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작심발언 "같은 야구인이라 생각했는데... 굉장히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 [도쿄 현장]

도쿄(일본)=김우종 기자 / 입력 : 2023.03.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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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도쿄(일본)=김우종 스타뉴스 기자] '대표팀 주장' 김현수(LG)가 대표팀을 향해 쓴소리했던 일부 야구인들을 향해 작심 발언을 했다.

한국 야구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서 3연속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일본 도쿄돔에서 치러진 WBC B조 조별리그 1라운드를 2승 2패, 조 3위로 마치며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일본이 4승으로 1위, 호주가 3승 1패로 2위를 차지하며 2라운드(8강)에 진출했다.


그래도 14일 치른 마지막 중국전에서는 박건우와 김하성의 만루포를 포함, 장단 20안타를 몰아치며 22-2, 5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한국이 뽑은 22득점은 역대 WBC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종전 최다득점 기록은 2006년 대회 일본-중국전(일본 18-2 승)과 2023년 대회 캐나다-영국전(캐나다 18-8 승)에서 나온 18점이다.

이번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았던 김현수는 중국전에서 결장한 채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을 응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타율 0.111(9타수 1안타) 2볼넷 2타점 1득점을 마크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그는 이미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는 "선수들은 모두 준비를 잘했다. 그러나 준비한 만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쉽다. 감독님께서도 잘 맞춰주셨다. 제가 주장으로서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제가 선수들을 잘 못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한 후배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자책과 함께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마음이 정말 많이 아프다. '놀러 왔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당연히 성적이 안 나오면 욕먹는 게 맞다. 그러나 이렇게 되니까 마음이 아프다. 후배들한테 아주 미안하다. 제가 통솔한다기보다 더욱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본다. 더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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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호주전에서 재역전패를 당한 뒤 일본을 상대로 대패하면서 일부 야구인들은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김현수는 "대표팀에서 많이 뛰었다. 역대 대표팀에서 뛰었던 선배들에게 항상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아닌 분들이 (이번에는) 많이 그리고 굉장히 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을 봤다. 그런 부분이 아주 아쉽다. 우리와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에 더욱 아쉬운 것 같다"며 대표팀을 비난했던 일부 야구인들을 향해 작심 발언을 했다.

중국전을 마친 뒤 선수단이 나눈 이야기에 대해 "저도 고맙다고 했고 감독님께서도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마지막에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제가 미안하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은 계속 더 잘해서 또 좋은 결과를 보여드려야 한다. '우리의 야구가 끝나는 것도 아니고, 국가대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선수들이 다음에 나와 잘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계속해서 김현수는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선수들이 통제할 수 없는 준비 과정의 환경적 측면에서 아쉬움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은 선수들이 더 조절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리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날씨나 시차 등 굉장히 안 도와주는 부분들을 다음에는 잘 고려해서 (계획을) 잘 짜지 않을까 싶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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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김현수는 전승 우승 신화를 썼던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대표팀의 기둥으로 활약했다. 2009년 WBC에서는 준우승,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는 우승을 함께했다. 그랬던 그가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김현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진짜 마지막인 것 같다. 저는 이제 끝났지만 '팀 코리아'를 믿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국가대표로 뽑힐 때마다 좋은 성적을 거둬서 기뻤다. 또 그만큼 부담감도 있었다. 저는 대표팀에 많이 뽑히기도 했고, 나이도 있다. 지금이 제가 내려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제가 제대로 못 하면 능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대표팀을 이끌어가는 게 맞다. 후배들이 더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김현수는 "돌이켜보면 2년 전 도쿄 올림픽과 올해 WBC 대회가 가장 많이 생각난다. 대표팀에 막내로 왔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야구를 했다. 이제는 중압감을 느낀다. 과거 대표팀에서 선배들과 함께 야구했던 기억이 난다. 난 그때 선배들처럼 좋은 선배가 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연신 자책했다.

김현수는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들이 부담감을 떨쳐내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준비는 잘했지만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선수들이 (경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저도 그렇지만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긴장하지 않도록) 선수들끼리 서로 도와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는 팬들에게 "오늘도 많이 찾아와주셨다. 저희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응원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저희가 못한 부분에 대해 더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주시는 것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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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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