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홀 티샷 후 다리 경련... 이준석에게 '신의 한수'가 됐다

천안=심혜진 기자 / 입력 : 2021.06.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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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국오픈 조직위원회
"18번홀 티샷하면서 왼쪽 허벅지에 쥐가 났어요. 비거리가 덜 나가면서 3온 작전으로 바꿨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네요."

우승을 할 자에게는 신의 계시가 있는 것일까. 마지막 18번홀에서 예기치 못한 통증이 신의 한수가 됐다. 한국오픈 우승자 이준석(33)의 이야기다.


이준석은 27일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우정힐스(파71·7326야드)에서 열린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총상금 13억원)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4개로 이븐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로 박은신(31)을 1타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왼쪽 팔에 새긴 "꿈은 이뤄진다"는 문신대로 마침내 '우승'이라는 간절한 꿈을 이뤄냈다. 2009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후 97번째 대회만에 이뤄낸 첫 승이다.

2타차로 끌려가던 이준석은 막판 두 홀에서 극적인 반전을 선보였다. 17번홀(파4)에서 약 10m가 되는 긴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박은신, 김주형(19·CJ대한통운)과 동률을 이뤘다. 이어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3m에 붙인 뒤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넣어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 후 만난 이준석은 "'해냈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힘들었던 시간들이 짧은 시간 동안 주마등처럼 흘러가더라. 아직까지도 멍하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역전극의 시발점이 된 17번홀과 우승을 확정지은 18번홀 상황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본인 자신도 신기한 듯 믿기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이준석은 "막판에 2타 차로 뒤지고 있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17, 18번 홀 버디를 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17번홀 버디 퍼트는 신기하게도 캐디와 상의했는데 서로의 생각이 일치했다. 왠지 이 퍼트가 들어가면 분위기가 나한테 올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일이 생각대로 풀렸다. 그래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18번홀 버디 퍼트 상황에 대해 그는 "17번홀 때와 마찬가지로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내자고 생각하고 했다. 그런데 치자마자 왼쪽 허벅지에 쥐가 나더라. 원래는 투온 작전으로 하려했는데, 쥐가 나면서 비거리가 적게 나갔고, 3온으로 바꿨던 것이 행운으로 다가왔다. 서드샷은 최대한 내가 좋아하는 위치에 떨어뜨리고자 했고, 정확하게 그 위치에 떨어졌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뒤 "마지막 홀 퍼트는 정말 들어갈 것 같았다. 제가 정한 라이대로 보고 치면 무조건 들어갈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보다 극적일 순 없었다. 코리안투어 첫 우승을 짜릿한 역전극으로 따낸 이준석은 다음 목표를 향해 달린다. 그는 "이번 우승은 우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뒤 "최대한 많은 우승을 쌓아서 한국에서 톱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남은 시즌에서는 다승을 해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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