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역사상 92년 만에 처음으로 개최국 첫 경기 패배를 당한 카타르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카타르는 지난 2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A조 1차전 개막전에서 에콰도르에 0-2로 완패했다. 개최국이 첫 경기에서 패배한 건 역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개최국의 첫 경기 성적은 16승 6무였다. 비단 스코어만 완패가 아니었다. 카타르는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을 펼쳤다. 개최국의 굴욕이었다.
다음날 이란도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카타르 알라이얀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2-6으로 대패를 당했다.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와르르 무너진 이란은 후반에도 3골을 더 내줬다. 객관적인 전력 차를 고려하더라도 월드컵 무대에서 6골이나 내준 건 굴욕이다. 이란 월드컵 역사상 역대 최다 실점 수모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전 대비 훈련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 /AFPBBNews=뉴스1 |
개최국 카타르도, 아시아 FIFA 랭킹 1위 이란도 중동 월드컵 이점을 전혀 보지 못했으니, 이번 월드컵 아시아 출전 팀들 가운데 가장 전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 사우디 입장에선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실제 사우디의 FIFA 랭킹은 51위로, 개최국 카타르(50위)보다도 낮은 이번 월드컵 아시아 팀들 중 최저 순위다.
문제는 FIFA 랭킹 3위 아르헨티나와 전력 차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을 앞둔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를 필두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25·인터밀란), 크리스티안 로메로(24·토트넘) 등 유럽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멕시코, 폴란드와의 만만치 않은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도 사우디전 대승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합숙 훈련까지 진행한 효과가 과연 아르헨티나와의 전력 차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월드컵 본선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던 역사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독일에 무려 0-8로 졌고, 2006년 독일 대회에선 우크라이나에 0-4,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도 러시아에 0-5로 각각 대패한 바 있다. 앞선 중동축구의 굴욕적인 약세,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전력을 고려하면 사우디 역사에 남을 또 다른 굴욕 경기가 나올 수도 있다.
리오넬 메시 등 훈련 중인 아르헨티나 선수들.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