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를 마친 뒤 팬들과 함께 일일이 셀카를 찍고 있는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오른쪽). /사진=김우종 기자 |
이임생 수원 삼성 감독은 투병 중인 유상철 인천 감독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눈물을 참지 못했다. 승패를 초월해 이 감독은 유 감독의 건강만 염려하고 또 걱정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비록 아픈 몸이었지만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을 향한 팬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7일 오후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2019 하나원큐 K리그1 파이널B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0-1로 뒤진 후반 45분 명준재가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값진 승점 1점을 챙겼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유 감독을 보기 위해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인터뷰실에 입장한 유 감독은 순간 "너무 많이 오셔서 깜짝 놀랐다. 결승전을 하는 느낌 같다"며 웃었다. 유 감독은 지난 19일 성남FC전에서 승리한 뒤 황달 증세가 심해져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24일 퇴원해 이날 벤치를 지켰다.
유 감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안 좋았던 수치들도 많이 좋아졌다"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한 뒤 "구단은 제게 몸을 추스르는 게 우선이라고 했지만, 전 병원보다는 현장에 있는 게 회복도 빠르고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회복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유 감독의 인터뷰가 끝난 뒤 이임생 수원 감독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분위기는 많이 달랐다. 유 감독의 미소와는 달리 이 감독의 얼굴은 침통했다. 이 감독은 "조금 전에 라커룸에서 유 감독을 만나 울었다. 제가 안아주는 것밖에는 해줄 게 없더라. 꼭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차마 이어가지 못했다. 이 감독의 입가는 계속해서 파르르 떨렸다.
이날 경기장 곳곳에는 유 감독의 쾌유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에는 '유상철 감독님의 쾌유를 빕니다', '건강하게 그리고 강하게 우리와 함께해요'라는 응원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현역 시절, '유비' 유 감독을 상징하는 등번호는 늘 6번이었다. 전반 6분이 되자 인천 팬들은 미리 약속한 대로 1분 간 유 감독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수원 팬들도 잠시 응원을 멈춘 뒤 박수를 보냈다. 잠깐이나마 그라운드에서 승패를 초월했던 순간이었다.
경기 전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는 유상철 감독과 이임생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경기 후 이 감독이 먼저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이 감독은 "우리도 최선을 다했고 상대도 최선을 다했다. 유상철 감독을 위해 인천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었다"고 했다. 이어 긴 침묵 끝에 "마지막 희망이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힘겹게 말하며 다시 한 번 울먹였다. 그런 이 감독을 향해 취재진의 질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눈물을 머금으며 떠난 이 감독을 뒤로 하고, 유 감독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유 감독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고 칭찬을 해주고 싶다. 현재 우리 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선수단 미팅 때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고 이야기했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어 '이 감독이 자꾸 운다'는 취재진의 언급에 유 감독은 웃으며 "(이)임생이가 제 친구인데, 덩치만 컸지 마음이 여리다. 그걸 뭐, 제가 그러지 말라고 하긴 좀 그렇고…. 그저 고맙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어 그는 "저는 우리 선수들과 마지막 경기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경기 후 선수단 출입구 쪽에는 여전히 많은 팬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유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한창 이야기를 나눈 뒤 밖으로 나왔다. 많은 지인들과 인사를 나눈 그가 마지막으로 발길을 옮긴 쪽은 팬들이었다. 유 감독은 팬들과 함께 일일이 '셀카'를 찍으며 자신을 걱정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유 감독은 경기 전 '팬들의 감사 응원을 본 마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뭐라 말씀을 드러야 할 지…. 감사하고 감동을 받았다. 그래도 항상 어려운 팀을 맡으면서 안 좋은 소리도 듣고 격려의 소리도 들었는데, 아프다는 소식에 격려의 글과 메시지를 보며 회복이 빨랐던 것 같다. 그래서 '아, 그래도 참 나쁘게 살지는 않았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제일 중요한 건 감사 드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유상철 감독의 건강 회복 기원 메시지를 담은 인천 팬들의 현수막. /사진=뉴스1 |
28일 경기 중 유상철 감독(왼쪽)의 모습.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