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인·대표님' 변신 하은주 "선수 때보다 유명해져 걱정이에요" [★인터뷰]

수원=이원희 기자 / 입력 : 2020.01.1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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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수원에서 만난 하은주. /사진=이원희 기자
여자프로농구(WKBL)의 특급 센터 출신 하은주(37)가 행복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2015~2016시즌을 끝으로 농구 코트를 떠난 하은주는 수원에 있는 재활센터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동생 하승진(35·은퇴)과 관찰 예능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선수 시절은 화려했다. 일본 선수 생활을 마친 뒤 2006년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하은주는 WKBL 통산 240경기에 출전해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2012시즌까지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었다. 그 기간 하은주는 2007년 겨울리그 신인상을 비롯해 2008~2009, 2010~2011, 2011~2012시즌 등 세 차례나 챔피언결정전 MVP 영광을 안았다.


태극마크를 달고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지난 2007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우승 등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키 202cm에 터프한 플레이로 골밑을 지배했던 하은주는 이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코트를 잊은 것은 아니다. 하은주는 지난 8일 수원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농구를 향한 사랑과 관심이 있다. 기회가 있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하은주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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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주의 선수 시절. /사진=WKBL
◇ 농구 스타 하은주

- 정말 뛰어난 선수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 많은 분들이 제가 잘 했던 시절, 팀이 우승하며 잘 나갔을 때만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신한은행에 있었던 그 10년의 세월이 모두 생각나요. 좋은 기억, 나쁜 기억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봤을 때 매 시즌 즐거웠어요.

- 특히 신한은행의 6연패 위업은 자랑스러운 기록일 것 같아요.

▶ 팀 6연패도 했고 챔피언결정전 MVP도 받았죠. 그 때가 하은주라는 사람을 알리는 시기였던 것 같아요. 농구도 재미있게 했어요. 엄청난 멤버들과 함께하면서 정말 즐겁다고 느꼈어요. 선수로서 누릴 것은 다 누렸죠. 하지만 저를 돌아보지 못한 것은 아쉬워요.

- 돌아보지 못했다니요.

▶ 농구에만 미쳤던 것 같아요. 지금은 코치로 있는 (최)윤아(35·부산 BNK)도 알 거예요. 함께 지내면서 자는 시간 빼고는 농구 얘기만 했거든요. 외박을 받는 날에도 농구 얘기만 했어요. 그 때는 농구를 잘 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야말로 농구에 올인했죠.

- 우리은행이라는 새로운 강자가 나타난 뒤 신한은행의 독주도 막을 내렸는데요.

▶ 사실 6연패를 하고 나서 번아웃(무슨 일을 마치고 심신이 매우 지친 상태) 같은 현상이 찾아왔어요. 우승을 하는 그 하루를 위해 1년을 달려야 하는데, '그 하루를 위해 왜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7번째 우승을 놓치고 나서 '우리도 우승을 못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덕분에 시야가 넓어지고 많은 것을 느꼈죠. 다시 올라갈 목표가 생기면서 번아웃 현상도 없어졌고요. 우승을 놓쳤을 때가 더 의욕적으로 뛰었던 것 같아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을까요.

▶ 한 명을 꼽을 수 없어요. 하지만 (정)선민(46) 언니, (전)주원(48) 언니, (진)미정(42) 언니, (최)윤아 등 '레알 신한'이라고 불리며 6연패를 함께했던 멤버들이 기억나요. 6연패 끝까지 같이 뛴 것은 아니지만, 이 멤버로 많은 우승을 이뤘거든요. '바스켓퀸' 선민 언니는 농구를 가장 잘 하는 선수였고, 주원 언니는 패스를 가장 잘 하는 선수, 미정 언니는 수비를 가장 잘 하는 선수, 윤아는 저와 마음이 가장 잘 맞는 선수였어요. 그런 선수들과 함께 했으니 잊을 수 없죠. 그 때를 떠올리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져요.

- 최윤아 코치와 많이 친하군요.

▶ 시간이 되면 둘이 만나 옛날 얘기를 많이 해요. 인생 얘기도 하고요. 워낙 친한 후배여서 자주 연락해요. 후배이기도 하지만 제가 의지하기도 하고요. 친한 친구나 다름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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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주의 사무실에는 우승 반지들이 놓여 있다. /사진=이원희 기자
◇ 예능인 하은주

-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요.

▶ 예능 프로그램에 처음 나갔을 때 요리를 한 번 해보라고 해서 했는데, 방송이 나간 후 그야말로 난리가 났죠. 이제 길을 가면 저를 엄청 알아보세요. 예전에는 남성분들만 농구 선수 아니냐고 알아 보셨거든요. 여성분들은 '키가 엄청 크시네요' 정도였어요. 하지만 요즘 많은 여성분들이 알아보세요. 밥집, 술집, 심지어 목욕탕에서도요. 예능에 한 번 나가니 선수 시절보다 수십 배는 더 효과를 보는 것 같아요.

