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이 안 왔어요" 만루 두 번 놓친 베테랑, 하루 만에 영웅 등극... 1548일 만의 멀티포→역전승 견인 [창원 현장]

창원=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10.0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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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오태곤.
하루 전 두 번의 만루 찬스를 놓쳤던 오태곤(32)이 극적인 스리런포로 SSG 랜더스의 역전승을 견인하며 영웅으로 등극했다.

SSG는 8일 창원특례시 마산회원구에 위치한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NC에 10-8로 승리했다. 창원에서의 마지막 맞대결을 1승 1패로 끝낸 SSG는 72승 3무 64패(승률 0.5294)로 같은 날 1승을 추가한 두산 베어스(71승 2무 63패·0.5299)에 승률에서 뒤진 4위로 올라섰다. 반면 NC는 71승 2무 64패(0.5259)로 공동 3위에서 다시 5위로 내려왔다.


승부처는 SSG가 3-8로 뒤진 8회말이었다. 2사 1, 3루에서 대타 하재훈의 좌익선상 2타점 적시 2루타, 대타 김강민의 우중간 1타점 적시타로 2점 차까지 따라붙었고 오태곤이 마무리 이용찬을 상대로 좌월 스리런 아치를 그렸다.

이날 리드오프로 출전한 오태곤은 KT 시절인 2019년 7월 13일 창원 NC전 2홈런 이후 1548일 만에 멀티포를 쏘아 올리면서 5타수 3안타(2홈런) 4타점 3득점으로 하루 만에 역전패의 아쉬움을 달랬다.

경기 후 만난 오태곤은 "어제(7일) NC 투수들을 상대할 때 직구 타이밍이 다 늦었다. (박)세혁이 형도 그걸 생각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오늘(8일)은 변화구에 조금 헛스윙 하더라도 직구를 앞에서 노려보자 한 것이 주효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오태곤은 2회 1사 만루에서 내야 뜬 공, 4회 1사 만루에서 1루수 직선타로 번번이 타점 기회를 놓치면서 2-3 역전패에 책임감을 느꼈다. 그는 "어제 경기도 솔직히 우리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경기였는데 내가 만루 찬스를 너무 허무하게 보내서 마음이 안 좋았다. 나 때문에 진 것 같아 밤에 잠이 안 왔는데 오늘은 내가 팀을 이기게 한 것 같아 정말 기쁘다. '오늘은 꼭 기회를 살리자', '팀에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정말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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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오태곤.


가을만 되면 펄펄 나는 오태곤이다. 올해도 9월 이후 타율 0.312(77타수 24안타)로 타격감이 뜨겁다. 그는 "항상 시즌이 끝날 가을에 야구를 잘한다. 주위에서는 나보고 롱런할 줄 안다고 하는데 나도 왜 그런지 솔직히 모르겠다. 마음가짐은 언제나 똑같다. 몇 경기가 남지 않아 아쉬워서 그런지 몰라도 항상 이맘때 야구가 괜찮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도 항상 농담 삼아 이야기하신다. 초반에 조금만 쳐 놓으면 가을에 잘 치니까 시즌 타율이 2할 7푼에서 2할 8푼은 되지 않겠냐 하시는데 항상 믿고 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그 믿음에 부응하고 싶은데 뜻대로 잘 안 된다. 오늘은 감독님이 활짝 웃으셔서 내가 다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치열한 중위권 싸움이 전개되면서 선수들의 몰입도도 높아지고 있다. SSG 필승조 최민준의 경우 "요즘은 한 경기, 한 경기가 포스트시즌 같다"고 말할 정도. 프로 14년 차가 된 베테랑은 어린 후배들이 기 죽지 않고 조금 더 뻔뻔하게 야구하길 바랐다.

오태곤은 "우리 팀 어린 선수들은 너무 착하다. 어제 (이)로운이도 베이스 커버를 못해서 오늘까지도 계속 죄송하다고 하는데(7일 경기 8회말 박세혁 땅볼 타구) 점수를 주지 않았고 지나간 일이다"라고 다독이면서 "요즘 MZ 세대라고도 하던데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예의는 지키더라도 그라운드에서는 조금 더 뻔뻔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일단 내일이면 우리 천군만마가 온다. 우리의 금메달리스트 최지훈, 박성한이 오기 때문에 팀에 더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 금메달 따고 오면 야구도 더 잘 된다"며 "내 개인적인 목표는 3위다. 다른 팀 경기를 의식하기보다는 우리 경기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다. 우리의 힘으로 남은 6경기를 다 이기면 된다. 지난해도 그런 힘으로 우승까지 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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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용이 구단 역대 최초로 한 시즌 40세이브를 달성했다. /사진=SSG 랜더스


한편 마무리 서진용은 10-8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SSG 구단 역대 최초로 한 시즌 40세이브에 성공했다. KBO리그에서도 6명 밖에 하지 못한 대기록이자, 역대 9번째 기록이다.

서진용은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에 이어 40세이브라는 상징적인 기록을 달성할 수 있게 돼 좋다. 사실 시즌 동안 30세이브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어느덧 40세이브 까지 달성 하게 돼 기쁘고, 이렇게 훌륭하신 마무리 선배님들 옆에 이름을 올릴 수 이어 영광스럽다. 오늘 무엇보다 팀이 힘들게 점수를 따라갔고 불펜이 점수를 잘 막아서 경기를 이어줬다. 팀이 역전승을 할 수 있도록 더 집중했고 중요한 시기에 팀이 승리할 수 있어 더 뜻깊다"고 소감을 남겼다.

승장 김원형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대단한 경기를 보여줬다. 최근 선수들이 매경기 집중력 있게 임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경기 후반에 역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인 것 같다. (오)태곤이가 결승홈런 포함 멀티 홈런을 쳤는데 최근에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갑자기 주장역할을 맡게 되면서 본인도 힘들텐데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와 주루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어 칭찬하고 싶다. 8회 대타로 나와 안타와 출루한 재훈이와 항이, 타점을 올린 강민이, 그리고 9회 쐐기 홈런을 친 정이 등 모든 야수들이 끝까지 투지를 보이며 경기를 뒤집었다"고 기뻐했다.

이어 "불펜 투수들이 최근 계속 잘 던지고 있어 고무적이고, 오늘 구단 최초 40세이브를 달성한 진용이에게 축하한다는 말 전하고 싶다. 중요한 경기들을 이어가고 있어 한경기, 한경기가 체력적으로 힘들겠지만 선수들 모두 남은 5경기도 집중해서 시즌을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 팬분들이 창원까지 많이 와주셨는데 응원 덕분에 힘내서 역전할 수 있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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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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