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꼭 필요한 존재" 여자농구 '최고령' 향한 감독의 찬사 [★인천]

인천=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1.0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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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한은행 한채진. /사진=WKBL
"어느 정도 빼주려고 노력은 해 봤는데..."

구나단(40) 인천 신한은행 감독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6일 아산 우리은행전 승리 직후 한채진(38)의 출전 시간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면서다. 이날 한채진은 무려 39분16초 동안 코트를 누볐다. 경기 내내 치열했던 우리은행과 40분 혈투 가운데 한채진이 잠시 숨을 고른 시간은 불과 44초, 그마저도 1쿼터에 몰렸다.


한채진이 1984년생으로 여자 프로농구 최고령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눈에 띄는 출전 시간이다. 체력적인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도 거의 풀타임을 소화한 것이다. 에이스 김단비마저 이날 4쿼터에 3분 이상 휴식을 취했다는 점을 돌아보면 풀타임에 가까운 한채진의 출전 시간은 더 두드러진다.

그런데 비단 이날 경기만이 아니다. 지난달 하나원큐전에서 28분10초를 뛴 이후 최근 4경기 연속 한채진은 36분 이상 코트를 누비고 있다. 올 시즌 그의 평균 출전 시간은 34분49초, 여자 프로농구 전체 선수들 가운데 3번째로 많다. 출전 시간뿐만 아니라 스틸 2위(1.42), 3점 성공률 3위(38.5%), 리바운드 8위(6.58) 등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 대행은 한채진을 향해 "나에겐 꼭 필요한 존재"라는 표현을 썼다. 자신이 추구하는 농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인 만큼, 휴식을 주고 싶어도 출전 시간 조절이 쉽지 않다는 '극찬'이다. 그는 "수비도 공격도 한국엔 없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한채진이 제일 많이 이해하고 있다"며 "오늘도 다른 선수들이 느끼지 못하던 미묘한 부분을 유일하게 느낀 선수였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떤 상황에서 어디를 어떻게 커버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 그런 선수를 뺀다는 게 쉽지가 않다"며 "(오늘도)어느 정도 빼주려고 노력은 해봤는데, 순간 방심했다가 분위기가 확 넘어갈 수도 있어 뺄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코트 위에서 구 대행이 원하는 농구를 가장 잘 이해하고 그만큼 활약까지 보여주니, 쉽게 휴식을 주지 못할 만큼 핵심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구 대행이 3쿼터 7점을 몰아넣으며 팀 승리를 이끈 김단비나 14점 9리바운드 맹활약을 펼친 유승희 대신 한채진을 MVP로 꼽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채진 역시 13점 6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로 활약하긴 했지만, 기록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해준 점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구 대행은 "다른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 때 한채진이 중간 역할을 잘 해줬다"며 "수비나 공격에서 중심을 잘 잡아준 것 같아서 나에게는 한채진이 오늘 MVP라고 생각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맏언니 한채진의 존재감은 함께 코트를 누비는 동료들 역시 크게 느끼고 있다. 한채진보다 10살 어린 유승희는 "(한)채진 언니는 수비 센스 등이 훌륭하다. 덕분에 부담 없이 수비할 수 있다. 채진 언니가 코트 위에 없는 시간이 거의 없는데, 언니가 없을 땐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한 발 더 뛰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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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한채진이 6일 아산 우리은행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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