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130승 그 후... 잠실에 도착한 피자 30판, 그리고 이승엽 감독의 고민 [잠실 현장메모]

잠실=안호근 기자 / 입력 : 2023.05.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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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장원준(왼쪽)이 23일 삼성전 통산 130승을 거둔 뒤 꽃다발을 건넨 이승엽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의 전성기를 이끌던 왼손 투수는 서서히 팬들에게 잊혀져가고 있었다. 부진을 거듭했고 그렇게 은퇴를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두산 감독은 장원준(38)에게 손을 내밀었고 장원준은 그에 화답했다.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958일 만에 선발 등판한 장원준은 5이닝 7피안타 4탈삼진 4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쳐 통산 130번째 승리를 수확했다.


129승 후 1승을 보태기까지 무려 1844일이 걸렸다. 2회 흔들리긴 했지만 잘 이겨냈고 결국 승리 투수의 감격을 누렸다.

경기 후 만난 장원준은 배터리 호흡을 맞춘 양의지와 자신에게 기회를 준 이승엽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1-4에서 3회에만 5점을 내며 역전을 선사해준 타선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하루 뒤 24일 삼성전을 앞두고 잠실구장 두산 더그아웃에 피자 30판이 배달됐다. 장원준이 동료들에게 전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장원준은 "130승이라는 기록은 결코 나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라며 "이 기록이 만들어지기까지 함께 고생한 모두에게 약소하지만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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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이 동료들에게 선물한 피자 30판. /사진=두산 베어스
경기 전 만난 이승엽 감독은 "2회 4점을 줬지만 장원준이 이겨내길 바랐다. 그 때 내려가면 언제 기회가 있을지 모르니 충분히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날 양의지도 "중간에 좀 흔들렸는데 감독님께서 믿어 주셨고 공 괜찮냐고 물어봐주셨다. (그 시점에서) 안 내린 게 편하게 던지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금방 바뀌었으면 원준이 형도 다음 경기 때 충격이 좀 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본인도 이렇게 그만두기엔 아쉽다고 했다. 그런 간절함은 우리 스태프 쪽에서 다 알고 있었다"며 "단 하루지만 본인이 납득하는 피칭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다행히 선수가 스스로 이겨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장원준의 승리에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양의지는 경기 전부터 막걸리를 준비해 특별한 의식까지 치렀다. 이승엽 감독도 "더그아웃에서도 장원준이 잘 던지면 하는 마음이 컸고 옆에서 보더라도 장원준을 위해 후배들이 힘을 낸 건 같건 사실"이라며 "어린 선수들만으로는 시즌을 치를 수 없다. 경기 나가서 잘 치고 잘 던지는 역할이 아니더라도, 베테랑 선수가 더그아웃에 있는 것만으로도 후배 선수들에게 힘이 된다"고 전했다.

장원준의 역할은 과거부터 자신이 가장 잘했던 선발이다. 이 감독은 "시범경기 때 불펜으로 써봤는데 좋은 모습이 아니더라.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등판을 계속 준비했고 어제 공을 던지는 걸 보니 2015,2016년 때 모습은 아니었지만 공이 많이 변하는 걸 봤다"며 "그래서 힘이 없는 줄 알았는데 투심 패스트볼로 타자를 공략했다. 변화는 곧 본인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어제는 장원준과 두산에 모두 의미 있었던 하루였다"고 평가했다.

물론 당장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감독은 "여러 방안이 있는데 일단 외국인 선수(딜런) 1명이 없고, 김동주가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다. 그래서 체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오늘 김동주가 힘이 많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한 번 쉬게 해주고 그 자리에 장원준을 넣으려고 한다. 만일 김동주가 잘 던지면 장원준을 내리고 다시 선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올리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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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왼쪽)과 양의지. /사진=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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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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