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환상 ML 활약 이정후도 깜놀 "무슨 공인지 모르겠다" KBO 차이 느꼈나 '美 현지 취재진' 질문 쏟아졌다 [스코츠데일 현장]

스코츠데일(미국)=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2.2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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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28일(한국시간) 경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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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8일(한국시간) 경기 후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데뷔전 첫 타석부터 안타에 이어 득점까지 성공, 맹활약을 펼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 현지 취재진으로부터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정후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 3타수 1안타 1득점 1삼진으로 이날 자신의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애틀과 난타전 끝에 시애틀과 10-10 무승부를 거뒀다.


이정후는 앞서 샌프란시스코가 치른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경미한 옆구리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25일부터 27일까지 샌프란시스코가 치른 3경기에는 출장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날 시애틀을 상대로 한 샌프란시스코의 4번째 시범경기에서 이정후가 드디어 데뷔했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1회부터 매섭게 돌아갔다. 상대 팀 시애틀 선발 투수는 지난해 올스타 출신의 조지 커비. 이정후는 커비를 상대로 초구 96마일의 스트라이크로 꽂힌 빠른 공을 그냥 지켜보낸 뒤 2구째 배트를 휘둘렀으나 빗맞으면서 파울이 됐다. 이때 이정후가 배트를 크게 휘두른 뒤 헬멧이 벗겨지며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그리고 3구째. 이정후가 커비의 변화구를 공략해 2루수와 1루수 사이로 빠져나가는 깔끔한 우전 안타를 터트렸다. 이정후가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낸 순간이었다.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는 샌프란시스코 팬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정후는 1루로 나가는 과정에서도 재차 헬멧이 벗겨지기도 했다.

이 안타로 끝이 아니었다. 이후 이정후의 진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더욱 빛난 건 바로 주루 플레이. 이정후는 리드 폭을 크게 가져가면서 상대 투수 커비를 신경쓰게 만들기 시작했다. 커비가 후속 에스트라다와 승부 도중에는 과감하게 2루 도루를 감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울이 나오면서 1루로 다시 돌아갔다. 그렇게 주루 플레이에서도 적극성을 보여준 이정후. 결국 이정후의 발이 해냈다. 에스트라다가 타격을 하기 전에 먼저 과감하게 2루로 질주하기 시작했는데, 타구가 시애틀 유격수 라이언 블리스에게 향했다. 사실상 유격수 앞으로 흐르는 평범한 병살타성 타구. 그러나 이정후가 미리 뛰었기에 2루에서 무사하게 살 수 있었다. 여기에 이정후가 슬라이딩을 시도하면서 블리스는 다소 급해진 듯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채 놓치고 말았다. 공식 기록은 포구 실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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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28일(한국시간) 경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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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운데 오른쪽)가 28일(한국시간) 첫 안타를 친 뒤 1루로 질주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2루에 안착한 이정후는 수시로 3루 코치와 소통하며 추가 진루를 노렸다. 타자와 승부를 지켜보기 전에는 계속해서 3루 주루 코치만 주시하며 소통했다. 이어진 무사 1, 2루 기회에서 3번 타자 웨이드 주니어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웨이드 주니어가 유격수와 2루수 사이로 타구를 때려냈다. 중전 안타였다. 이 사이 2루에서 말 그대로 전력 질주를 시작한 이정후는 3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했다. 이정후의 빠른 발이 있었기에, 시애틀 중견수 사마드 테일러는 아예 홈 송구를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정후는 홈플레이트를 밟기에 앞서 잠시 균형이 무너진 듯 삐끗했으나, 이내 밸런스를 잡은 뒤 홈 플레이트를 밟으며 득점에 성공했다. 이정후가 시범경기 데뷔 첫 타석에서 안타와 득점을 차례로 기록한 순간이었다.

