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겪는 롯데의 '멀티 포지션' 시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03.20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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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수로 출전한 윤동희(왼쪽).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부산=양정웅 스타뉴스 기자] 스프링캠프부터 야수들의 '멀티 포지션'을 시도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아직은 적응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1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3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 2-5로 패배했다. 이로써 롯데는 시범경기 3연패에 빠지게 됐다.


이날 롯데는 황성빈(좌익수)-안권수(중견수)-고승민(우익수)-잭 렉스(지명타자)-안치홍(2루수)-정훈(1루수)-유강남(포수)-윤동희(3루수)-박승욱(유격수)의 라인업으로 출격했다.

주목할 점은 고승민(23)과 윤동희(20)의 포지션이었다. 두 선수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나오던 수비위치와는 다른 포지션에서 선발로 출격했다.

2년 차 윤동희는 스프링캠프부터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경기에 나섰다. 아마추어 시절과 지난해 1군에서는 주로 3루수와 유격수로 나섰던 그였지만 퓨처스리그에서는 외야도 소화했고, 이번 전지훈련에서 본격적으로 가능성을 시험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주전 우익수로 나서며 좋은 활약을 펼쳤던 고승민은 연습경기에서 1루수로 나서는 일이 잦았다. 그는 기존 주전 1루수 정훈(36)과 번갈아 가며 1루수 미트를 착용했다. 이날 역시 정훈이 선발 1루수로 나오면서 우익수로 가게 된 것이다.

고승민에게 내야수는 낯선 포지션은 아니다. 데뷔 시즌인 2019년만 해도 2루수로 나오는 일이 많았다. 풋워크와 글러브 핸들링은 뛰어났지만 송구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내야에서 송구 부담이 제일 적은 1루수라면 이를 상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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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민.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두 선수는 모두 방망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승민은 지난해 타율 0.316 5홈런 30타점 OPS 0.834를 기록하며 손아섭(35·NC)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윤동희 역시 19세의 나이에 2군에서 타율 0.310, 홈런 6개, 도루 19개를 만들며 희망을 보여줬다.

래리 서튼(53) 롯데 감독은 "두 선수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건 운동신경이 좋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고승민에 대해서는 "핸들링, 풋워크, 송구 능력 좋다"고 말했고, 윤동희를 언급하면서는 "타구 판단이나 첫발 스타트가 좋고, 타구를 잡기 위해 가는 길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다만 서튼 감독은 "보완점은 '경험'이다. 경기 경험이 쌓일수록 보완점이 해결될 것이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들 외에도 아마추어 시절 유격수였던 '슈퍼루키' 김민석(19)을 최근에는 주로 외야수로 출전시키고 있다. 김민석은 캠프 출국 당시 내·외야 글러브를 모두 챙기며 대비한 바 있다.

멀티 포지션은 선수와 팀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선수 입장에서는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구단 역시 선수 기용에 있어 운신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서튼 감독도 "1군에서 통할 모습을 보여주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기까지 다소 어려운 시기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 롯데 역시 이날 경기에서 '시행착오'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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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에서 내야 수비 훈련에 나선 고승민(맨 왼쪽)과 윤동희(가운데).
롯데는 2회 초 2사 만루 위기에서 박해민에게 좌전안타를 맞으며 2점을 내줬다. 이 과정에서 좌익수 황성빈이 홈으로 송구했고, 1루 주자 송찬의가 이를 보고 3루로 뛰려고 했지만 윤동희가 공을 커트해 2루로 송구했다. 제대로만 갔으면 아웃을 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윤동희의 송구는 2루수 안치홍이 겨우 점프해 잡을 정도로 높게 갔다. 그 사이 송찬의는 3루까지 안착했다. 추가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고승민 역시 수비에서 다소 아쉬운 장면을 보여줬다. 7회 초 1사 3루에서 LG 김기연이 우익수 쪽으로 날카롭게 가는 타구를 날렸다. 애매한 궤적을 그리는 타구에 고승민은 주춤하다가 원바운드로 공을 잡았다. 바로 캐치했다고 해도 3루 주자는 들어왔겠지만, 타자를 출루시킬 일은 없었다.

이날 경기의 해설을 맡았던 이대형(40) SPOTV 해설위원도 "판단이 아쉽긴 했다. 판단의 차이가 1점을 내줬다"고 평가했다.

물론 아직 시범경기 기간이고, 단편적인 장면으로 선수를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날 롯데의 수비는 '멀티 포지션'이 자리잡는 과정에서의 혼란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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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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