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작심 발언 "피치클락 정식 시행 안 할거면 하지 말자, 심리적 압박감 크다" [수원 현장]

수원=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3.1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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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KT위즈파크에 설치된 피치 클락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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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왼쪽에서 두 번째) KT 위즈 감독.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와 피치 클락이 시범경기 첫날부터 시행된 가운데, 피치 클락에 관해서 작심 발언을 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시범경기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피치 클락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KBO는 올해 시범경기부터 많은 변화를 주기로 했다. 먼저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ABS를 세계 최초로 도입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수비 시프트 제한 및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새롭게 도입된 규정을 시범경기 첫 경기부터 바로 적용했다.

여기에 KBO는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피치 클락을 도입했다. 이미 메이저리그(MLB)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피치 클락은 투수들의 투구 준비 과정 및 타자들의 타격 준비 시간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둠으로써 경기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크게 일조한다는 평가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피치 클락을 도입하면서 경기당 시간이 무려 24분 단축되는 효과를 봤다. 특히 투수는 기존 20초에서 18초로 더욱더 줄이면서 스피드업을 도모했다.

KBO도 피치 클락을 도입했다. 다만 너무 많은 변화를 한꺼번에 줄 경우, 현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 이에 전반기에는 시범 운영을 한 뒤 후반기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꼭 메이저리그만 따라 하는 건 아니다. 한국은 메이저리그보다 제한 시간에 있어서 다소 여유가 있다. 누상에 주자가 있을 때는 23초, 없을 때는 18초 안에 투구하면 된다. 또 타자는 8초 안에 타격 준비를 모두 마쳐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투수는 볼 1개, 타자는 스트라이크 1개 판정을 각각 받는다. 일종의 페널티인 셈이다. 다만 KBO는 전반기 동안 시범 운영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심판진이 구두 경고만 주기로 했다.

이강철 감독은 피치 클락에 대해 "시범경기까지만 시행한 뒤 어차피 (정식으로) 시행하지 않을 거라면 안 했으면 좋겠다"고 작심 발언을 한 뒤 "어제도 심리적으로 투수가 압박감을 받으면서 도루를 허용했다. 심리적으로 아무래도 (시계로) 초를 재는 게 눈에 들어오니까, 도루를 허용하더라. 심리적으로 은근하게 선수들이 받는 압박감이 있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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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KT위즈파크 외야 중앙 전광판에 설치된 피치 클락의 모습. /사진=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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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피치 클락을 시행하는 모습.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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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병호가 타석에 선 가운데, 수원 KT위즈파크에 설치된 피치 클락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
이어 이강철 감독은 "제가 보기에 올해 안에는 절대 (시행) 못 한다. 메이저리그는 메이저리그에서 하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가 하는 것이다. 또 전반기까지 성적이 좋은 팀이 정식으로 시행하자고 하면 하겠는가. 하위권에 있는 팀들이야 크게 상관이 없으니까 (시행에 동의를) 하겠지만, 상위권에 있는 팀들은 누가 (동의)하겠는가. 절대 못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또 미국 메이저리그 응원 문화는 조용한데, 우리나라는 다르다. 투수가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받다 보면 견제구를 던지다가 보크를 범할 수도 있다"면서 "저도 모르겠다. 저희는 하라는 대로 할 뿐"이라면서 복잡한 마음을 내비쳤다.

비록 시범 운영이라고 할지라도 피치 클락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행 첫날부터 관중들이 경기장 중앙 전광판 아래쪽과 홈플레이트 뒤쪽에 설치된 전자시계를 보면서 "5·4·3·2·1" 카운트다운을 외치기도 했다. 이런 외침에 투수들의 마음이 급해지고, 심지어는 야유까지 받으면서 압박감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제재가 없기에, 위반하더라도 페널티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위반을 감수하고라도 플레이를 펼치는 팀이 나올 수도 있다. 또 그럴 때마다 심판은 구두 경고를 해야 하므로 자칫 경기 시간이 늘어질 수도 있다. KBO 관계자도 이 점을 인정했다. KBO 관계자는 "제재보다 전반기 시범 운영은 선수들의 적응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면서 "그렇지만 구성원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때마다 심판이 구두 경고를 하면서 경기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위반 사례도 많이 나왔다. 시범경기 첫날부터 피치 클락 위반 사례가 39차례나 됐다. 투수는 14차례, 타자는 25차례씩 각각 피치 클락 규정을 어겼다. 전날(9일) 수원 LG-KT전에서는 피치 클락 위반 사례가 총 7차례 나왔는데, 손동현(2회), 김영현, 박영현(이상 투수), 김민혁, 문상철(이상 타자) 등이 구두 경고를 받았으며, LG는 포수 박동원만 한 차례 피치 클락 규정을 어겼다. 일단 한 경기밖에 되지 않지만 경기 시간도 단축됐다. 지난해 시범경기 개막전 평균 경기 시간이 2시간 50분이었는데, 올해는 2시간 44분으로 6분이 줄었다. 심지어 대전 삼성-한화전은 2시간 20분 만에 끝났다. 2023시즌 KBO 리그 정규시즌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12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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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형 KBO 심판위원이 9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 시범경기에서 4회말 2사 후 키움 히어로즈 투수 최준표를 향해 피치 클락 위반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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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피치클락 규정. /표=K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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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피치클락 규정. /표=KB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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