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야구 역사가 시작된다' 이정후 데뷔 확정 인터뷰 "괜찮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많이 설렌다" [스코츠데일 현장]

스코츠데일(미국)=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2.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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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 있는 자신의 로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한국 야구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날일지도 모른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마침내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른다.

이정후는 오는 28일 오전 5시 5분(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2024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홈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할 예정이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28일 경기에 출전할 샌프란시스코의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날 스코츠데일 스타디움 현장에서 만난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은 "이정후가 내일(28일) 경기 출전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결국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샌프란시스코는 28일 시애틀전에서 이정후(중견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호르헤 솔레어(지명타자)-윌머 플로레스(3루수)-패트릭 베일리(포수)-케이시 슈미트(유격수)-엘리엇 라모스(우익수)-루이스 마토스(좌익수) 순으로 라인업을 꾸릴 예정이다. 선발 투수는 조던 힉스가 마운드에 오른다.

상대 팀인 시애틀의 선발 투수는 메이저리그 2년차 우완 투수 조지 커비다. 커비는 지난 시즌 31경기에 선발 등판, 13승 10패 평균자책점 3.35로 활약했다. 올스타전에서 출전하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아직 시범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두 경기 모두 이정후가 없었다.


27일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정후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괜찮고 말고 할 것도 없고 내일(28일) 나간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정후 특유의 단단한 성격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이정후는 직접 시범경기를 본 것에 대해 "투수의 공도 좀 다른 것 같고, 일단 더 뛰어봐야 정확하게 느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이정후의 부상을 두고 농담으로 '꾀병인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워낙 형이 저를 잘 알아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안 그래도 어제 형이 또 그렇게 말씀하신 게 장난인 걸 안다. 너무 저를 잘 안다. 그래서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데뷔를 앞둔 마음에 대해 "좀 많이 설레는 것 같다. 설렌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좀 묘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런 기분인 것 같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어 "마지막으로 이런 기분을 언제 느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실 시즌 때에는 긴장됐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긴장보다는 많이 설렌다. 시범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중 분들이 와주신다. 분위기가 또 한국 야구와 많이 다른 것 같아서 더 재미있는 것 같다"면서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이정후는 앞서 25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시카고 컵스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서 완전히 제외된 채 휴식을 취했다. 팀은 4-8로 패했다. 이어 26일 텍사스와 경기에서는 약 팀 나란히 3안타씩 뽑은 끝에 0-0으로 비긴 뒤 27일에는 LA 에인절스에 9-11로 크게 패하며 1무 2패를 기록 중이다.

이정후는 그동안 라이브 배팅 때 주로 타격보다는 공을 지켜보는 데 집중했다. 시범경기에서는 다를까. 이정후는 "아직 처음이라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일단 타석에 서면 많이 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이 치면서 공도 보고 해야 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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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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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이 25일(한국시간)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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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5일(한국시간)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이미 메이저리그는 지난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시범경기 일정이 시작됐다. 먼저 지난 23일에는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르며 많은 현지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이어 25일에는 이정후가 뛰고 있는 샌프란시스코가 시범경기 첫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그라운드에서 이정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미한 우측 옆구리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은 지난 24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실시한 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 브리핑을 통해 "이정후는 옆구리 쪽에 경미한 통증이 있는 관계로 시범경기 첫 경기에는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천만다행으로 큰 부상은 아니었다.

하루 뒤인 25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 현장에서 만난 이정후는 자신의 몸 상태에 관한 질문에 "경기를 뛰어야 좀 실감이 날 것 같은데, 어차피 경기에 나가지 않기도 하기 때문에, 일단 주어진 스케줄을 잘 소화한 뒤 퇴근할 생각"이라고 입을 열었다.

비록 몸에 약간의 이상을 느꼈지만, 이정후는 정상적으로 출근하며 경기 전 모든 일정을 소화했다. 이정후는 "저희가 막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이 뻐근하다고 할까, 알배겼다고 느끼는 딱 그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상태는 더욱 좋아졌다. 이제 또 케이지에서 프리 배팅을 치기로 돼 있다"고 이야기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오스틴 슬레이터(지명타자)-윌머 플로레스(1루수)-마이클 콘포토(좌익수)-J.D. 데이비스(3루수)-타이로 에스트라마(2루수)-패트릭 베일리(포수)-헤리엇 라모스(우익수)-마르코 루시아노(유격수)-루이스 마토(중견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앞세웠다. 사실상 이정후를 제외하면 주전 라인업이라 할 수 있다. 이정후의 원래 포지션인 중견수로는 루이스 마토가 출전했으며, 리드오프 자리에는 슬레이터가 배치됐다.

