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셜 보도' 무책임한 마녀사냥 부추긴다 [최혜진의 혜안]

최혜진 기자 / 입력 : 2022.09.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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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성균 기자 photoguy@
이제 이니셜 보도가 마녀사냥을 부추긴다. 무분별한 추측으로 애꿎은 이들이 피해를 본다. 쌓아온 이미지에는 흠집이 가고, 하지 않았어도 될 해명을 해야만 한다.

최근에는 이니셜을 앞세운 보도들이 많았다. 지난 11일에는 배우 박해진과 이무생이 루머의 희생양이 됐다.


전날 배우 A씨가 마약 혐의자로 지목됐다. 경찰은 지난 10일 "약에 취한 듯 보이는 남성이 뛰어다닌다"는 신고받고 출동해 A씨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긴급 체포했다. A씨를 상대로 간이 시약 검사를 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40대 남자 배우로 알려졌다. 2006년 지상파 드라마 조연으로 데뷔해 이후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주조연급으로 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박해진과 이무생이 A씨로 오해를 받았다. 2006년 데뷔한 동년배 배우라는 이유에서다. 무분별한 추측은 확신으로 이어졌고 이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두 사람의 소속사 측은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A씨는 2006년 '투명인간 최장수'로 데뷔한 1982년생 배우 이상보였다. 이상보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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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이니셜 보도의 희생양은 또 있다. 바로 50대 여자 배우 B씨로 지목된 김정영이다. 이번 50대 여배우 사건은 오모씨가 B씨와 불륜을 주장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오씨는 2020년 만나 2년간 교제했던 A씨를 상대로 지난달 1억 1000만원대 약정금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오씨는 A씨가 혼인을 빙자해 금품을 받았으나 남편과 이혼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또 소송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오씨의 집에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며 특수협박 혐의로 형사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모처에서 관련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했다. 그는 돌연 "모든 정황은 내 사업 욕심에서 비롯된 일", "팬에 불과했고 물심양면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될 무렵, B씨가 김정영으로 지목됐다. 지난 15일 게재된 한 유튜브 영상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됐기 때문. 한 유튜버는 '단독' 타이틀을 달고 '27년차 여배우 김정영 불륜&스폰 피소'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하며 루머에 불을 지폈다.

결국 김정영은 칼을 빼들었다. 소속사 에스더블유엠피는 22일 "허위사실 유포와 악의적인 루머로 크나큰 고통을 주고, 악질적인 영상을 통해 개인 영리를 취하고 있는 비합리적인 사안에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니셜 보도의 근본적인 목적은 사실 여부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당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혹은 실명을 거론하기엔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경우다. 그러나 정작 이니셜을 수식하는 자극적인 키워드가 괜한 논란을 키운다. '유명 배우' '불륜 여배우' 등이 그 예다.

은근슬쩍 던져진 키워드는 힌트가 된다. 이는 호사가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힌트에 기반해 탐정 놀이가 시작되고, 또 다른 힌트가 더해지면서 키워드가 부풀려진다. 당사자는 물론이고 비슷한 나이, 필모그래피를 가진 이들이 덩달아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다.

이쯤 되면 무엇을 위한 이니셜 보도인지 알 수 없다. 보호 차원으로 이름을 가리지만 일부 키워드로 애먼 다른 연예인들을 심판대에 올려놓는다. 그러나 그 키워드는 과장됐다. 이번 사건만 봐도 그렇다. 그만큼의 유명세를 가진 배우도 없었고, 물의를 빚을 만큼 충격적 사건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이니셜 보도로 지목된 몇몇 유명인들의 이미지만 훼손됐을 뿐이다.

최혜진 기자 hj_6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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