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현이 2일 대만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1라운드 2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박영현은 2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샤오싱 베이스볼&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야구장(The Baseball Main Venue of Shaoxing Baseball & Softball Sports Centre)에서 열린 대만과 1라운드 B조 2차전에서 팀이 0-2로 뒤진 6회말 2사 1,2루에 구원 등판, 1⅓이닝 동안 단 12구만 뿌리며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대만전 0-4로 패한 한국은 3일 태국전을 승리한 뒤 슈퍼라운드에 오르더라도 A조 1,2위를 모두 꺾어야 결승행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믿었던 투수들에 발등을 찍혔기에 더욱 뼈아팠던 경기. 그렇기에 국가대표 데뷔 무대인 박영현의 투구는 더욱 값졌다.
지난 1일 홍콩전에서 팀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은 국가대표 데뷔 무대임에도 1이닝 동안 12구를 던지며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아쉬운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문동주. /사진=뉴시스 |
선발로 나선 문동주는 최고 시속 160㎞ 강속구를 뿌리며 올 시즌 KBO리그 압도적인 신인상 후보로 떠오른 투수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1회 장타 두 방으로 한 점, 4회 내야 안타와 볼넷에 이어 폭투까지 범해 한 점을 더 내준 뒤 강판됐다.
8회엔 리그 최고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등판했지만 몸에 맞는 공과 치명적인 안타 두 방을 맞고 2실점하며 한국의 추격 의지가 꺾였다. 마이너리거들이 즐비한 대만을 맞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두 투수였다.
그러나 박영현은 달랐다. 전날 호투가 우연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줬다.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서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레이저 직구를 연신 던져댔다. 헛스윙, 헛스윙, 헛스윙. 린쟈정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실점 후 아쉬워하는 고우석. /사진=뉴시스 |
사실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 2022년 KT의 1차 지명 선수인 박영현은 데뷔 첫 해부터 52경기에 나서며 이강철 감독의 중용을 받았고 올 시즌엔 67경기 73⅓ 동안 3승 3패 4세이브 32홀드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ERA)은 2.82에 불과하다. 리그 전체 홀드 1위를 달리고 있다.
KT에 따르면 박영현은 항저우에 입국하며 "대표팀에서 별명이 마당쇠"라며 "컨디션도 정말 좋은 상태이고 언제 나가든지 자신감도 있다. 조별리그부터 매 경기가 중요한데 나를 믿어주시는 부분에 내가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마당쇠로서 제 역할을 완벽히 해내고 있다. 대만전 직후 그는 "2경기를 뛰었는데 어떻게든 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위기 상황 속 등판했지만 무조건 막아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첫 경기 때는 마운드나 경기장에 적응 시간이 조금 필요했던 것 같다. 오늘은 완벽히 적응해서 제구도 그렇고 구속도 잘 나왔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태극 마크를 생각하며 팀이 승리할 수 있는 피칭을 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깔끔한 삼진으로 막아낸 뒤 웃으며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박영현(왼쪽). /사진=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