이정후는 줄곧 자신의 출전 예상 시기에 관한 질문에 "그것은 잘 모르겠다. 감독님께서 결정할 문제인 것 같다. 저는 그냥 훈련 스케줄만 받으면 그것만 소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령탑은 이정후의 출전 시기를 어느 정도 미리 점찍고 있었다. 앞서 밥 멜빈 감독은 25일 취재진과 브리핑을 통해 "이정후는 아마 우리의 4번째 시범경기에 출전할 것이다. 우리는 26일 원정을 다녀온 뒤 27일과 28일에는 2경기 연속 홈 경기를 치른다. 아마도 그 홈 경기 중 빠르면 두 번째 경기에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말한 바 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26일 경기에서도 뛸 수 있는 몸 상태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직 이른 시기이고, 또 그의 옆구리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며 100% 몸 상태로 나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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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훈련을 마친 뒤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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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훈련을 마친 뒤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아직 남은 경기는 많다. 멜빈 감독의 말대로 아직 스프링캠프 초반일 뿐이다. 계속해서 샌프란시스코는 29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원정을 떠난다. 주전급 선수들이 초반에는 원정을 떠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이정후는 안방인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 남아 개인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어 3월 1일에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한 뒤 2일에는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3일에는 역시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각각 격돌한다. 이어 4일에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5일에는 콜로라도 로키스와 차례로 맞붙는다. 쉴 틈이 없는 일정이다. 이렇게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기에, 이정후 역시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다는 뜻이다. 오히려 서두르다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그것이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계속해서 샌프란시스코는 6일에 오타니 쇼헤이가 몸담고 있는 LA 다저스를 상대하며, 7일에는 공식적으로 하루 휴식(Off day)이 예정돼 있다.

이정후는 '첫 시범경기인데,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짧게 답한 뒤 "(평소에도 계속해서) 너무 일찍 나와서 준비하고 있다.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경기를 보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래도 지금 시기에는 휴식이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철저한 몸 관리부터 휴식으로 이어지는 배려, 그리고 칼퇴근까지. 메이저리그에서는 주전급 선수들의 경우, 경기에 출전하더라도 교체돼 나올 경우 자유로운 퇴근이 가능하다. 지난 23일에는 김하성이 처음으로 시범경기를 치렀는데, 안타 1개를 뽑아낸 뒤 두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냈다. 그리고 더 이상의 타석 소화 없이 바로 교체됐다. 25일과 27일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5일 경기에서는 2타석, 27일 경기에서는 3타석을 각각 소화했다. 다른 주전급 선수들도 2~3타석 정도만 들어가고 그라운드에서 나온 채 퇴근길에 올랐다. 마찬가지로 이정후를 향한 샌프란시스코의 대우가 정말로 극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럼 이정후는 먼저 자신의 몸 상태를 코칭스태프에 이야기한 것일까. 이에 대해 이정후는 "그건 아니고, 한국도 마찬가지다. 항상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그냥 예를 들어 자고 일어났을 때 목이 결리거나, 허리가 조금 뻐근하다고 생각하면 바로 구단의 치료실로 간다. 저희는 그냥 어렸을 때부터 그런 게 몸에 배어 있다. 치료실로 간 뒤에, 내가 지금 잠을 잘 못 자서 이런 상태니까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당연히 치료를 해주신다. 그럴 경우, 그 부분은 당연히 감독님한테 보고가 가게 돼 있다. 물론 그것은 이곳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까 감독님한테 이야기가 전달된 것이지, 제가 직접 가서 '아프다'고 이렇게 말씀드린 적은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일단 리드오프로 계속해서 출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서 멜빈 감독은 이정후에 대해 "만약 그가 개막전 1번 타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은 충격을 받을 일"이라면서 사실상 팀 내에서 가장 큰 믿음을 심어주겠다고 공언했다. 계속해서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놓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특히 삼진이 늘어난 현대 야구에서 이런 모습은 보기가 좋다. 강한 타구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땅볼 타구가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과거 시애틀 매리너스 사령탑 시절(2003~2004년) 한솥밥을 먹었던 '일본 야구의 살아있는 레전드' 스즈키 이치로(51)를 이정후를 비교했다. 멜빈 감독은 "이치로가 앞발을 더 많이 움직이기는 한다. 그렇지만 배트에 공을 맞히는 방식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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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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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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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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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이어 "나는 그동안 수많은 일본 선수와 함께 해왔다. 샌디에이고에서는 김하성과 함께 지내기도 했다"면서 "이정후가 얼마나 팀에 빨리 적응하게 될지, 얼마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지 이미 눈에 선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정후의 외향적인 성격도 함께 언급한 뒤 "보통 주위를 둘러본 뒤 적응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이정후는 누구나 쉽게 말을 걸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성격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게 좋다"며 두둔했다.

