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경기 출장' 김연경이 마침내 내려놨다, 랜디 존슨 딸이 가져온 긍정 효과... 여자부 선두 경쟁도 박 터진다

장충=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2.0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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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로우 존슨(왼쪽)과 김연경. /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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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로우 존슨(오른쪽)과 김연경. /사진=한국배구연맹
외국인 선수 한 명 바뀌었는데 팀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진다. 메이저리그(ML) 전설 랜디 존슨의 딸 윌로우 존슨(26·등록명 윌로우)이 경기장 안팎에서 흥국생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면서 홀로 많은 것을 책임졌던 김연경(36)도 마침내 부담감을 내려놓게 됐다.

흥국생명은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정규시즌 5라운드 방문 경기에서 GS칼텍스에 3-0(25-20, 25-19, 26-24)로 셧아웃 승리했다. 이로써 후반기 2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은 20승 6패(승점 56)을 기록, 선두 현대건설(20승 5패·승점 61)을 5점 차로 압박했다.


특정 선수 한 명에게 치우치지 않은 원활한 공격이 인상적이었다. 흥국생명의 새로운 삼각편대 김연경-윌로우-레이나 토코쿠(25·등록명 레이나)는 윌로우가 19점, 김연경과 레이나가 각각 15점씩 총 49점을 합작했다. 지젤 실바(33·등록명 실바)가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2점을 올렸음에도 GS 칼텍스의 승리를 이끌지 못한 것과 완벽히 대조됐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윌로우 영입으로 가장 기대했던 모습이 나왔다. 이날(2일) 경기 전에도 아본단자 감독은 "어떤 선수가 좀 더 잘 풀리거나, 전술적으로 더 많이 때리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볼 분배가 고르게 이뤄졌을 때 팀이 더 강해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은 마침 김연경이 공격 면에서 잘 풀리지 않는 날이었다. 김연경은 이날 가장 많은 공격 점유율(31.97%)을 가져갔음에도 공격성공률 30.77%, 공격 효율 17.95%로 좋지 못했다. 하지만 이기는 데는 문제 없었다. 윌로우가 공격성공률 45.95%, 공격 효율 37.84%, 레이나가 공격성공률과 공격 효율 모두 55.56%로 다득점을 올리면서 김연경의 어깨도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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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윌로우 존슨(왼쪽)과 레이나(오른쪽)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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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레이나(가운데)와 김연경(오른쪽)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김연경의 체력 분배는 우승 도전에 나선 흥국생명에 있어 꼭 풀어야 할 숙제였다. 여전히 외국인 선수급 기량을 자랑하는 배구 여제지만, 세월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었다. 하지만 좀처럼 김연경의 부담을 덜어주는 파트너가 나타나지 않은 탓에 쉴 틈 없이 시즌을 치러야 했다. 올 시즌도 흥국생명에서는 유일하게 26경기 전 경기를 출장 중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날 김연경의 저조한 퍼포먼스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연경이 우리 팀에서 유일하게 못 쉰 선수이긴 한데 오늘(2일)은 체력 문제보단 세터들에게 도움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김연경은 정말 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리시브도 50%에 달했고 서브도 잘해주는 등 다른 부분에서 팀을 많이 도와줬다"고 감쌌다.

실제로 공격 쪽에서 부담을 내려놓은 김연경은 리시브 효율 50%, 서브 득점 3점으로 다른 쪽에서 팀에 보탬이 됐다. 이 과정에 새로운 외국인 선수 윌로우의 공이 컸다는 건 더 말할 것도 없다.

세 번의 V리그 도전 끝에 한국 땅을 밟은 윌로우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로 유명한 랜디 존슨의 딸로 유명하다. 아버지를 닮아 큰 키(191cm)와 좌완인 점이 매력적인 아포짓 스파이커다. 또한 "몸 관리에 신경 쓰고 매일 좋은 태도를 갖고 경기에 임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따라 쾌활한 성격을 흥국생명에도 훈풍을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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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윌로우(왼쪽)가 GS 칼텍스전에서 대각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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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로우 존슨.


경기 내적으로도 공격 루트 다양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생소한 왼손잡이 아포짓에 낯선 선수인 탓에 상대 팀은 예측 수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도 GS 칼텍스는 윌로우의 대각 공격에 거의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에 윌로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따로 팀에서 지시가 있었던 건 아니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코스의 앵글이 나왔다. 아무래도 김연경과 레이나가 있다 보니 나에겐 블로커가 한 명밖에 붙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쪽으로 때리기 쉬웠다"고 밝혔다. 함께 인터뷰에 나선 레이나도 "배구적으로 보면 윌로우가 왼손잡이라 우리의 공격 속도가 빨라졌다고 느낀다. 공격을 할 때도 확실히 쉬운 점이 있다"며 "배구 외적으로도 밝고 긍정적인 면이 있어 팀과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면서 더욱 재미 있어지는 것이 V리그 여자부 선두 경쟁이다. 1위 현대건설과 2위 흥국생명의 승점은 이제 겨우 5점 차. 남은 두 라운드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격차인 만큼 이들의 경쟁도 갈수록 박 터질 것으로 보인다. 서로간의 호흡과 기량 면에서 원숙한 지경에 오른 현대건설을 상대로 흥국생명은 상승 기류에 올라탄 기세로 맞서는 모양새다. 여기에 윌로우까지 팀 전술에 완벽히 녹아들면 더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아본단자 감독은 "윌로우는 에너지나 퀄리티적인 면에서 정말 잘해주고 있다. 기대치는 이보다 훨씬 높지만, 지금도 레이나와 함께 잘해주고 있다. 김연경까지 더해 세 명이서 지금처럼 밸런스 있게 잘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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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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