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유 퀴즈 온 더 블록2', 퀴즈에서 토크로의 진화?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21.09.10 17:41
  • 글자크기조절
image
/사진='유 퀴즈 온 더 블럭'


'맨땅의 헤딩'. 아무 것도 없는데서 시작한다는 의미를 갖는 이 말. 살다보면 '맨땅의 헤당' 할 일이 꽤 많다. 그러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땐 '맨땅의 헤딩'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단 방송사 전파가 '공공재'인데, 블랙화면이나 칼라바를 내보낼 수 없는 일 아닌가. 제대로 프로그램이 방영되지 못해서 방송사고 나면 큰일 난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조건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과감히 깼던, 과거형이다, 프로그램이 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기 때문에 과거형을 썼다.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을 말한다. 초창기 '유퀴즈'는 유재석, 조세호 두 명의 진행자 빼고는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풀어서 설명하면 방송 프로그램들을 제작하는 데 사전준비하는 기본은 바로 '섭외'다. 연예인 출연자던, 일반인 출연자던 상관 없이 프로그램에 맞는 출연자를 미리 섭외하는 것은 기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촬영 장소도 스튜디오던, 야외던 상관 없이 미리 준비하는 것 또한 기본이다. 사전에 이를 준비한 후에 프로그램 녹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초창기 '유퀴즈'는 출연자도, 장소도 준비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즉석에서 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 함께 하는 퀴즈'라는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게 유재석과 조세호, 두 명의 엠씨는 길거리에서 즉석에서 출연자를 섭외하고, 그가 섭외되는 바로 그 장소에서 촬영을 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프로그램이었다. 퀴즈 형식 역시 파격적이었다. 퀴즈 문제는 단 한 개! 이들은 즉석에서 만난 출연자들에게 퀴즈를 내고 맞히면 상금 100만원을 전달하는 심플한 구성이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갈수록 '유퀴즈'는 '사람 냄새'나는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유재석, 조세호 두 사람이 길거리 캐스팅으로 만나는 출연자들은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다양하다. 장사하는 사장님도 만나고, 학생들도 만나고, 장 보고 집에 가는 할머니도 만나고, 직장인들도 만나고, 알바생들도 만난다. 어떤 사람은 부끄럼을 타고, 어떤 사람은 적극적이다. 방송 카메라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할 말 다 하며 개그맨보다 더 재미있게 말하는 시민들도 있고,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는 시민들도 있다. 미리 예상치 못한 출연자들로 인해 다양한 스토리가 매회 탄생한다. '즉석 캐스팅'이라는 콘셉트 덕분에 '각본 없는 드라마'가 쓰여졌다고 볼 수 있다.

이랬던 '유퀴즈'가 이제는 토크쇼의 형식으로 좀 더 거듭났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형식을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지침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불가한 일이 되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유퀴즈' 역시 돌파구를 모색해야만 했다. 그리고 찾은 방법은 '즉석 캐스팅'을 벗어난 '준비 된 캐스팅'이었다. 초대 된 게스트와 함께 하다 보니 퀴즈쇼보단 토크쇼 형식으로 더 가깝게 변했다. 대신 게스트는 꼭 연예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화제가 되는 인물들에 초점을 맞춰 섭외를 진행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원래 출발이 길거리 즉석 캐스팅으로 사람 냄새 나는 토크를 했기 때문에 사전에 섭외 된 게스트에게도 이 부분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기존의 토크쇼는 '재미있는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다면 '유퀴즈'의 토크는 게스트의 좀 더 깊은 속마음으로 파고든다는 얘기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연예인이지만 '유퀴즈'에서만큼은 시청자들이 몰랐던 속내를 솔직하게 더 드러내고 있다. 그 동안 길거리 '즉석 캐스팅'과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그들만의 이야기'를 끌어냈던 내공이 쌓였기에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때문에 '유퀴즈'는 '토크쇼인듯 토크쇼 같지 않고, 퀴즈쇼인듯 퀴즈쇼 같지 않은' 묘한 매력의 프로그램으로 진화된 듯하다.

'유 퀴즈 온 더 블록', 오늘은 어떤 속깊은 이야기에 울림을 받을까, 기대하게 되는 프로그램!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반)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