경기 후 이정후는 자신의 주루 플레이에 대해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그린라이트를 줬다"면서 "오랜만에 뛰어서 하체가 중간에 풀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경기를 뛰면서 하체 역시 다시 밸런스를 찾아간다고 생각한다. 또 마지막 타석에 들어갔을 때에는 진짜 오랜만에 뛰다 보니까 하체 밸런스가 안 잡히는 기분이 들더라. 이게 좀 지면에 딱 박혀서 단단한 느낌이 좀 있어야 하는데 좀 떠 있는 듯하다.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경기 감각이 부족해서 나오는 그런 것들이라 생각한다. 아직 시범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빨리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감각적으로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정후의 두 번째 타석은 양 팀이 5-5로 팽팽히 맞선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돌아왔다. 이번에도 커비를 상대한 이정후는 침착하게 볼을 골라내는 등 좋은 선구안을 보여줬으나 타격 후 1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어 4회 2사 1루에서는 이날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상대 투수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우완 카를로스 바르가스였다. 승자는 이정후가 아닌 바르가스였다. 이정후는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뚝 떨어지는 변화구에 방망이를 헛돌린 뒤 4구째 재차 같은 코스로 파고드는 비슷한 구질에 재차 방망이를 헛돌리며 삼진을 당했다. 이정후는 아쉬운 듯 한동안 타석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5회 수비를 앞두고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되며 이날 자신의 경기를 마무리했다.

사실 이정후는 KBO 리그에서 유독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그런 이정후를 상대로 두 차례 헛스윙을 유도하며 방망이를 헛돌게 만든 것이다. 이정후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이 장면에 관해 " 모르겠다. 저도 무슨 공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천하의 이정후가 상대 투수의 구종 파악에 있어서 깜짝 놀랐던 것만큼은 분명해보였다. 이정후는 " 슬라이더 같았는데, 그 이전에 스윙을 한 게 슬라이더였다. 그 구질은 거의 6%밖에 구사하지 않는 거라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그런데 공이 날아와서 배트를 돌렸는데, 그 구질이더라. 어차피 지금은 시범경기다. 다 쳐보고 싶어서 배트를 막 내고 있다. 일단 좋은 투수들의 공을 친 것 같아 앞으로 기대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또 커비를 상대한 것에 대해서는 "좋은 투수인 것 같다. 좋은 투수를 만나 상대했기에 개인적으로 좋았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미국 현지 기자들은 이정후를 향해 KBO 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차이를 느꼈는지에 관해 묻기도 했다. 이정후는 "변화구의 스피드가 다르다. 확실히 빠른 것 같다. 속구는 말할 것도 없다. 구속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이 느낀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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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28일(한국시간) 경기 모습.
메이저리그에서는 일정 시간 클럽하우스에서 자유롭게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시간이 있다. 그동안 이정후는 미국 취재진과 매일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반명 한국 취재진과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터뷰를 했다. 한국 팬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이정후가 시범경기에서 교체된 이후 클럽하우스로 돌아오자 많은 현지 취재진의 관심이 이정후에게 쏠렸다.

