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훈 울린 불규칙 바운드, 그라운드가 집주인을 배신했다

인천=심혜진 기자 / 입력 : 2022.11.0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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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최지훈이 미끄러지며 타구를 빠뜨렸다.
리그 최고의 외야 수비력으로 인정받은 SSG 최지훈(25)이 믿었던 홈그라운드에게 배신을 당했다.

2002년 개장한 인천SSG랜더스필드의 외야 그라운드는 미끄럽기가 그지 없다. 수비수들이 정상적인 수비를 하기 어려울 만큼 상태가 나쁘다. 특히 비가 내린 뒤나 해가 지면 더 그렇다. 흙이 물을 머금고 있어 발도 푹푹 빠지기도 하고, 그 위에 잔디가 자라있어 미끄럽다. 때로는 공이 흙에 박히기도 한다. 그래서 정규시즌 동안 10개 팀 외야수들이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실수를 하는 모습, 바운드 처리에 애를 먹는 모습이 종종 나왔다.


오죽했으면 SSG 외야수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다. 추신수도 김강민도 마찬가지. 이들은 "내야 그라운드를 지나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추신수는 "홈 구장이지만 창피할 정도의 수준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SSG는 정규시즌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라는 업적을 일궈냈다. 이제 대망의 한국시리즈다.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노린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외야 그라운드를 상태를 방치할 수 없었다. 그래서 SSG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3주 간의 시간 동안 나름대로 보수 공사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끄러운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물이 잘 빠지도록 조치를 취했으나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결국 한국시리즈 첫 판부터 공들였던 수비에서 문제가 터져나왔다. 실책은 실점으로 이어져 더 뼈아팠다.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았지만 실책성 플레이를 기록한 선수 중 최지훈이 있어 더욱 충격적이었다. 올 시즌 최지훈의 실책은 단 1개. 그 정도로 리그 최고의 외야 수비를 자랑했다.

그랬던 최지훈이 실책성 플레이를 범한 것이다. 최정의 적시타로 3-2로 다시 앞서 나간 상황. 6회초 2사 1루에서 김태진이 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냈다. 중견수 최지훈이 타구를 잡기 위해 달려나가던 도중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났고, 공이 옆으로 튀었다. 타구를 잡기에는 이미 늦었고, 설상가상으로 최지훈이 미끄러지면서 굴러가는 공을 바라만 봐야 했다. 그 사이 1루에 있던 이정후가 홈까지 들어오면서 SSG는 3-2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2일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를 앞두고 김원형 감독은 "땅이 물컹물컹하다. 비 온 다음날과 같은 상황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만큼 바운드가 좋지 않다"고 외야 상태를 전했다.

최지훈은 "내 실책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공을 잡으려고 뛰어가는데, 회전이 걸리면서 역방향으로 튀더라. 나는 이미 지나쳐버렸고, 결국 공을 잡지 못했다. 유섬이 형도 분명 그라운드 상황 때문에 공을 놓쳤을 것이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외야 중앙에서 가장 수비를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자책한 뒤 "오늘 수비에서 더 집중력을 갖고 임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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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최지훈이 공을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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