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선수 생활 쉽지 않겠다" 데뷔 첫해 태극마크+주전 꿰찬 20세 포수, 왜 더 절박함 느꼈나 [대만 현장]

핑둥(대만)=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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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동헌이 2월 29일 대만 핑둥현 얀푸향에 위치한 CTBC 파크에서 열린 중신 브라더스와 연습 경기를 3-2 승리로 이끈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이대로는 선수 생활이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 데뷔 2년 차' 키움 히어로즈 포수 김동헌(20)이 지난해보다 더 절박한 심정으로 스프링캠프에 임해 눈길을 끌었다.


충암고 졸업 후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2순위로 키움에 입단한 김동헌은 데뷔 첫해부터 주전 포수 마스크를 꿰차고 국가대표팀까지 승선해 신인으로서 최고의 성과를 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본격적으로 세대교체에 나선 류중일 국가대표팀 감독과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의 선택에 따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최종 승선, 금메달을 목에 걸고 병역 혜택을 받았다. 뒤이어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야구의 성지 도쿄돔을 밟았다.

키움으로서도 성공적인 도박이었다. 키움은 시즌 초반부터 김동헌을 주전 포수로 기용하며 계속해서 1군 무대에 그를 노출했다. 다행히 충암고 시절부터 안정적인 수비력과 투수와 소통 능력을 높게 평가받았던 김동헌은 프로 무대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고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할 수 있었다. 키움은 지난 겨울 또 한 번 과감한 선택을 했다. FA가 된 이지영(38)을 잡지 않고 SSG 랜더스로 사인 앤 트레이드를 했다. 202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과 2억 5000만 원이 대가였다. 이를 통해 김동헌 주전 체제를 견고히 했다.

김동헌은 계속된 구단의 선택에 한층 더 차분해졌다. 29일 대만 핑둥구장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스프링캠프는 프로 첫 캠프라 뭔가 신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팀에 감사한 마음이 있어 지난해보다 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기회도 지난해만큼 당연하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야 감독님과 구단이 나를 쓴다고 생각하고 마음가짐을 다르게 하고 왔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성과에도 쉽게 만족하지 못했다. 김동헌은 지난해 정규시즌 102경기 타율 0.242, 2홈런 17타점 22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631을 기록했다. 국가대표에 가서도 아시안게임에서는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고 APBC는 출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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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APBC 당시 김동헌.


김동헌은 "지난해 이룬 것이 내가 잘해서 한 건 아니라 생각한다. 구단에서 계속 기회를 주셔서 가능했다. 그래서 구단에 정말 감사하다"며 "기회도 매년 오는 게 아니다. 지금보다 더 성장하고 주전다운 모습을 보여야 앞으로도 내 자리가 생기는 거로 생각해 지난해보다 더 열심히, 간절히 준비하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풀시즌과 국제대회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확인한 김동헌은 겨우내 타격폼 수정에 온힘을 쏟았다. 타격 자세를 조금 더 높이면 높은 공에 조금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고, 낮은 자세일 때 들어오는 낮은 공이 높은 자세에서는 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둔 수정이다.

김동헌은 "시즌을 치르면서 이렇게 해서는 쉽지 않겠다고 느낀 때가 있었다. 분석 팀에서 데이터를 뽑아줬는데 바깥쪽 공에는 대처가 되는데 몸쪽 공 대처가 (상대적으로) 확연하게 떨어지는 게 보였다"며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타격폼을 조금씩 수정했다. 자세를 조금 더 세우고 스탠스를 좁혔다. 리듬이나 타이밍도 나 혼자가 아닌 상대하는 투수에 따라 맞춰서 할 수 있게끔 했다. 그 부분을 겨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타격폼 수정 과정이 순조롭다. 키움은 지난 23일부터 대만 현지 프로야구팀들과 꾸준한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2연패 뒤 2연승을 거뒀고 2월 29일 중신 브라더스와 4차전에서는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키움의 3-2 승리를 견인했다.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김동헌은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날카로운 타구로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키움이 2-1로 앞선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담장을 크게 넘기는 좌중월 솔로포로 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타석에서도 유격수 쪽으로 향하는 날카로운 직선타를 날려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이 경기까지 김동헌은 4경기 타율 0.556(9타수 5안타) 1홈런 2타점 2득점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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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이 바뀐 타격폼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이와 같은 결과에도 김동헌은 한없이 겸손했다. 그는 "바뀐 타격폼 때문에 잘 치는 건 아니다. 새로운 타격폼은 타석에서의 리듬이나 타이밍을 잘 잡기 위한 폼으로 콘택트에 집중한 스윙이다. 내 스타일은 공을 많이 보기보다 배트를 내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거라 생각해 최대한 공을 강하게 쳐서 내야를 뚫어내는 타구를 만드는 게 이번 캠프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정규 시즌이 조금 빠르게 시작해서 감도 빨리 올리려 했다. 지금은 휘두르며 감각을 올리고 있는데, 그런 과정이 잘 돼서 결과도 나오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니 아웃되더라도 좋은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고 있다. 연습경기라 결과보단 과정을 신경 쓰고 있다. 과정이 괜찮아서 아웃되더라도 괜찮다. 지난해는 연습경기든 시범경기든 어떻게든 결과를 내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그러지 않고 카운트 싸움이든 최대한 유리한 볼카운트에 스윙을 내는 데에 집중하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집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풀시즌을 통해 연령 제한을 두지 않은 국가대표 승선도 꿈꾸는 20세 포수다. 김동헌은 "국가대표는 모든 선수가 이루고 싶은 꿈이라 생각한다. 기회가 주어지면 감사한 마음으로 나가고, 안 돼도 열심히 잘 준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려 한다"며 "일단은 팀에 도움되는 역할이 먼저다.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자양분을 만드는 시즌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 그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많은 경기에 출전해 부상 없이 내가 또 막내라 생각하면서 간절히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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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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