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KIA 감독설'에 말 아낀 이정후 솔직 고백 "7년 전보다 더 떨려... 하성이 형 타구, 이빨로라도 막겠다" [일문일답]

인천국제공항=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2.0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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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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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역대 27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설렘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마침내 미국으로 출국했다. 샌프란시스코와 정식 계약을 체결한 지 꼬박 48일만. 최근 뜨거운 화제가 된 아버지 이종범(54)의 KIA 타이거즈 감독 후보 설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이정후는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제야 실감이 조금 난다. 원래 항상 팀원들과 함께 출국했는데 오늘(1일)은 또 혼자 나가게 됐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며 "오늘과 비교해 7년 전 스프링캠프 출국 때가 더 떨리는 것 같다. 그때는 정말 프로 선수로서 첫 시작이어서 떨리고 긴장됐는데 지금은 선배님들도 안 계시고 또 다른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은 떨림보단 기대감이 더 높은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12월 15일 이정후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건을 포함하는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507억 원) 규모의 6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부적으로는 계약금 500만 달러(약 67억 원)에 계약 첫해인 2024년 700만 달러(약 93억 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13억 원), 2026년과 2027년 각각 2200만 달러(약 293억 원)를 받고 2028년과 2029년에는 2050만 달러(약 273억 원)를 받는 내용이다.

이로써 키움은 강정호(37·은퇴), 박병호(38·KT 위즈),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이어 4번째 메이저리거를 배출하며 메이저리그 사관학교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또한 이정후를 통해 보상금 1882만 5000달러(약 251억 원)를 챙겼다. 이는 2018년 현행 규약 개정 후 최고 금액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류현진 입단 당시 LA 다저스가 한화 이글스에 지불했던 2573만 7737달러(약 343억 원)로 이때는 금액 제한이 없는 자유 경쟁 입찰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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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정후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 훈련 시설에서 개인적으로 몸을 만든다. 이후 21일부터 시작되는 샌프란시스코 팀 전체 훈련(투·포수는 2월 16일 시작)에 합류한다. 그는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다. 실내에서 하는 훈련은 한계가 있다. 새로운 팀원들도 많이 못 만나봤고 모든 걸 먼저 가서 경험하고 싶었다. 이미 마음가짐은 실전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고 빠른 출국의 이유를 전했다.

아버지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도 곧 아들의 뒤를 따라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의 가족이 함께 가는 건 이상할 일이 아니지만, 최근 KIA 구단의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이종범 전 코치의 거취는 뜨거운 화제가 됐다. KIA는 스프링캠프 출국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김종국 KIA 전 감독을 품위손상행위를 이유로 전격 경질했다. 검찰이 김종국 전 감독이 한 커피 업체로부터 구단 후원 업체 선정 과정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구속 영장은 지난달 30일 기각됐으나, KIA 구단은 그와 상관없이 새 감독 찾기에 나섰고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 이종범 전 코치가 물망에 오른 것.

현장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고 이정후는 "민감한 문제다. 내가 한 팀의 감독 자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사실 그렇게 공석이 될 때마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나오는데 그동안 직접적으로 연락이 왔다거나 그런 적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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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전 팬에게 사인해주고 있다.




◆ 다음은 이정후와 귀국 후 일문일답





- 출국 소감.

▶ 이제야 실감이 조금 난다. 원래 항상 팀원들과 함께 출국했는데 오늘(1일)은 혼자 나가게 됐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 최근에는 어떻게 시간 보냈는지.

▶ 일단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다. 밖에서 할 수 있는 기술 훈련만 남았는데 따뜻한 곳으로 빨리 가서 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에서도 훈련 시설을 쓸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바로 애리조나로 가서 내일(2일)부터 훈련할 생각이다. 이미 마음가짐은 실전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야구만 하면 된다.

- 키움 소속으로 갈 때랑 메이저리그 선수가 돼서 갈 때랑 어떤 부분이 가장 다른지.