- 더욱 유명해지셔서 기분 좋으시겠어요.

▶아니에요. 사실 은퇴 뒤에는 조용히 살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데 선수 때보다 더 유명해진 것 같아 걱정이에요.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 방송 출연 이후 연락을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 저를 모르는 분들은 설정이 아니냐고 물어보시지만, 오랫동안 저와 알고 지내던 지인들은 모두 똑같은 연락을 보내와요. '어떻게 있는 모습 그대로 방송에 나가냐'고요. 설정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배꼽 잡고 웃는데요. 선수를 하고 있는 농구 후배들도 제가 나오는 예능을 보며 힐링한다고 하더라고요.

- 실제 요리 실력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할 것 같은데요(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자주 요리에 실패했다).

▶사실 카메라가 있으면 긴장이 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꼭 무엇을 잊어버리고 넣지 않죠. 방송이 끝난 뒤에야 '아! 뭐 안 넣었다'고 후회해요. 카메라가 없을 때는 요리에 성공한 적 많아요. 물론 실패할 때도 있죠. 50%인 것 같아요, 하하.

- 아버지(하동기·전 농구선수)께서도 유쾌하신 것 같아요.

▶ 방송에 나오는 모습 그대로예요. 재미있는 분이세요. 저를 놀리고 싶어 안달이 났죠. (실패한 하은주의 요리를 실제로 땅에 묻느냐는 질문에) 아빠는 정말로 버리세요. 음식쓰레기 봉투가 아깝다고 하시면서 땅에 묻으세요. 저도 알고는 있었어요. 가족들 모두 성격이 너무 좋아요. 재미있게 살고 있어요.

- 동생 하승진 선수는 은퇴 뒤 어떻게 지내나요.

▶ 동생은 지금이 더 행복한 것 같아요. 원래 말도 잘 하고, 취미도 많고 팔방미인 같은 면을 갖고 있었어요. 이 때문에 농구만 하던 선수 시절에 얼마나 힘들까 안쓰럽기도 했죠. 시즌만 되면 숙소에 갇혀서 경기하고, 또 숙소 들어가고, 같은 생활을 반복해야 하잖아요. 은퇴 뒤에는 본인이 하고 싶은 것, 자유롭게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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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주 방송 장면. 하은주의 아버지 하동기씨가 하은주의 음식을 땅에 묻고 있다(위). /사진=TV조선 '아내의 맛' 캡처
◇ 재활센터 대표 하은주

- 재활센터 대표로 일하시고, 예능도 출연하고 계시잖아요. 정말 바쁘실 것 같아요.

▶ 방송 촬영이 생각보다 타이트한 것 같아요. 2주에 한 번 정도 찍을 줄 알았는데, 1주에 한 번, 또는 두 번 찍을 때도 있어요. 생각보다 방송 쪽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바쁘긴 하지만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 재활센터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 일반인, 또 선수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일반인의 경우 수술을 했거나,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도 병원에서 운동을 하라는 진단을 받으신 분들이 있는데 무슨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거든요. 재활센터에서는 어떤 운동을 해야 통증이 나아지는지 프로그램을 통해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거북목, 골반 불균형 등 체형 문제도 다루고요. 선수들은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았거나, 재활 목적으로 많이 찾아요. 아프지는 않지만, 운동을 통해 컨디션을 올리고 싶은 선수들도 찾아옵니다. 결국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곳이죠.

-원래 그 쪽 분야에 관심이 많았나요.

▶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무릎 수술을 많이 받았거든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그 때 제대로 된 재활훈련을 받지 못했어요. 결국 중학교 시절 운동을 잘 할 수 없었죠.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 때 처음 재활훈련 시스템을 접했어요. 많이 놀랐죠. 그 곳에서 재활훈련을 받으면서 이 쪽 분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저부터 많이 아파봤으니 재활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죠.

또 아버지께서도 허리가 안 좋으셔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운동을 통해 재활하기로 결정했는데, 보낼 곳이 마땅치 않더라고요. '선수들도 그런데, 일반인들은 더 갈 곳이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선수들이든 일반인들이든 올바른 정보를 받으며, 좋은 트레이너를 통해 제대로 된 재활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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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자신이 운영하는 재활센터에서 만난 하은주. /사진=이원희 기자
- 최근 여자프로농구 선수 출신 지도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은퇴 후 진로를 그 쪽 분야로 잡을 생각은 없었나요.

▶ 은퇴 당시 제 생각이 워낙 확고했어요. 오랫동안 여자농구에 있으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것을 얻었다고 생각했어요. 은퇴 뒤에는 여자농구가 아닌, 재활센터, 또는 심리상담 등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쉬운 길이 아닌,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고 싶었던 거죠. 30대 중반이라는 에너지 넘치는 나이에 '도전해 보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해도 여자농구를 향한 관심과 사랑은 여전해요. 기회가 된다면 얼마든지 도움을 주고 싶어요. 아직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고, 지금은 그럴 실력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찾아온다면 할 생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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