이정후를 둘러싼 현지 취재진은 먼저 '오늘 첫 경기를 치렀는데 어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정후는 "여기(메이저리그)에서는 첫 경기였는데, 또 제 개인적으로는 7개월 만의 첫 경기였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오늘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많이 긴장을 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생각보다 크게 긴장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특유의 떨지 않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지 취재진은 계속해서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냈는데 어떻게 접근했는가'라고 물었다. 이정후는 "일단 상대 투수가 좋은 투수였다. 2스트라이크 몰리면서 가볍게 콘택트한다는 느낌으로 쳤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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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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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김우종 기자
현재 몸 상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정후는 "느낌은 좋다. 지금도 아픈 곳은 없다. 구단에서 좋은 타이밍에 관리를 잘해주셔서 완벽하게 (옆구리 통증이) 나은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1회초 2점을 먼저 허용했으나, 곧바로 이어진 1회말 대거 5득점에 성공하며 역전을 이뤄냈다. 이 부분에 대해 이정후는 "(제가) 포문을 연 것에 대해서는 좋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적응해야 할 것 같다"고 교과서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또 다른 현지 취재진의 질문도 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공격 쪽에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이었다. 사실 이정후보다는 감독한테 어울리는 질문이기도 했다. 이정후는 "그건 제가 아니라 마이클 콘포토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저는 신인이라 잘 모른다.(웃음) 제가 할 일부터 열심히 해야 한다"며 주위에 소소한 웃음을 안겼다. '지난해 도루가 적었는데, 올해는 어떨 것 같나'라는 질문도 나왔다. 그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그린라이트를 주셨다. 저도 많이 뛰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오늘도 그냥 뛰었다. 시범경기에서 많이 뛰고 싶다"고 했다. 이어 'KBO 리그와 메이저리그가 확실히 차이가 있는데, 오늘 경기를 뛰면서 확실하게 느낀 차이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변화구의 스피드가 다르다. 확실히 빠른 것 같다. 속구는 말할 것도 없다. 구속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정후가 직접 언급했듯이, 시범경기를 통해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들의 빠른 공을 눈에 익히는 것 또한 큰 과제 중 하나다. 지난해 MLB.com은 "이정후는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던 2023시즌을 제외하고, 타율 0.318 미만의 수치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런 이정후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빠진 툴을 하나 꼽자면 파워라 할 수 있다"며 "이정후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물음표는 빠른 공 대처 여부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KBO 리그 투수들은 시속 95마일(152.8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한다. 그랬기에 이정후가 2023시즌을 앞두고 특별히 준비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또 과거 롯데 자이언츠에서 현역으로 활약한 뒤 외국인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라이언 사도스키도 "이정후는 KBO 리그보다 더 빠른 구속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단 이정후는 타격 폼 수정 없이 그대로 간다. 그는 입국 기자회견 당시 "더 오랫동안 잘하고 싶어서 타격 폼을 바꿔본 적도 있다. 최고로 잘했을 때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미국에서는 그런 부분을 높게 평가해 주신 것 같다. 타격 폼은 당장 수정할 생각이 없다. 우선 그대로 부딪혀보려고 한다. 일단 해보고 거기에 맞게끔 변화를 줄 생각이다. 나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미국 현지에 온 뒤에도 이정후는 그저 빨리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쳐보고 싶다는 뜻을 강조햇다. 그는 "제가 아직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아 아직은 와닿지 않는다. 그냥 빨리 투수의 공을 쳐보고 싶다"며 자신감과 동시에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이날 실제로 올스타 출신 투수의 빠른 공을 현명하게 공략하며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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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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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영건 중 한 명이 바로 투수 커비다. 커비에 대한 질문에 이정후는 잠시 생각한 뒤 "좋은 투수인 것 같다. 좋은 투수를 만나 상대했기에 개인적으로 좋았다"고 했다. 끝으로 '하성 킴(김하성)'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 바로 헬멧에 관한 질문이었다. 한 현지 기자가 '오늘 경기 중에 계속해서 헬멧이 머리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머리 사이즈에 맞는 헬멧이 필요한 게 아닌가'라고 하자 이정후는 곧바로 "너무 헬멧이 크다. 너무 커서, 이게 (김)하성이 형도 자꾸 벗겨지지 않나. 그래서 지금 (업체에) 이야기를 했다. 그쪽에서 하성이 형 사이즈의 헬멧을 제작해서 가져다 준다고 했다. 하성이 형이 특수 제작한 헬멧이 있어서, 그대로 하나 갖다 준다고 했는데, 아마 곧 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에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다. '처음에 안타를 쳤던 순간에는 어떤 구질을 노렸던 건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볼카운트가 2스트라이크라 노릴 수는 없었다. 그냥 삼진을 먹기 싫어서 콘택트 위주로 가자고 했는데, 다행히 배트 중심에 맞으면서 좋은 코스로 가 안타가 된 것 같다"고 더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삼진을 당한 공'에 대해 "모르겠다. 저도 뭔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른 뒤 "슬라이더 같았는데, 그 이전에 스윙을 한 게 슬라이더였다. 그 구질은 거의 6%밖에 구사하지 않는 거라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그런데 공이 날아와서 배트를 돌렸는데, 그 구질이더라. 그래서 어차피 지금은 시범경기다. 다 쳐보고 싶어서 배트를 막 내고 있다. 일단 좋은 투수들의 공을 친 것 같아 앞으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매체 야후 스포츠는 이정후를 2023~24시즌 MLB FA 선수 중 10위로 선정하면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약 1484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바람의 손자라는) 놀라운 별명을 가진 이정후는 빠른 발을 갖춘 중견수다. 이정후는 과거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팀 동료로 함께했던 김하성의 발자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비록 이정후는 2023시즌 도중 발목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후반기 막판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이정후는 최근 몇 년 동안 힘을 기르면서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실력을 만들어놨다. KBO 리그가 일반적으로 공격 친화적인 리그인 점을 감안해도, 이정후는 2022시즌 627타석에서 32개의 삼진밖에 당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타율은 0.349를 마크했다"며 역시 적은 삼진 기록을 주목한 바 있다.

