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원 훈련장 '감동', 전기·수도 끊길 뻔한 후배 월세 내주고→팬들은 간식 사오며 응원 [★현장]

고양=이원희 기자 / 입력 : 2023.06.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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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고양체육관 지하 보조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점퍼스 선수들. /사진=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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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점퍼스 선수들. /사진=KBL 제공
힘든 구단 재정 상황 속에서도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뜨거운 감동 드라마를 안겼던 고양 점퍼스. 사상 초유의 구단 해체 사태를 겪으며 큰 위기에 놓였지만, 고양엔 여전히 감동이 남아 있다.

데이원 구단은 선수단과 직원 임금 체불 등 재정난을 겪다가 지난 16일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로 리그에서 퇴출당했다. 졸지에 선수들은 팀을 잃었다. 하지만 희망까지 잃지는 않았다. 점퍼스 선수들은 KBL의 긴급지원을 받아 지난 19일부터 고양체육관 지하 보조경기장에서 비시즌 훈련에 돌입했다. 현재 선수들은 코치진 없이 KBL이 계약한 트레이너 2명과 훈련을 진행 중이다.


선수들의 유니폼마저 제각각일 정도로 어려운 현실이지만, 지난 26일 찾아간 점퍼스 훈련장에는 파이팅이 넘쳤다. '캡틴' 김강선(37)의 주도 하에 선수들은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 훈련을 진행한다. 김강선은 "훈련할 때는 항상 힘차게 웃으면서 하자고 얘기했다. KBL이 훈련장을 대관해준 덕분에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식사도 지원해주고 있고, 집이 먼 선수들은 방을 구해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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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캡틴 김강선. /사진=이원희 기자
지난 시즌 점퍼스 선수들은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데이원으로부터 수개월째 월급을 받지 못했다. 6월부터는 선수들의 급여를 우선적으로 KBL이 지급한다. 그 전까지는 식사는 물론, 농구화 등 훈련용품마저 선수들 돈으로 해결해야 했다. 선수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졌다. 남편이자 아버지이기도 한 김강선은 "와이프가 티는 내지 않지만,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저도 힘든데 와이프는 얼마나 힘들겠나. 그래도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잘 될 것이라고 얘기해줘 힘이 된다. 아기가 아직 어리긴 한데, 집에 가서는 최대한 웃으려고 한다"고 속사정을 꺼냈다.

팀 동료 최현민은 김강선과 마찬가지로 아들이 있고, 팀 에이스 전성현은 이달 초 결혼해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김강선은 "전성현도 결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저도 아이가 있고, 최현민도 아이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 월급이 밀리면서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보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선수들은 더욱 똘똘 뭉쳤다. 심지어 급여를 받지 못해 집 월세가 밀린 신인 선수들을 위해 김강선을 비롯한 선배 선수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도와주기도 했다. 김강선은 "월세가 밀려 (집 주인이) 전기를 끊고, 수도도 끊겠다고 했다더라. 신인 선수들이 무슨 돈이 있겠나. 마음이 아팠다. 월급을 받지 못해 돈 문제로 힘들어 해서, 저희가 조금씩 모아서 월세를 내줬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현재 일부 선수들은 KBL이 잡아준 숙소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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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점퍼스 선수들과 팬들. /사진=KBL 제공
막내 센터 조재우(24)는 "형들이 어린 선수들을 많이 챙겨주셨다. 월급도 못 받는 상황에서 도와주셔서 감사했다. 신인 선수 모두 같은 마음"이라고 고마워했다.

고양 팬들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도 선수들에겐 큰 힘이 됐다. 김강선은 "선수들이 돈 문제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팬분들께서 사비로 도시락과 간식, 차, 커피까지 챙겨주셨다. 너무 많이 받아서 이렇게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고양 팬들의 '디저트 응원'은 구단 해체 이후에도 이어졌다. 김강선은 "팬분들께서 이번 주에도 찾아와 간식을 주신다고 하더라. 너무 감사하다. 팬분들만 생각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현재 점퍼스 선수들이 바라는 건 새로운 인수 기업이 나타나는 것이다. 시간이 많지는 않다. 다음 달 21일까지 인수 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특별 트레이드를 통해 점퍼스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9구단 체제로 바뀌는 대신 점퍼스 선수 18명은 2명씩 새로운 팀 유니폼을 입는다. 김강선은 "함께 고생했던 멤버들과 같이 가고 싶다. 인수 구단이 나타나 팀을 창단하는 게 최고의 목표이다. 특별 트레이드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앞으로 잘 풀렸으면 좋겠고, 잘 될 것이다. 선수들도 걱정이 많겠지만, 많이 힘내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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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에게 인사하는 김강선(오른쪽).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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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점퍼스 선수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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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 mellorbiscan@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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