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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은미 /사진=이동훈 |
지난 10월 말 첫 방송을 시작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KBS 2TV 예능 프로그램 '골든걸스'는 보컬리스트 4인이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의 프로듀싱과 함께 그룹으로 컴백하는 여정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주인공은 우리나라 최고의 보컬리스트 인순이, 이은미, 박미경, 신효범이다. 저마다의 보컬 색이 뚜렷한 네 사람은 프로그램 명과 동일한 팀명 골든걸스로 뭉쳐 걸그룹 도전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평균 나이 59.2세, 토탈 경력만 155년에 달한다.
박진영은 전무후무한 걸그룹을 론칭하기 위해 네 사람을 설득했고, 누군가는 흔쾌히 누군가는 고민 끝에 그의 제안을 승낙했다. 박진영의 짐작대로 설득이 가장 어려웠던 이은미는 박진영의 호소 그리고 가슴을 뜨겁게 하는 동료 보컬리스트들과의 만남에 마음이 동해 큰 결심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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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골든걸스 이은미,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작곡가 박진영 /사진=이동훈 기자 |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헤어지는 중입니다' '기억속으로' 등 수많은 명곡은 아무리 봐도 골든걸스가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과는 거리가 멀다. 이은미가 박진영의 요구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진영 역시 "우리가 하려는 음악과 가장 먼 스타일이 이은미"라고 한 만큼, 이은미에게 골든걸스는 합류 그 자체만으로도 큰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이은미는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임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춤을 춰 본 적 없는 몸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다른 세 명과 합도 단번에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이은미는 그저 자신의 성격대로 묵묵히 연습을 거듭할 뿐이었다.
이런 이은미였기에 그가 무대 위에서 흘린 눈물은 큰 울림을 주고도 남았다. 지난달 골든걸스 멤버들은 박진영이 제작한 그룹 미쓰에이의 히트곡 '굿바이 베이비'(Good-bye Baby)를 자신들만의 분위기로 재해석했다. 객석에는 K팝 전문가 30명이 자리한 다소 무거운 평가 자리였지만 명실상부 국내 최고 보컬리스트 골든걸스는 조금도 떨지 않고 완벽하게 평가전을 치러냈다. 그리고 이은미는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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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2TV 방송화면 |
이후 제작진과 마주한 그는 "내가 정해진 동작을 무대 위에서 해본 적이 없어서 부담이 많이 됐다. '내가 못하면 안 된다. 내가 너무 못 해서 다른 멤버들에게 큰 부담이 되면, 나는 정말 안 된다'는 마음이 컸다. 막상 (무대가) 끝났다는 것, 넷이 한 무대를 했다는 것이 떠오르며 그제야 다들 얼마나 땀을 흘리며 노력했는지 오버랩이 됐다"고 눈물의 이유를 밝혔다.
이은미의 눈물을 본 박미경은 "(이은미가) 안 하던 분야를 새롭게 개척한 것 아닌가. 자꾸 '나 때문에 민폐다. 스타일이 안 나온다'고 하더라. 그걸 혼자서 끙끙 앓았던 것 같다"고 그의 마음을 헤아렸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가 데뷔 33년 차에 무대에서 토해낸 울음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존경심마저 들게 한다. 이미 자기 분야에서 부족함 없는 상태, 즉 최고의 자리에 있지만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물결에 몸을 내던진 장인의 눈물이기에 그렇다.
누구보다 큰 두려움과 고민을 안고 골든걸스에 합류한 이은미는 그동안 수없이 깨왔을 자신의 한계를 다시 한번 보기 좋게 깨부쉈다. 그리고 이것은 언제나 자유롭게 노래하던 이은미의 다음 스텝이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