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잠수함 투수' 이강철 감독 "나도 기합 소리 내며 공 던졌다" [★현장]

수원=이원희 기자 / 입력 : 2020.05.2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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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KT 감독. /사진=OSEN
KT 위즈의 이강철(54) 감독이 "나도 기합 소리를 내며 공을 던졌다"고 고백했다. 이강철 감독은 역대 최고의 잠수함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현역 시절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 한화의 불펜 투수 박상원(26)의 기합 소리가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강철 감독이 사견을 밝혔다.

이강철 감독은 20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박상원의 기합 소리와 관련된 질문을 받은 뒤 "나도 현역 때는 나도 모르게 '읍'하는 기합 소리와 함께 공을 던졌다"며 "웨이트 훈련도 그렇고, 사람이 힘을 쓸 때 소리를 지를 수 있다. 전력으로 공을 던질 때 기합 소리를 내는 투수들이 있는데, 제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박상원은 지난 17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우렁찬 기합 소리를 내며 공을 던졌다. 무관중 경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박상원의 기합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다. 이에 허문회(48) 롯데 감독이 주심에 항의했다. 그러자 주심도 박상원에게 주의를 주었고, 마운드를 내려온 박상원은 경기 중임에도 롯데 더그아웃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강철 감독은 "박상원의 기합 소리가 큰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간 관중들 소리 때문에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며 "투수가 기합 소리를 내면 상대 타자들이 신경 쓰일 수 있다. 제재 규정이 있으니 따르는 것이 맞지만, 기합 소리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이용하려는 투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한용덕(55) 한화 감독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박상원에게 기합 소리를 내는 것은 좋다고 얘기했다. 이전부터 그렇게 공을 던졌고, 경기 중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테니스도 경기 중 기합 소리를 낸다. 박상원뿐 아니라 다른 투수들도 기합 소리와 함께 공을 던진다.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투수 출신 감독들의 생각이 비슷했던 것이다. 한용덕 감독도 현역 시절 투수로 활약했다. KBO리그 통산 482경기에 출전해 120승 118패 24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했다. 총 1344개의 탈삼진을 잡아냈고, 1999년에는 이글스의 우승을 이끌었다.

해태·KIA 등에서 활약했던 이강철 감독은 역대 통산 602경기에 등판해 152승 112패 53세이브 33홀드, 평균자책점 3.29의 성적을 남겼다. 1989년부터 1998년까지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쌓았고, 1996년에는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상을 차지했다. 역대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 꼽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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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박상원. /사진=OSEN
또 이강철 감독은 몇 가지 에피소드도 꺼냈다. 그는 "기합 소리를 내며 공을 던진다는 것은 전력 투구한다는 얘기다. 그럼 상대 타자들이 스윙을 한다거나, 파울이 나온다거나 해야 한다. 하지만 기합 소리를 내며 공을 던졌는데도 안타를 맞으면 '이제 은퇴할 때가 됐다'는 소리가 나왔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상대 타자들 중에서 볼도 안 빠른데 기합 소리를 내며 공을 던진다고 얘기하는 타자들도 있었다"며 "우리 때는 (기합 소리를) 장난스럽게 넘어간 것 같다"고 허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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