▶ 잘 모르겠다. 아직 얼떨떨한데 새로운 동료들과 야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서 친해지려 노력해야 하고 캠프 시작하면서 새로운 동료와 시설에서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면 그때 조금 더 와닿을 것 같다. 사실 출근길에도 기분이 굉장히 묘하더라. 상황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 인터넷에서 횟집 미담 사건이 화제가 됐다.

▶ 화제가 돼서 나도 깜짝 놀랐다. 기사에 나온 대로 상황은 아니었다. 같이 먹으러 간 친구 중에 야구했다 그만둔 친구가 있긴 했지만, 그 친구도 (사인할 때) 있었다. 내가 나갔다 돌아오지도 않았고 밥 먹고 나가는 길에 해드린 건데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지난해 수술하고 놀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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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출국 전 아버지 이종범이 따로 이야기해준 말은?

▶ 몸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했다. 어차피 아버지도 연수가 계획돼 있기 때문에 아마 같이 집에서 생활할 예정이라 크게 다른 말은 없었다.

- 영어 공부는 좀 했는지.

▶ 사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 번도 안했다. 한국에 있을 때 한두 시간씩 영어 공부를 했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계속 한국말을 쓰니까 잊어버리게 되더라. 미국에 있을 때는 집에서 과외도 받고 통역 형이 없어서 배운 걸 실전에서 바로 써먹었다. 그렇게 미국에서는 정말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는 쉽지 않았다. 이번에 미국 가서는 저번처럼 배운 영어를 곧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공부 열심히 해서 동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겠다.

- 먼저 떠난 김하성이 이정후에게 안 봐줄 거라고 했는데.

▶ 그건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봐주면 같은 팀 선수나 우리의 플레이를 보러 오신 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경기할 때는 정말 사적인 감정 다 빼고 선수 대 선수로서 경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김)하성이 형이 치는 타구는 치아로라도 잡겠다. (김)하성이 형과 스프링캠프가 있는 지역도 같아서 만나면 형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생각이다. 형이 잘 알려주는 편인데 일단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들을 보게 될 테니까 그냥 와서 느껴보라고 했다. 또 형이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둘 일만 남았는데 아프지 말고 항상 하던 대로 잘해서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다

- 목표를 설정했는지.

▶ 잘 모르겠다. 아직 경기에 뛰어보지 않아 내가 미국에서 야구를 어느 정도까지 할지도 모르겠다. 처음이라 해봐야 알 것 같다. 적응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적응만 잘한다면 그 이후에는 평균값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적응을 잘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김하성에게 다양한 조언을 들었을 텐데 가장 와닿았던 조언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공을 보게 될 테니 그냥 와서 느껴보라고 했다. 어떤 투수의 공은 이렇고, 또 다른 투수의 공은 어떻다는 말은 안했다. 그냥 와서 느껴보라는 말을 해줘서 나도 빨리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공을 느껴보고 싶다. 처음 보는 공이라고 표현해서 나도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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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오른쪽)이 2021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스프링캠프에서 이정후와 함께 미소 짓고 있다.


- 메이저리그의 공을 치는 것이 두려운보단 기대가 된다는 뉘앙스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이 두려울 건 없는 것 같다. 날 맞히지만 않는다면.... 맞으면 아프고 무서울 것 같은데 막상 타석에 들어갔을 때는 두려운 것보다 이런 공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리고 그 공을 치기 위해 더 노력할 것 같다.

- 상대해 보고 싶은 투수는?

▶ 야마모토 요시노부다. 야마모토 선수가 같은 지구로 오게 됐는데 국가대표 경기에서 만났을 때랑 리그 경기에서 만났을 때랑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고 공도 쳐 보고 싶다.

- 계약 총액이 1억 달러가 넘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징적인 숫자인데 책임감이나 부담감을 느끼는지.