이정후는 최근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단장과 파르한 자이디 사장, 그리고 멜빈 감독과 면담했다. 이정후는 이들과 나눈 이야기에 관해 "그냥 야구 이야기를 했다"면서 "한국에서 이렇게 보여준 만큼, 그렇게만 하면 된다며 좋은 이야기만 많이 해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세한 내용에 대한 질문에는 "미국에서 앞으로 생활하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다. 야구 이야기도 하면서, 생활하는 데 있어서 힘든 건 없는가. 또 운전은 직접 하고 다니는가. 집은 어디로 구했는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항상 도와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한국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상사한테 직접 다가가서 뭔가를 말하는 건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다르니까 언제든지 편하게 이야기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정후는 "선수들끼리 (대화는) 잘하는데, 선수들이 감독님과 코치님을 대하는 것처럼 아직 잘하지 못하겠다. 그렇게는 진짜 쉽지 않다. 아직 좀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정후가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체력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일단 한국과 다르게 미국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휴식일이 많이 없다. KBO 리그 팀들의 경우, '3일 훈련-1일 휴식'의 일정으로 캠프 일정을 소화하는 반면, 메이저리그는 선수들이 처음 모두 소집한 뒤에는 거의 쉴 틈 없이 계속해서 훈련과 경기 일정을 소화해야만 한다. 더욱이 출근 시간도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 정도이기 때문에 늦잠을 잘 시간도 없다. 대신 퇴근은 아무래도 빠른 편이긴 하다. 이정후는 "쉴 때 잘 쉬어야 할 것 같다. 잘 쉬고, 맛있는 음식을 잘 먹고, 잠도 많이 자고, 그렇게 하면 뭐 아직 젊기 때문에 괜찮지 않을까요"라고 쿨하게 답했다.

김하성과 맞대결도 예정돼 있다. 샌디에이고가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하성이) 형이 올까요"라고 웃으며 되물은 뒤 "저도 한 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으로) 가는 일정이 있다. 그때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또 형이랑 만나게 된다면 일단 신기할 것 같다. 왜냐하면 항상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었는데, 이제는 경기장에서 처음으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됐기에 재미있을 것 같다. 형이 항상 저한테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데, 저는 항상 형 덕분에 어떻게 보면 좋은 조건 속에서 미국에 왔다고 할 수 있다. 형이 먼저 경험해준 것을 토대로 저한테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그래도 일단 경기할 때만큼은 또 다른 거니까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며 들뜬 마음을 내심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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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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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이정후를 향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미 그의 몸값이 이를 말해준다.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조건을 포함하는 6년 1억 1300만 달러(한화 약 1500억 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이는 역대 아시아 타자 최고 몸값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2021년 구단 역대 최다승(107승) 신기록을 쓰면서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2시즌에는 정확히 5할 승률(81승 81패)을 마크한 샌프란시스코는 2023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79승 83패를 기록, 승률 0.488로 4위까지 내려앉았다. 결국 시즌이 끝나자마자 구단 고위층은 2019년 11월부터 지휘봉을 잡았던 게이브 케플러 전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약점은 타격으로 꼽혔다. 팀 타율은 0.235로 내셔널리그 최하위에 그쳤다. 팀 OPS(0.695)도 평균(0.740)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나마 팀을 대표하는 타자 중 한 명인 윌머 플로레스가 23홈런 OPS 0.863을 찍으며 고군분투했을 뿐이었다. 감독 경질 후 샌프란시스코는 발 빠르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령탑으로 2년간 활약했던 밥 멜빈 감독을 새롭게 영입, 지휘봉을 맡겼다.

