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패 뒤 감독의 '승부수', 10년 무승 징크스 털었다 [★인천]

인천=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08.19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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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전 1-0 승리 이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오늘은 감독 시작하고 처음으로 벤치에 앉아서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조성환(51)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의 깜짝 발언이었다. 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전 직후 기자회견에서였다. 스스로 "2015년 감독 시작하고부터 항상 선수들하고 함께 뛴다는 생각으로 서서 경기를 지휘하곤 했었다"고 돌아볼 만큼 경기 내내 서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날만큼은 벤치에 앉은 채 묵묵히 선수들을 지켜봤다는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선수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었다. 조 감독은 "그만큼 우리 선수들을 믿었다"며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선수들이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내 역할은 그저 경기 상황에 따라 선수들을 교체하는 것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한 마디에 이날 인천의 성남전 승리의 공은 오롯이 선수들의 몫이 됐다. 이날 인천은 전반 37분에 터진 김현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냈다. 조 감독의 믿음에, 선수들이 승리라는 결과로 부응해낸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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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인천유나이티드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나 그 이면엔 조성환 감독의 '과감한' 승부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 인천의 선발 라인업은 사흘 전 광주FC전과 비교해 절반이 넘는 6명이나 바뀌었다. 골키퍼 김동헌 대신 이태희가 4개월 만에 선발로 나섰고, 부상에서 회복한 오재석을 비롯해 강윤구, 이강현도 약 3개월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광주전에서 결장한 김현과 오반석도 선발 자리를 꿰찼다.

사흘 전 최하위 광주FC 원정길에서 충격패를 당하긴 했지만, 8경기 연속 무패(4승4무) 행진을 달렸던 만큼 대대적인 변화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자칫 또 다른 하위권 팀인 성남전마저 승리하지 못하면 인천의 분위기는 더 추락할 수도 있던 위기이기도 했다. 조 감독의 승부수가 과감했던 이유였다.

그런데 그 승부수가 제대로 통했다. 광주전에서 푹 쉰 김현은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고,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오재석과 강윤구, 이강현도 측면과 중원에서 힘을 보탰다. 골문을 지킨 이태희 역시 오반석과 함께 무실점 경기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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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성남FC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김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결국 인천은 성남을 1-0으로 꺾었다. 인천이 홈에서 성남을 꺾은 건 무려 2011년 4월 이후 처음이었다. 조 감독의 승부수가 자칫 연패의 위기에서 마주했던 '10년 무승 징크스'마저 끊어낸 것이다.

더욱 값진 건 인천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힘까지 얻게 됐다는 점이다. 정혁, 김준엽 등 이날 결장한 기존 주전들은 고스란히 체력을 안배했다. 성남전을 통해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이들은 고스란히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됐다. 선수들의 체력 안배는 물론 내부 경쟁, 나아가 '누가 나가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덤으로 얻은 셈이다.

이날 승리로 인천은 승점 33점(9승6무9패)을 기록, 수원FC를 끌어내리고 파이널A(상위스플릿) 진출권인 6위로 올라섰다. 조성환 감독은 "팬들과 약속했던 상위스플릿 진입 약속을 지키고 싶다는 목표 의식을 가졌다"며 "오늘 경기 승리를 통해서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전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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