이정후는 빅리그 투수들의 공을 처음 상대한 느낌에 대해 "아직 한 경기라 잘 모르겠다. 조금만 더 해보면 말씀을 확실히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느낌이 아직 너무 오랜만에 경기를 뛰다 보니까 잘 모르겠다. 구단에서 상대 투수들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제가 데이터를 완전 많이 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투수니까 어떤 구종을 구사하는지만 보고 들어갔는데, 마지막에는 거의 투 피치 유형의 투수였다. 그런데 마지막에 던진 공은 저도 잘 모르겠다. 스플리터처럼 이렇게 떨어진 게 아니라 브레이킹이 조금 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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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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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실 이정후는 KBO 리그에서도 삼진을 잘 당하지 않기로 정평이 나있는 타자였다. 커리어 하이를 찍었던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85득점, 2루타 36개, 3루타 10개, 5도루, 32삼진, 66볼넷, 장타율 0.575, 출루율 0.421, OPS(출루율+장타율) 0.996을 기록했다. 당시 이정후는 타율과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 타점 등 타격 부문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MVP까지 품에 안았다.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사장은 이정후의 비슷한 삼진과 홈런 기록을 주목한 뒤 "볼넷은 차치하더라도, 어느 리그에서나 홈런과 삼진의 숫자가 비슷하게 나온다는 건 대단히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이정후는 우리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원했던 기록뿐만 아니라, 선구안도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이정후는 상대 투수가 투구할 때 정말 빠르게 구질을 인식한다. 그런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에 관해 우리 역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다.

이정후는 시범경기를 앞두고 정말 많이 설렌다고 했다. 이정후는 데뷔전을 하루 앞두고 "좀 많이 설레는 것 같다. 설렌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좀 묘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런 기분인 것 같다"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어 "마지막으로 이런 기분을 언제 느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사실 시즌 때에는 긴장됐던 것 같은데, 지금은 긴장보다는 많이 설렌다. 시범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중 분들이 와주신다. 분위기가 또 한국 야구와 많이 다른 것 같아서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이날 시범경기 데뷔전을 마친 뒤 미소를 지으면서 "긴장하거나 그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런 점은 없었다. 그냥 똑같이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잘하고 못하고도 중요하지만, 적응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냥 경기에 나갔을 때 제가 해야 할 것만 생각하면서 적응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밥 멜빈 감독이 시범경기 기간 동안 기록에 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한 것에 관해서는 "그렇죠. 저는 뭐 그렇게 감독님이 말씀해주시면 선수 입장에서는 더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거다. 그래도 잘 치면 좋겠지만, 못 쳤을 때도 있을 것이다. 야구가 사실 잘 쳤을 때보다 못 쳤을 때가 더 많다. 그리고 또 여기는 메이저리그다.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못 치게 되는 상황이 더 많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기간에는 성적보다는 정말 제가 적응하는 게 최우선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방망이도 많이 돌려보고, 아웃도 많이 당해보고, 안타도 많이 쳐보고 싶다"고 재차 각오를 다졌다.

