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홍성호가 8일 한화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2016년 두산 2차 4라운드로 입단했으나 줄곧 퓨처스(2군) 팀에만 머물다 병역 의무까지 마쳤다. 지난해에서야 1군에 데뷔했고 올 시즌에도 개막 후 2개월 이후에야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홍성호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 7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 활약으로 팀에 2-1 승리를 안겼다.
입단한지 5년을 훌쩍 지나 신인상 후보에도 속하지 않지만 타격 잠재력에 대한 기대는 여전했다. 지난해 뒤늦게 1군 데뷔를 이룰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다.
스프링캠프에 동행하지 못한 홍성호는 퓨처스리그에서 자신을 어필하는데 집중했다. '2군 폭격기' 수준이었다. 타율 4위(0.358), 홈런(8개)과 타점(36점) 1위, 장타율 2위(0.613) 등 타격 상당수 부문에서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2회 데뷔 첫 타점을 올리고 있는 홍성호. /사진=두산 베어스 |
홍성호(오른쪽)가 첫 타석 안타 후 고영민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
이어 "지난 가을 캠프 때 보고 처음 보는데 훈련하는 걸 봤더니 굉장히 많이 좋아졌다"며 "이정훈 감독과 코치진들과 함께 열심히해서 잘 만들었더라. 훈련 때처럼만 하면 팀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회말 1사 1,2루 첫 타석에 나선 홍성호는 김민우의 포크볼을 과감히 밀어쳐 1타점 선제 적시타를 날렸다. 꿈에 그리던 데뷔 첫 타점이었다. 4회말 1사에선 중견수 방면으로 날린 타구를 문현빈이 완전히 놓치는 바람에 행운의 2루타까지 수확했다. 커리어 2번째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도 작성했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홍성호가 콜업되자마자 부담이 컸을 텐데 귀중한 타점을 올렸다. 데뷔 첫 타점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홍성호는 "감독님과 코치님들께서 '여기가 2군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주셔서 그 말에 마음이 좀 편해졌다"며 "이런 복귀전은 상상도 못했다. 무난하게만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잘 돼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성호가 4회 큼지막한 타구로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
두산은 '화수분 야구'로 대표됐다. 특히 야수진에서 허경민, 김재호, 김재환 등은 비롯해 박건우(NC 다이노스), 최주환(SSG 랜더스)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과거엔 두산에서 백업 요원 시절을 보내다가 재능을 꽃피웠다.
그러나 최근 화수분이 말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신인 드래프트 순번이 밀려 뛰어난 선수들을 뽑는데 제약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몇 년 동안은 트레이드를 통해 적지 않은 재미를 봤다. 양석환과 홍건희는 이제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두산 화수분'은 존재한다. 홍성호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고 부상에서 회복해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대한, 타격 잠재력이 뛰어난 송승환(이상 23) 등이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각오가 남다르다. 홍성호는 "처음에는 2군이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하자고 했고 당분간은 그런 마인드로 할 것 같다. 잘 돼서 계속 남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꼭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오늘은 짧은 타구밖에 안 나왔는데 다음에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려서 팬분들의 눈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5회초 공수 교대 때 홍성호(오른쪽)가 허경민에게 글러브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
홍성호(왼쪽)가 선배 허경민과 대화를 나누며 수비 위치로 나가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