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팀이 이래서 반했나' 36세 이적생도 놀란 키움 분위기 "애들이 프로틴, 칼로리, 운동 이야기밖에 안해요" [가오슝 현장]

가오슝(대만)=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0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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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선수단이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 웨이트 트레이닝을 앞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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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환(맨 왼쪽)과 키움의 어린 선수들이 대만 2차 스프링캠프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2023년 메이저리그(ML) 월드시리즈 준우승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지난해 스프링캠프 훈련 시설 공유로 키움 히어로즈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대한 관심이 이유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스프링캠프 한 달간 키움 선수들의 훈련 태도와 워크에식에 반해 지난해 8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제안, 정식으로 성사됐다. 키움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애리조나는 스몰 마켓임에도 꾸준한 성적을 낸 것에 관심을 보였다. 또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우리 선수들이 훈련장 룰을 정확히 지키면서 활기차게 훈련하고, 끝난 후 깔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봤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스프링캠프는 어느 구단이든 희망적인 요소에 긍정적이고 쾌활한 분위기가 일반적이다. 지난해 스프링캠프를 참여했던 김휘집(22) 역시 애리조나 구단과 관련한 질문에 "한국에 있을 때와 우리의 행동이 크게 다르진 않았던 것 같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애리조나도 흥미를 느낀 키움 특유의 밝은 분위기는 이적생 최주환(36)의 시선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최주환은 지난해 11월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전체 1번으로 키움에 입단했다. 그는 2006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46순위로 두산 베어스로 프로에 입문해 2021년 FA를 통해 SSG 랜더스에 몸을 담았다. 그가 있던 시절 두산과 SSG는 고참 선수들이 많은 팀으로 20대 초반이 대부분인 키움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최주환 역시 이적 당시 키움을 "젊고 밝은 팀"정도로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 달을 직접 경험해본 젊은 키움은 다른 구단의 그 나이대 선수들과 또 달랐다.

최주환은 "팀 분위기가 밖에서 느꼈던 것과 조금 다르다. 조금 더 긍정적인 면을 봤다. 전체적으로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프리배팅 때는 내가 방망이 헤드 부분을 잘 쓰는 유형이니까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 묻는 식"이라고 전했다.


보통 고참 선수들은 먼저 다가가기보단 어린 후배들이 먼저 찾아와 물어주길 바란다. 하지만 후배들도 나이 차가 많은 선배들에게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키움의 젊은 선수들은 조금 더 적극적이었다는 것이 최주환의 설명. 최주환은 "두산, SSG 때와 달리 내가 여기서 거의 최고참에 속하는데 다들 성실하고 열심히 해서 나도 한 달 동안 적응을 잘한 것 같다. 같이 식사도 많이 하면서 어떻게 하면 부드럽게 후배들에게 잘 다가가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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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주성원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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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송성문.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에는 주장 김혜성(25)을 비롯해 몸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올해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벌크업에 성공한 송성문(28)의 모습은 키움 SNS를 통해 공개돼 화제가 됐다. 포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 전환한 주성원(24)은 선수단 중 근육량 1위를 찍어 놀라움을 안겼다. 이러한 결과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돼 스스로 만든 분위기 속에 나온 점이라는 것이 긍정적이다.

최주환은 "여기는 애들이 다 운동 이야기만 하고 있다. 서로 '몸에 좋은 음식은 뭐가 있을까?', '그거 칼로리 얼마야?', '어떤 걸 먹으면 근육 잘 붙어?'라는 등 영양학적으로 토론을 한다. 그런 모습이 되게 신선하고 귀여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래서인지 다들 몸이 좋다. 우리 팀에 헐크가 많다. 프로틴도 열심히 먹고 있고 탄산을 안 먹는 선수도 많다. 나도 술은 안 먹고 있는데 탄산은 끊기가 쉽지 않아 제로로 먹고 있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웃었다.

키움 구단도 선수들의 분위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그동안 선수들을 상대로 심리상담 전문가를 붙여주는 등 멘털 케어를 신경 썼던 키움은 지난해 원주 마무리캠프부터 영양학 교수를 초빙해 선수들의 식단 관리를 도왔다. 이제 키움 선수들은 일시적이 아니라 전문가를 통해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애리조나와 파트너십을 통해 경험한 것을 도입한 결과다.

이날 핑동 구장에서 만난 고형욱 키움 단장은 "애리조나와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것이 메이저리그는 선수 멘털뿐 아니라 점심 식사부터 식단 관리까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올해부터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평상시에도 선수들이 언제든 찾아와서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그 결과 1~2년 전과 또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고 단장은 "이번에 퓨처스 팀과 함께 머물고 있는데 선수들 아침 식사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보다 아침을 챙겨 먹는 선수들이 늘어났고 먹는 양도 많이 늘었다. 지난해만 해도 아침 식사 때 선수들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올해는 삼삼오오 자기들끼리 시간을 정해서 거의 다 나와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2022년 입대해 지난해 8월 전역한 조영건(25)도 "군대 가기 전에는 막 이렇게까지 이야긴 안 했던 것 같다. 다들 체중 감량하고 으샤으샤하는 분위기가 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된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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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혜성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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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주형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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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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