 안 맞는 것 같았다. 일반 회사에 가기엔 당시에 스펙도 별로 없었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다닐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영화를 자주 보게 되면서 연기가 쉬워보여서 겁 없이 시작했다. 쉽게 접근했는데 막상 해보니 그 생각이 정말 바보 같았다는 걸 점점 느꼈다. 하지만 그런 바보 같은 용기가 없었으면 지금까지 연기를 못 했을 것 같다. 형체가 보이지 않는 직업이다 보니 하면 할수록 어렵고 답도 없는 것 같다. 요즘은 매니지먼트의 중요성도 느끼고 있다.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무엇이 버팀목이 됐나.

▶한 번은 일반 친구에게 '연기를 하루에 몇 시간 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회사원들은 아침부터 야근까지 매일 일을 한다. 배우들은 그 직업을 위해 얼마나 투자할까 생각했을 때 물리적으론 많은 배우들이 그에 반의 반도 안 쓰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인데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생각한다. 아직은 갈 길이 먼데 100%를 다 해볼 때까지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열심히 해 봐야 하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가.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그게 제일 자연스러울 거고 그게 제일 잘 할 수 있는 부분이겠다. 대중들에게 인식이 되려면 나 같이 장난기도 있고 유쾌한, 속에 있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능청스런 캐릭터 너무 좋다. 이름 있는 역할을 딱 갖고 싶다. 지금 오선생을 한 것도 감사하다. 이렇게 몇 년간 연기를 해왔지만 단역배우로만 남고 싶진 않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서 단역배우로 남는 것도 봤다. 그래서 연극, 드라마, 영화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 이런 걸 빨리 쌓아서 좋은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 시청자들에게 이런 작은 배우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고 좋은 배우로 만나러 가게끔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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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가요방송부 연예 3팀 한해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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