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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 세터 이윤정이 23일 현대건설과 V리그 여자배구 PO 1차전에서 팀 득점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KOVO |
경기 전 사령탑이 키플레이어로 꼽은 2년차 신예 세터는 당차게 제 역할을 해냈다. 이윤정(26)이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빛났다.
이윤정은 23일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김천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맹활약하며 팀에 3-1(25-18, 23-25, 25-15, 25-17) 승리를 안겼다.
이윤정의 어깨가 무거웠다. 김종민 감독은 미디어데이 때부터 "이제는 윤정이를 믿고 본인한테 맡겨놓을 것"이라고 믿음을 나타냈고 이날 경기 전에도 "윤정이만 제대로 하면 다 잘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수원전산여고 졸업 후 프로 무대가 아닌 실업리그로 향한 이색 경력을 가진 선수다. 프로에 대한 부담과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그를 프로가 아닌 실업 무대로 이끌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아직 프로 2년 차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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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가운데)이 상대 블로킹 벽을 피해 백토스를 올리고 있다. /사진=KOVO |
김종민 감독은 경기 후 "확실히 좋다고 말은 못하겠다"면서도 "첫 봄 배구 치고는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평가했다.
과도한 긴장 혹은 부담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윤정은 달랐다. 처음 나선 포스트시즌 무대였으나 "PO라고 떨리거나 한건 없었다. 정규리그 때와 똑같이 준비했다"며 "작년 첫 시즌 떨렸는데 두 번째 시즌에 오니 그러지 않더라"고 담담히 밝혔다.
물론 그의 어깨를 가볍게 한 도우미들도 있었다. 이윤정은 "PO를 처음해보니 경험해 본 언니들이 즐기자고, 편하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해 즐겼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일부러 기사 안 봤다. 감독님께서 '너 잘할 것 같아, 간이 얼마나 큰지 볼게'라고 장난식으로 해주신 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스로에겐 야박했다. 자신의 활약에 "아직 만족하지 못해 70점을 주고 싶다"는 그는 "(모자란 점을 채우려면) 공격수들과 호흡이 좋지 않기 때문에 양 사이드로 나가는 스피드를 더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물론 자책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날 경기 중에서도 만족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4세트 때 상대편 블로킹이 체인지를 했는데 그걸 끝까지 보고 (높이가) 낮은 쪽으로 토스를 올려서 득점했다.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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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득점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는 이윤정(오른쪽). /사진=KOV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