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53. 글로벌 LCC 공통분모 태동 이유 ②

채준 기자 / 입력 : 2024.01.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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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LCC의 효시로 공인받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 설립 및 취항 초에 그들이 겪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은 남달랐다.

그들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의 항공사 운영을 창안해 냈고, 또 그 과정에서 그들이 해낸 혁신적인 방법은 오늘날 전 세계 LCC의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이를 바로 옆 대륙에서 지켜본 라이언에어는 아일랜드에서 태동했다. 1984년 토니 라이언(Tony Ryan)이 자신의 성(Ryan)을 따 설립한 라이언에어는 1985년부터 14인승 소형항공기로 운항하다가 이후 46인승, 89인승 등으로 규모를 키웠다. 기존항공사보다 운임이 싸 경쟁력이 있었으나 성장세가 차츰 둔화되면서 1990년 초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다.

회사를 살릴 구원투수로 마이클 케빈 오리어리를 CEO로 발탁하면서 전문경영인 시대를 열었다. 오리어리는 CEO 임명 직후 곧장 미국으로 날아가 사우스웨스트항공부터 찾았다. 몇 날 며칠을 샅샅이 살펴본 후 사우스웨스트 방식을 철저히 벤치마킹하여 '유럽형 LCC'로 변신했다. 이후 변두리 공항 취항, 기종 단일화, 기내식 폐지, 기내서비스 대폭 축소 등 LCC 비즈니스 모델을 모두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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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형 LCC'이자 'U(ultra)-LCC'로 변모한 라이언에어는 'The low cost airlines'을 표방하며 저운임을 무기로 순식간에 규모를 확대해 유럽 대표 LCC가 되었다. 그리고 사우스웨스트항공보다 더 강하고 더 치열하게 LCC 비즈니스 모델을 따르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아시아 최초의 LCC인 에어아시아 창업은 토니 페르난데스(Tony Fernandes)에 의해 이루어졌다. 인도계 말레이시아 사람인 페르난데스는 영국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도 영국에서 했다. 마지막 직장이었던 워너뮤직그룹의 워너말레이시아 CEO를 그만 두고 런던에서 지내던 2001년 2월 어느 날, 우연히 영국에서 급성장 중이던 이지젯(Easy Jet) CEO 스텔리오스의 TV 인터뷰를 보게 됐다. 페르난데스는 스텔리오스의 인터뷰를 보면서 '아시아에는 LCC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새로운 형태의 항공사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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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LCC는 미국에서 태동해서 유럽으로 옮아갔고 다시 아시아로 건너오는 데까지 약 30여년이 걸렸다. 아시아 LCC 시장에서는 에어아시아가 자타공인 최초이자 최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에어아시아와 제주항공의 항공사 추진시점이 거의 같다는 점이다. 에어아시아의 창업자 토니 페르난데스가 항공사 설립을 처음 결심한 시기가 '2001년 2월 어느 날'이라고 하는데,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제주항공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론에 처음 밝힌 날 역시 '2001년 2월26일'이다.

페르난데스는 같은 해 여름에 항공법인을 설립하면서 구체화했고, 9월9일 작은 기존항공사 에어아시아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12월8일 최종 인수했다. 반면 제주도는 2001년 2월26일 신규 항공사 설립 검토를 공개 천명한 후 2002년 10월30일에야 ㈜제주지역항공사 설립계획을 확정했고, 2004년 6월29일에야 제주도의회의 승인을 받아 2005년 1월25일 애경그룹 계열사이자 민관 합작기업으로 제주항공이 설립되고 2006년 6월5일에야 취항할 수 있었다.

에어아시아가 항공사 설립 결심부터 취항까지 걸린 시간은 10개월에 불과했지만, 제주항공이 항공사 설립 검토부터 취항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5년 3개월이나 걸렸다. 이로써 아시아 최초의 LCC가 된 에어아시아는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시아 최강자이자 글로벌 순위에서도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지만, 제주항공은 동북아시아 최강자 자리는 커녕 우리나라에서도 압도적인 최강자 자리가 아닌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의 1위 자리를 근근이 지켜오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제주항공 태동의 발단은 꽤 아이러니하다. 주연은 대한항공이고, 조연은 아시아나항공이다. 우리나라의 항공여행 대중화는 다른 대륙에 비해 비교적 늦게 시작됐다. 그나마 제주도는 섬 지역이어서 항공기 이용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빨랐고 항공기가 대중교통수단이었기 때문에 항공사 설립 논의가 가장 빨리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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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제주항공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의 발단은 늘 대한항공이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행기 이용이 늘면서 제주여행이 증가했다. 항공수요가 늘면서 대한항공 독점체제에서 아시아나항공이 가세하여 양대 항공사 체제가 되었지만 공급자 중심 시장으로 운임경쟁 없이 지속적으로 항공료가 인상되었다.

1999년에 이어 2001년 3월부터 대한항공이 국내선 항공요금을 평균 12.1% 인상했다. 제주도는 2001년 2월 초부터 범도민 항공요금 인상철회운동으로 들끓었다. 제주도는 2001년 2월26일 "항공사의 요금인상 횡포에 장기적으로 대처하고 안정적인 교통수단 확보를 위해 항공사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처음 밝혔다. 당시 제주도가 처음 구상한 항공사는 LCC가 아니었다. 단지 기존항공사의 항공운임에 대항하는 즉, 운임이 싼 '제주도의 항공사'로서 제주를 기점으로 육지의 대도시를 연결하는 작은 지역항공사였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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