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놀란 대이변' 아르헨티나, 사우디에 1-2 충격패 [월드컵 현장리뷰]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22일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AFPBBNews=뉴스1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이 22일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AFPBBNews=뉴스1

[루사일(카타르)=김명석 기자]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에서 세계가 놀랄만한 대이변이 나왔다. FIFA 랭킹 51위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잡은 것이다.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 무대를 앞둔 리오넬 메시(35·파리생제르맹)의 '라스트 댄스'도 첫 단계부터 꼬이게 됐다.

사우디는 22일 오후 7시(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메시에게 선제골을 실점한 뒤에도 전반전 내내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던 사우디는 후반 초반 잇따라 상대 골망을 흔들며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앞선 개최국 카타르(에콰도르전 0-2 패), 이란(잉글랜드전 2-6 패)에 이어 중동팀 약세 흐름도 끊어내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반면 우승 후보로 꼽히던 아르헨티나는 첫 경기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정상으로 향하는 걸음이 험난해졌다. 아르헨티나는 향후 멕시코, 폴란드와 차례로 만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아마도 위대한 꿈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며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을 암시했던 메시는 첫 경기부터 골을 터뜨리며 포효했지만, 팀의 역전패로 고개를 숙였다.

상대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있는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

아르헨티나는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인터밀란)와 메시가 투톱을 이루고, 파푸 고메스(세비야)와 레안드로 파레데스(유벤투스), 로드리고 데 파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앙헬 디 마리아(유벤투스) 미드필드를 구축하는 4-4-2 전형을 가동했다.


니콜라스 탈리아피코(올림피크 리옹)와 니콜라스 오타멘디(벤피카), 크리스티안 로메로(토트넘), 나우엘 몰리나(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수비라인을,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아스톤 빌라)는 골문을 각각 지켰다

사우디는 살레흐 알 셰흐리(알 힐랄)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가운데 살렘 알 도사리(알힐랄), 모하메드 칸노(알힐랄), 살만 알 파라즈(알힐랄), 피라스 알부라이칸(알하테프)이 미드필드진에 서는 4-1-4-1 전형으로 맞섰다.

압둘레라흐 알말키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가운데 야시르 알 샤흐라니, 알리 알부라이히(이상 알힐랄), 하산 알탐바크티(알샤밥), 사우드 압둘하미드가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모하메드 알오와이스(이상 알힐랄).

아르헨티나는 전반 1분 골키퍼 선방에 막힌 메시의 슈팅으로 공세를 펼쳤다. 결국 전반 10분 만에 균형을 깨트렸다. 페널티 박스 안 파울이 주심의 VAR 온필드 리뷰를 거쳐 페널티킥으로 선언됐다. 메시가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자신의 월드컵 통산 7번째골.

선제골 이후 포효하고 있는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

이후에도 아르헨티나의 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파푸 고메스의 슈팅은 골대를 크게 벗어났고, 메시와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연이은 골은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모두 취소됐다. 전반 막판 데 파울의 중거리 슈팅도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전반전 내내 단 1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던 사우디는 후반 3분 단 한 번의 기회를 동점골로 연결했다. 알부라이칸의 패스를 받은 알셰흐리가 로메로를 제치고 왼발 슈팅으로 연결, 아르헨티나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사우디의 첫 번째 슈팅이 골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기세가 오른 사우디는 후반 8분 승부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공을 잡은 알도사리가 상대를 잇따라 제친 뒤 오른발로 감아 찬 슈팅이 아르헨티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 살렘 알사리가 22일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궁지에 몰린 아르헨티나는 후반 14분 로메로와 고메스, 파레데스를 빼고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와 훌리안 알바레스, 엔조 페르난데스를 동시에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후반 17분엔 탈리아피코가 문전에서 찬 슈팅이 골키퍼 슈퍼 세이브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에도 아르헨티나는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그러나 몸을 날린 사우디 수비진에 번번이 막혔다. 오히려 다급해진 아르헨티나의 수비 뒷공간을 사우디가 역습을 통해 노리면서 경기는 더욱 치열한 양상으로 이어졌다.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프리킥이 골대를 크게 벗어나는 등 좀처럼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메시는 후반 38분에도 헤더로 사우디 골문을 노렸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우디의 수비 집중력은 점점 견고해져만 갔다. 결국 약 13분의 추가시간에도 반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의 사우디전 1-2 역전패. 월드컵 개막 사흘째, 그야말로 대이변이 일어났다.

아쉬워하고 있는 리오넬 메시.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