애리조나에서 치르는 낮 경기로 인한 외야 수비에 대해서는 "하늘이 너무 밝다. 하늘이 너무 높게 있는 느낌이 든다. 항상 제가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왔을 때 그 부분이 좀 힘들었다. 이제 여기서 연습 경기를 하거나, 약간 공이 떠서 내려오는 느낌이다. 뜬공 감각 적응에 있어서 한국보다 힘들다. 그런데 이제 이런 것도 제가 이겨내야 한다. 미국은 낮 경기도 많다고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제가 다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핑계대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29일 출전이 예정된 고우석에 대해서는 "뭐 다치지 않고 잘했으면 좋겠다"며 시크하게 응원한 뒤 "그런데 지금은 서로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자기 할 게 바쁘기 때문에 부상 당하지 않고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에서 새벽 시간 많은 응원을 보내준 한국 팬들을 향해 "새벽인데,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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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28일(한국시간) 경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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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의 28일(한국시간) 경기 모습.
한편 이정후는 2017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뒤 첫해부터 좋은 활약을 펼치며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했다. KBO 리그 7시즌 통산 884경기에 출장해 타율 0.340(3476타수 1181안타),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2루타 244개, 3루타 43개,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훌륭한 성적을 올렸다. 2018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5시즌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KBO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선수로 성장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은 지난해 12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샌프란시스코가 외야수 이정후와 6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한 뒤 "이정후와 2027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을 포함하는 1억 1300만 달러(한화 약 1484억원)의 6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의 계약 총액 1억 1300만 달러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역대 한국인 선수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종전 1위 기록은 지난 2012년 류현진(36)이 LA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받았던 6년 3600만 달러(약 472억원)였다. 또 야수로는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021시즌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면서 수령한 4년 2800만 달러(약 367억원)가 최고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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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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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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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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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제공
아시아로 범위를 넓혀도 이정후의 위엄을 알 수 있다. 2013년 일본인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현 라쿠텐)가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 5500만 달러(약 2035억 원) 계약을 맺은 게 포스팅을 통한 아시아 역대 최고 규모의 계약이었다. 이정후보다 4200만 달러가 많은 금액이다. 반면 아시아 출신 야수로는 이정후가 역대 최고 포스팅 신기록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2023 시즌을 앞두고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 달러(약 1182억 원)의 계약을 맺었는데, 이정후가 이를 훌쩍 뛰어넘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제 샌프란시스코는 29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상대로 원정 시범경기에 임한다. 이정후는 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 이미 이정후는 팀이 첫 시범경기를 펼친 날에도 관전 없이 집으로 향한 바 있다. 주전급 선수들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는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예"라고 짧게 답한 뒤 "(평소에도 계속해서) 너무 일찍 나와서 준비하고 있다.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경기를 보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래도 지금 시기에는 휴식이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철저한 몸 관리부터 휴식으로 이어지는 배려, 그리고 칼퇴근까지. 메이저리그에서는 주전급 선수들의 경우, 경기에 출전하더라도 교체돼 나올 경우 자유로운 퇴근이 가능하다. 샌디에이고에서 활약 중인 김하성도 홈 경기만 출전하고 있다. 역시 팀을 대표하는 주축 선수이기에 가능하다. 다른 주전급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2~3타석 정도만 소화한 뒤 교체된 채 퇴근길에 올랐다. 마찬가지로 이정후를 향한 샌프란시스코의 대우가 정말로 진심이며 극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3월 1일에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한 뒤 2일에는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3일에는 역시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각각 상대한다. 4일에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5일에는 콜로라도 로키스와 차례로 맞붙는다. 쉴 틈이 없는 일정이다. 이렇게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기에, 이정후 역시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다. 오히려 서두르다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그것이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3월 6일 오타니 쇼헤이가 뛰고 있는 LA 다저스를 상대하며, 7일에는 공식적으로 하루 휴식(Off day)이 예정돼 있다. 이정후가 드디어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은 가운데, 앞으로 매 타석, 수비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한국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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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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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25일(한국시간)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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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 있는 자신의 로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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