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윌슨. /사진=뉴스1 |
상대 타자의 타임 요청에 투수들은 간혹 짜증을 낼 때가 있다. 때로는 투구 동작이 진행 중인 가운데, 타임 콜이 나올 때면 몸쪽을 향해 일부러 던지기도 한다. 자칫 균형을 잃어 부상을 당할 염려도 있기에, 투수들은 상대 타자들의 타임 콜에 매우 예민하다. 그런데 윌슨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시크한 미소를 날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 장면에 대해 윌슨은 "이렇게 답을 드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으나, 야구에는 많은 전략들이 있다"고 운을 뗀 뒤 "타자들이 스텝을 갑자기 빼거나, 투수가 준비를 다 마친 상황서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또는 심리적인 면을 방해하기 위해 그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제가 (투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타임 요청을 하는) 이런 행동들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저도 지쳐가더라. 과거에 이미 겪어봤기에 감정을 소비하지 않고자 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KBO 리그서 가장 좋았던 게 모든 선수들이 상호 작용을 하며 잘 안다는 것이다. 매번 그들과 인사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게 저도 정말 좋았다. 이런 문화들이 KBO서 가장 좋았다. 아직 못 만난 타자들도 있지만 이렇게 같이 즐거움을 공유하고 있다. 물론 경기서는 경쟁을 해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동료들과 호흡, 타 팀이지만 같이 야구를 하는 선수로서 동료애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런 웃음이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많은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서 이런 부분들이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싫증이나 부정적인 감정에 치우치기 보다는 좋은 힘과 느낌을 받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즐겁게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버지니아 대학서 생물학을 전공한 윌슨은 장학금까지 받을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윌슨은 "저도 언젠가는 야구를 그만둘 시기가 올 것이다. 제 가족들과 동료들, 저를 사랑해주는 주위 분들과 어떻게 많은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공부를 해왔다. 예를 들어 성경 공부도 있고, 그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 지에 대한 공부를 한다. 주변 사람들을 돌보고 북돋을 수 있는, 더 나은 사람과 선수, 동료가 되길 바라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LG 윌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