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단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 감독. /사진=WKBL |
캐나다 교포인 그는 대학 때까지만 선수로 뛰었을 뿐 국내에서는 선수로 뛴 경력이 없고, 한때 영어 강사로도 활동했던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새 시즌을 앞두고 '구 대행 체제'의 신한은행 구단을 향해 '물음표'가 따랐던 것 역시 뚜렷한 지도자 경력이 없다는 불안요소와 맞물려 있었다.
4승2패, 중간순위 2위. 선두 KB 스타즈 뒤를 뒤쫓고 있는 신한은행의 순위는 그래서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KB를 상대로만 2패를 당했을 뿐 나머지 4개 팀을 상대로는 모두 승전고를 울렸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초보 감독의 '돌풍'이다.
단순히 운이 아니라 구 대행 스스로 자신만의 지론을 가지고 팀을 이끌고 있는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 크다. 13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KB와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신한은행 가드 강계리는 3쿼터에만 두 차례 에어볼에 그쳤다. 사실상 오픈 찬스에서 던진 3점슛이 잇따라 림에 닿지 않았다. 그러나 구 대행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강계리에게 계속 시도할 것을 강조했다. 에어볼이 나오더라도 그 다음에 또 과감하게 시도를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야 선수가 가진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 대행은 "게임할 때는 얼마든지 실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볼을 2개를 쐈지만, 그렇다고 다음에 포기하고 볼을 돌리면 안 된다"면서 "볼을 돌리기보다 에어볼을 쏘더라도 과감하게 쏘라고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강계리가 첫 번째 에어볼이 나온 뒤 고개를 푹 숙이며 아쉬워하고도,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과감하게 3점슛을 시도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했다.
이어 그는 "농구가 기존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구 대행은 "선수들의 기량에는 한계가 있지만, 포텐셜(잠재력)을 터뜨려주고 싶다"면서 "그러려면 코트 안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시스템 자체가 누가 공을 잡던 자기가 판단하고, 자기가 해야 되는 부분들이 확실히 있다"고 힘줘 말했다. 구 대행이 신한은행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작전타임 도중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는 구나단 감독. /사진=WKB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