지난 1월 미국 매체 CBS 스포츠는 1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비시즌 중간 평가를 하면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C등급을 매겼다. CBS스포츠는 A등급부터 D등급, 그리고 F등급까지 총 5개 등급으로 점수를 매긴 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최정상급 FA(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으면서도, 실패를 하고 있다"면서도 "그나마 샌프란시스코가 영입에 성공한 건 한국인 외야수 이정후와 포수 톰 머피뿐"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정후에 관해 "비록 어느 정도 위험을 안고 있는 진짜 재능을 갖춘 선수"라는 좋은 평가를 덧붙이기도 했다. 매체는 계속해서 "그나마 샌프란시스코는 감독 밥 멜빈도 영입한 것으로 봐야 하는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2024시즌의 와일드카드 진출을 향한 진정한 경쟁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번 겨울을 더욱 강력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3시즌 샌프란시스코는 162경기 중 97경기에서 라몬테 웨이드 주니어(29)가 1번 타자로 출장했다. 사실상 주전 리드오프였다. 웨이드는 올해 135경기에서 타율 0.256, 17홈런 45타점 2도루 출루율 0.373 OPS 0.790의 평범한 성적을 냈다. 중견수 자리도 주인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베네수엘라 출신 21세의 루이스 마토스는 지난 시즌 중견수로 가장 많은 76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타율 0.250(253타수 57안타) 2홈런, 2루타 13개, 3루타 1개, 14타점 24득점 3도루 20볼넷 33삼진 장타율 0.342 출루율 0.319 OPS(출루율+장타율) 0.661의 성적에 그쳤다. 또 다른 외야수인 브라이스 존슨과 오스틴 슬레이터 등도 중견수로 뛰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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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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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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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결국 샌프란시스코는 이런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줄 선수가 이정후라 판단했다. 이미 이정후의 공식 입단식에서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이정후를 중견수로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의 입단 기자회견에서 "우리 구단은 이정후가 KBO 리그의 최고 선수로 성장해 많은 상을 받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 이정후가 우리 구단에 정말 딱 들어맞는 선수라 생각한다. 이번 오프시즌을 맞이하면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팀의 공격력 강화를 위해 콘택트 능력이 좋은 선수가 필요했다. 콘택트 중심의 야구는 최근 메이저리그의 경향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이번 오프시즌 동안 영입할 수 있는 후보를 봤을 때, 이정후를 제외하면 우리가 원하는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선수가 없었다"며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여기에 MLB.com 역시 "이정후의 합류로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와 미치 하니거, 마이클 콘포토 등 샌프란시스코의 외야진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 더했다.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게 없지만, 이정후는 당장 개막전부터 주전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리드오프 배치에 관해 "지금으로서는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쿨하게 말한 뒤 "우리가 이정후를 영입한 뒤 몇 가지 라인업을 적어뒀다. 모두 이정후가 1번 타자로 출전하는 라인업이었다. 그것이 이정후를 편안하게 하는 방향이다. 또 그전에도 이정후는 그런 역할을 해냈다. 현재 나는 확실하게 그렇게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그는 또 "이정후는 개성이 뚜렷한 선수였다. 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일원이 된 것에 관해 매우 큰 기쁨을 나타냈다. 그런 점들이 내게 정말 깊은 울림을 줬다. 또 우리 팀원들에게도 역시 커다란 울림을 줄 것이다. 오프시즌 초반부터 자이디 사장이 정말 영입하길 원하는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우리 팀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채워줄 수 있기에, 이번 오프시즌은 좋은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흡족한 마음을 드러냈다. 과연 이정후가 이런 기대감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을까. 이제 마침내 그가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딛는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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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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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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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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