▶ (1억 달러 넘는 계약을 따낸 것에) 솔직히 많은 돈을 받았다고 해서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있지만, 부담감은 없다. 내가 그렇게 많은 돈을 받고 가서 잘해야 나 다음으로 한국에서 도전하는 후배들이나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는 거라 생각한다. (김)하성이 형이 잘해서 좋은 대우를 받은 것처럼 내가 또 잘한다면 앞으로 한국 선수들에 대한 기대치나 대우가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해서 책임감은 있다.

- 김혜성이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미국에서도 만난다 들었다.

▶ 키움 스프링캠프지가 우리랑 가깝다. 키움 숙소도 15분 거리라 우리 집에 놀러오기 로했다. 7년을 같이 선수 생활을 하는데 (김)혜성이처럼 그렇게 성실한 선수는 못 봤다. 모든 선수가 다 열심히 하겠지만, 혜성이는 목표를 하나 설정했을 때 정말 그것만 보고 하는 선수다. 이번에도 하나의 목표를 설정했으니까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부상만 안 당했으면 좋겠다.

- 아버지 이종범 코치가 KIA 감독 후보에 올랐는데.

▶ 민감한 문제다. 내가 한 팀의 감독 자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선수도 아니다. 사실 (KIA 감독이) 그렇게 공석이 될 때마다 이야기는 많이 나오는데 그동안 직접적으로 연락이 왔다거나 그런 적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야기하기 조심스럽고, 이 부분은 아버지 인생이라 아버지가 알아서 하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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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운데 흰 모자)가 지난달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4 키움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신인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 이번 겨울 미국에서 구단 영상도 찍고 신인 오리엔테이션도 갔다. 키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 신인 OT는 마지막으로 구단에 인사드리러 갔는데 마침 날짜가 겹쳐서 하게 된 것일뿐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질문하면 답해주는 형식이었다. 브이로그는 원래 비시즌 때 한 번 하기로 했는데 내가 안 하고 있다가 갑자기 미국에 갔을 때 생각이 나서 이걸 보여드리면 어떨까 해서 간단하게 찍었다.

- 7년 전 고졸 신인으로서 처음 인천공항을 나섰을 때랑 지금 중에서는 언제가 더 떨리고 차이가 있는지.

▶ 오늘과 비교해 7년 전 스프링캠프 출국 때가 더 떨리는 것 같다. 그때는 정말 프로 선수로서 첫 시작이어서 떨리고 긴장됐는데 지금은 선배님들도 안 계시고 혼자 또 다른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것이기 때문에 떨림보단 기대감이 더 높은 것 같다.

- 매제 고우석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 같이 잘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고)우석이도 잘했으면 좋겠다. 또 우석이는 같은 팀에 (김)하성이 형도 있어서 적응하기 조금 더 수월할 것이다. 우석이도 부상 없이 잘했으면 좋겠다. 미국에서도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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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로 출국하기 전 팬에게 사인해주고 있다.


- 새 소속팀 감독이 김하성과 함께했던 감독인데.

▶지난주 감독님, 타격 코치님, 전력분석 팀장님이랑 같이 줌미팅을 했다. 멜빈 감독님은 내가 적응하는 데 있어 '모든 걸 도와주겠다,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우리한테 필요한 거나 해줘야 하는 것이 있으면 부담 없이 다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빨리 캠프에 가서 그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

- 가족들도 같이 미국으로 넘어가는지.

▶ 아직 잘 모르겠다. 일단 나는 넘어가고 아버지도 연수가 계획돼 있어 넘어올 것이다. 일단 나랑 아버지는 미국으로 나가고 어머니는 집 문제 등 일 처리를 도와주러 한 번 넘어오실 것 같다.

- 오늘 많은 팬들이 찾아왔는데.

▶ 우선 공항까지 나와 주신 팬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됐는데 많이 기대해 주시는 만큼 그 기대에 보답해 드릴 수 있도록 꼭 잘하겠다. 한국에서 보였던 모습을 미국에서도 할 수 있도록 은퇴하는 그날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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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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