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 안 빼?" 캠프 이탈에 끝내 눈물 글썽였다... 같이 살 빼자 했던 이호준 코치도 낙심천만 "결국 나 혼자만 6㎏ 뺐네, 허허" [스코츠데일 현장]

스코츠데일(미국)=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2.2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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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범석(왼쪽)이 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훈련하며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같이 살 빼자고 했는데, 먼저 도망가버렸네. 허허."

이호준(48) LG 트윈스 퀄리티 컨트롤(QC·Quality Control) 코치 코치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LG 트윈스의 1라운더 포수 김범석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도중 탈락하면서 많은 구단 관계자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김범석은 내복사근 부상으로 인해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향했다.

LG는 지난 2022년 9월에 열린 KBO 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범석을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지명했다. 그런 김범석을 향한 LG 구단의 기대감은 컸다. 차명석 LG 단장은 "한국 야구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면서 치켜세웠다.

사령탑인 염경엽 LG 감독은 올 시즌 김범석을 1군에서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염 감독은 선수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내는 데 능한 사령탑이다. 히어로즈 사령탑 시절부터 김하성과 박병호, 강정호, 손승락, 한현희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팀을 강팀으로 만들었다. 특히 한현희는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활용하며 홀드왕으로 키우기도 했다. 어느 포지션에서 뛰었을 때 선수가 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한다.


김범석도 마찬가지였다. 김범석의 주 포지션은 포수다. 경남고 주전 포수로 황금사자기대회 우승을 이끌었으며, 18세 이하(U-18) 청소년 야구 대표팀에서는 4번 타자로 맹활약했다. 박동원과 허도환이 LG의 안방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김범석이 그 계보를 이을 계획이었다. 염 감독은 "2023시즌 박동원의 수비 비율이 높았다. 주전들이 지치지 않고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성이 필요하다"면서 "2024시즌에는 박동원에게 '이닝' 휴식을 줄 때, 7~9회는 허도환이 나갈 것이다. 또 박동원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선발로 내보낼 포수로는 허도환보다 김범석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김범석은 그 기회를 놓칠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염 감독은 "김범석은 포수에서 뛸 때 더욱 큰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1루수로 뛰게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선수에게 있어서도 큰 손해다. 그래서 그렇게 살을 빼라고 한 건데…. 본인이 그 기회를 차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키운다고 이야기했는데, 몸을 그렇게 만들고 오면 어떻게 하나. 본인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데, 준비 부족으로 이런 기회를 놓친다는 게 정말 안타깝다. 야구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례적인 염 감독의 강한 메시지였다.

김범석의 이탈에 낙심천만(落心千萬·소망하던 일을 이루지 못해 마음이 몹시 상함)인 지도자가 또 있었으니, 바로 이호준 코치다. 무엇보다 이호준 코치는 이번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김범석을 1:1로 전담 마크하며 같이 다이어트를 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 코치는 지난 1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1:1 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감독님께서 맨투맨을 맡아달라 했다. 같이 먹고 잘까 생각 중이다. '1번 과제'가 살 빼기다. 함께 먹고 자면서 못 먹게 해야 할 것 아닌가.(웃음) 숙소에서 야구장으로 같이 뛰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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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호준 코치가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불펜 피칭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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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염경엽 감독이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불펜 피칭을 바라보고 있다.
살을 빼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부상 때문이다. 이 코치는 "살을 뺀다고 해서 잘하는 게 아니다. (살을 빼지 않으면)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먹는 양이 많은 편이다. 본인은 신경 써서 식사량을 3분의 1로 줄였다고 하는데, 보니까 일반인이 먹는 양보다 많더라. 그렇다고 안 먹을 수는 없다. 캠프에서 둘이 샐러드만 먹을까 생각 중이다. (귀국할 때) 내가 살이 빠져있으면, 범석이도 빠져있을 것이다. 반대로 그대로라면, (다이어트는) 실패한 것이라 보시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 코치의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김범석이 캠프를 떠난 뒤 스코츠데일 캠프 현장에서 만난 이 코치는 "(김)범석이가 이렇게 갔으니, 다음에는 뭔가 다르게 변화를 줘서 왔으면 좋겠다. 과거에도 살을 찐 선수들이 처음에는 잘하다가, 그 좋은 능력을 갖추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냥 커리어가 끝난 경우가 많았다. 부지런하고 뭔가 이래야 하는데"라면서 "원래 (김범석은) 기본적으로 능력을 갖고 있는 친구다. 결과적으로 그런(부지런한) 모습만 더해지면 대한민국 야구의 획을 하나 그을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이 있는 선수인데"라면서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코치는 "지금도 가르친다는 것보다는 방향을 잘 가게끔 인도를 잘해줘야 할 것 같다. 저는 감독님께서 그런 점을 다 생각하시고, (김)범석이한테 있어서 분명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결정을 내리셨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부상을 당하고 난 뒤에 엄청 많이 속상해하더라. 그런데 이번 겨울에도 고참들까지 미리 다 나와 잠실구장에서 몸을 만들고 그랬다. 범석이는 (집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서 한다길래 믿고 맡겼는데"라면서 "잘 갔다. 한국에 가기 전에 미팅하는데 살짝 눈물을 글썽이더라. 그렇게 다이어트 혼자 하면 심심하니까, 같이 하자고 약속했는데 혼자만 먹고, 결국 저만 6kg을 뺐다. 그런데 저렇게 먼저 도망가버렸네. 허허. 저는 나머지 4kg을 감량하고 돌아갈 생각"이라면서 아들뻘 후배가 진심으로 변화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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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범석이 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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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범석이 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타격 훈련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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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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