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감독이 콕 집어 칭찬한 성실의 아이콘 [★대전]

대전=김동윤 기자 / 입력 : 2022.06.05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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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사진=한화 이글스
"칭찬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 오늘(3일) 공격과 수비에서 좋은 보탬이 돼준 이도윤이다. 성실한 선수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카를로스 수베로(50) 한화 감독이 3일 대전 키움전에서 14-2 대승을 거둔 후 인터뷰 가장 마지막에 남긴 말이다.


이도윤은 9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14-2라는 스코어에서도 보이듯 멀티히트를 기록한 정도는 묻힐 수도 있는 활약이었으나, 수베로 감독은 이도윤을 콕 집어 칭찬했다. 4일 경기 전 이도윤에 대해 다시 물었을 때 그는 "연습할 때 매일같이 나와 모든 것을 쏟아붓는 선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면서 감독을 기분 좋게 하는 선수"라고 각별함을 드러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해 부임 후 거제 훈련장에서 한화 선수단과 첫 대면 했었다. 그 안에 있던 이도윤의 모습을 기억했다. 그때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는 평가다.

3일 경기에서 이도윤은 세 차례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다. 2회초 야시엘 푸이그(32), 9회초 이정후(24·이상 키움)의 안타성 타구를 막아내 흐름을 끊었다. 특히 이정후의 경우 이도윤이 막아낸 탓에 보기 드문 5타수 0안타 경기를 했다. 타격에서는 한화가 8-2로 앞선 5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김선기(31·키움)와 12구 승부 끝에 우측 담장으로 향하는 2루타를 때려냈다. 9개의 파울 타구 끝에 만들어낸 값진 안타였다. 이후 8회말 중전 안타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8월 21일 광주 KIA전 이후 처음, 커리어 두 번째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4일 경기 전 만난 이도윤은 "(푸이그, 이정후 같은 선수들의 안타를 막는 것이) 좋기도 한데 다음날 인사 나누고 그러면 약간 눈치가 보인다"면서 "공격보다는 수비를 잘하자는 생각이었다. 방망이가 잘 맞아서 좋았지만, 수비를 잘한 것에 더 크게 의미를 둔 하루였다"고 밝혔다.

오랜만의 멀티히트에 대해서는 "그동안 안 좋은 공에 손이 많이 나갔는데 코치님들이 '네가 제일 잘 칠 수 있는 코스만 생각해 대처해라'라고 하셔서 말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최근 타석에 많이 나가다 보니 공이 조금씩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대타로 3일에 한 번씩 들어가면 타석 자체가 신기한데 자주 들어서면 공이 그나마 잘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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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이도윤(왼쪽에서 두 번째)./사진=한화 이글스


이도윤은 고명초-배재중-북일고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4순위에 한화에 지명된 선수다. 북일고 3학년 시절 최원준(25·상무), 황대인(26·KIA) 등과 함께 U-18 아시아 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눈에 띄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18시즌까지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프로 4년, 군대에서 2년은 철없던 유망주에게 절박함과 끈기를 심어줬다. 이도윤은 "고등학교 때는 아무렇게 해도 잘 되니까 내가 야구를 잘하는 줄 알았다. 그게 2014년 마무리캠프에 가자마자 깨졌다. '내가 그동안 야구를 어떻게 하고 있었던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이 하나도 돼 있지 않았고 기복이 심했다"고 돌아봤다.

땅볼 처리면 처리, 송구면 송구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3년 차인 2017년부터 자신감이 붙었고, 2군에서 많은 경기에 나가다 보니 여유도 생겼다. 7년의 노력은 현장과 팬들로부터 '수비만큼은 믿음직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도윤은 "팬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니 기분 좋다. 사실 고등학교 때 3루를 봤었는데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 물론 타격은 더 발전해야 한다"고 멋쩍게 웃었다.

수베로 감독은 그런 노력을 알아주는 스승이다. 이도윤은 "수베로 감독님은 항상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시려 한다. 실수했을 때도 '고개를 들어, 자책하지 마'라고 해주신다. 알려주실 것이 있으면 내 의견은 어떤지 물어보시면서 대화를 많이 한다. 물론 연습도 많이 시키시지만, 힘들지 않다. 난 더위도, 추위도 안 탄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4일 경기에서는 다시 4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침묵했다. 통산 112경기 타율 0.179, OPS(출루율+장타율) 0.506.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감독도 인정한 성실의 아이콘인 만큼 타격에서도 발전을 이룰지는 지켜볼 일이다. 수베로 감독은 "유틸리티 선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다. 수비는 물론이고 타격에서도 조금씩 시간이 갈수록 착실하게 보탬이 되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도윤은 "앞으로 못하는 것이 티가 나지 않으면 좋겠다. '못해도 중간은 하는구나' 느낌으로 꾸준히 기복 없이 잘하고 싶다"고 소박한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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