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유나이티드 이용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무대는 1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1라운드 개막전이었다. 그는 팀이 수적 우위 속에서도 0의 균형을 깨트리지 못하던 후반 13분, 그는 '골'이라는 특명을 받고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팬들의 뜨거운 박수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지난달 새롭게 인천 유니폼을 입은 이적생을 환영하는 박수였다. 무고사의 새로운 파트너이자, 지난 시즌 인천에서 활약한 뒤 수원FC로 떠난 장신 공격수 김현의 공백을 메워줄 새로운 공격 자원으로서의 기대감도 깔려 있었다.
투입 직후부터 최전방을 부지런히 누볐다. 무고사와 함께 투톱으로 호흡도 맞추거나, 양 측면으로 퍼져 공간을 만들었다. K리그 데뷔전 데뷔골이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쓰지 못했다. 대신 그만큼 값진 결실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극장골 어시스트였다.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 박스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이용재는 문전으로 오른발 크로스를 전달했다. 이 크로스를 파트너 무고사가 강력한 헤더로 연결해 수원 골망을 흔들었다. 결국 이 골은 인천의 1-0 승리이자, 12년 만의 K리그 개막전 승리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이용재는 "설레면서도 부담감이 있었던 K리그 데뷔전이었다"고 말했다. 1991년생인 그가 이제야 설레는 K리그 데뷔전을 치른 건 그동안 해외 무대만 누벼왔기 때문이다. 포항제철고 졸업 후 대한축구협회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젝트 일환으로 잉글랜드 왓포드와 프랑스 낭트 유스팀을 거쳤다. 이후 프랑스 낭트에서 프로에 데뷔해 레드스타(프랑스)와 일본 V-바렌 나가사키, 교토 상가 등 유럽과 일본 무대만 누비다 처음 K리그로 돌아왔다.
처음 경험해 본 K리그에 대한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앞서 경험한 유럽이나 일본 리그의 특징을 두루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용재는 "프랑스는 피지컬적으로 강했고 템포도 빨랐다. 일본은 세밀하면서도 기술적인 축구들이 많았다"면서 "K리그는 피지컬과 기술을 모두 갖춘 경기를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놀랐다. 빨리 적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19일 수원삼성과의 K리그1 개막전 관전을 위해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찾은 인천유나이티드 서포터스. /사진=인천유나이티드 |
이용재는 "J리그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데, 인천은 그보다 더 열정적으로 더 큰 소리로 응원해주셨다. 그래서 놀라기도 했다"며 "이렇게 열정적이고 큰 소리로 응원을 받으니까 경기장 안에서 한 발 더 뛰고, 한 발 더 투지를 발휘하게 되는 분위기와 마음이 생겼다"고 웃어 보였다.
놀라움의 연속 속에 치른 자신의 K리그 데뷔전 점수로는 '60점'을 매겼다. 전반적으로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래도 결승골을 도운 장면에 의미를 뒀다. 그는 "상대가 한 명이 부족해 내려서는 바람에 공간을 파고드는 플레이를 하기가 어려웠다"면서도 "그래도 결승골을 도운 장면에서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돌아봤다.
반면 사령탑 조성환 감독이나 동료 김도혁은 그의 데뷔전에 '합격점'을 줬다. 조 감독은 "마지막에 어시스트까지 해줬다. 본인도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데 많이 자신감이 생겼을 것 같다. 공격적인 전술 옵션이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도혁은 "점수로 90점을 주고 싶다"며 "동계훈련 때부터 힘들다고 엄살을 부리더니, 잘 적응하는 거 보니 '우리 팀에 잘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