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도 안 했는데 WS 우승 감독 극찬, '19년 전 오승환 충격' 2024년에 재현되나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19 06:31
  • 글자크기조절
image
김택연이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스페셜 게임에서 와인드업 자세를 취하고 있다.
image
김택연이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스페셜 게임에서 역투한 후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우완 투수가 한 명 있었는데 이름을 잘 모르겠다. 정말 멋진 피칭을 했다."

메이저리그(ML) LA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데이브 로버츠(52) 감독이 극찬한 이름 모를 우완 투수는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이었다. 아직 프로 데뷔도 하지 않은 김택연이 LA 다저스 강타자들을 상대로 뛰어난 구위를 선보이면서 전 세계 야구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김택연은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LA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스페셜 게임에서 '팀 코리아'가 2-4로 뒤진 6회말 등판해 ⅔이닝 동안 2개의 삼진만 솎아내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상대한 타자는 이름값이 높진 않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었다. 처음 상대한 테오스카 에르난데스(32)는 빅리그 통산 811경기 타율 0.261, 159홈런 47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02를 기록한 강타자다. 특히 류현진(37·한화 이글스)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함께했던 2021년에는 3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실버슬러거를 수상하고 첫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하지만 김택연은 이에 굴하지 않고 빠르게 스트라이크를 잡아갔다. 스트라이크 존 상단과 하단을 연달아 공략하며 2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했다. 갑자기 시속 76.2마일의 뚝 떨어지는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더니 곧바로 시속 93.7마일(약 150.8㎞)의 빠른 공으로 몸쪽 높은 곳을 공략해 테오스카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허를 찌르는 결정구는 이날 김택연의 최고 구속이 찍힌 직구였다.


다음 타자도 만만치 않았다. 제임스 아웃맨(27)은 무려 LA 다저스로 하여금 신인왕(2017년), MVP(2019년) 수상에 빛나는 코디 벨린저(29·시카고 컵스)를 기꺼이 포기하게 만든 거포 유망주였다. 지난해 풀시즌을 치른 아웃맨은 151경기 타율 0.248, 23홈런 70타점 16도루, OPS 0.790으로 내셔널리그 신인왕 3위에 올랐다.

그런 아웃맨도 김택연의 직구에 속수무책이었다. 김택연은 아웃맨을 상대로 6개 모두 직구로만 상대했는데 구속은 최저 시속 92.4마일에서 최고 93.2마일로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아웃맨은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직구에도 헛스윙하더니 결국 어깨 높이로 치기 좋게 들어오는 시속 92.5마일 직구를 맞히지 못한 채 삼진으로 물러났다. 중계 화면상으로는 마치 아웃맨의 방망이를 스쳐 떠오르는 듯한 공으로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image
LA 다저스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16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하고 있다.
image
김택연이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스페셜 게임에서 1루를 보고 있다.


경기 후 로버츠 감독도 이 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 로버츠 감독은 메이저리그 통산 753승(443패)에 월드시리즈도 우승한 명장. 한국 선수 중 인상 깊었던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아웃맨에게 삼진을 잡은 우완 투수"라며 김택연을 콕 집어 지목했다. 그 이유로 "정말 팔을 잘 썼다. 아웃맨도 내게 말하기를, 투수가 정말 멋진 피칭을 했다고 말했다. 스트라이크존 높게 오는 공(실제 92.5마일)이 마치 시속 95~96마일(처럼 보였다고 했다"고 답했다.

아웃맨을 삼진 잡을 때 쉽게 궤적을 예상하지 못한 이유는 김택연의 공이 생소한 것도 있었지만, 높은 회전수 덕분도 있었다. 이날 스탯캐스트 상으로 김택연의 직구 회전수는 평균 2428rpm, 최고 2483rpm이 찍혔다. 2483rpm은 이날 양 팀 투수 통틀어 최고 기록이었다. 경기 후 만난 김택연은 높은 회전수에 대한 질문에 "그 선수(아웃맨)가 헛스윙한 건 나에 대한 정보가 없어 내가 유리한 상태이다 보니 나온 결과 같다. 그래도 좋은 메이저리그 선수들 사이에서도 회전수가 가장 높았던 건 기분 좋다"고 웃었다.

높은 회전수를 지닌 직구는 투수가 던진 순간부터 포수 글러브에 도달하기까지 쉽게 공이 떨어지지 않게 해 타자가 예상한 궤적보다 위로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성기 시절 오승환의 돌직구의 비결이기도 하다.

인천고를 졸업한 김택연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우완이다. 지난달 일본서 열린 두산 2차 스프링캠프에서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 포함 연습경기 4경기에서 4⅓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을 마크해 주목받았다. 김택연의 공을 직접 받아본 양의지(37)는 그를 제2의 오승환이라 칭했다. 이승엽(48) 두산 감독 역시 "(제2의 오승환이 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잘 관리해준다면 분명 그 어떤 투수보다 좋은 투수로 성장할 거라 믿고 있다. 부상 없이 경기 경험만 쌓으면 된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많은 사람이 김택연을 두고 오승환을 떠올린 건 단순히 빠른 공과 구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승환은 프로 데뷔 때부터 돌부처라는 별명에 걸맞은 강심장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2005년 데뷔하자마자 불펜 투수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이동해 정규시즌 61경기 10승 1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 99이닝 115탈삼진을 기록했다. 첫 한국시리즈에서도 3경기 1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까지 수상해 많은 야구팬에게 충격을 안겼다.

image
2005년 한국시리즈 당시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image
2005년 한국시리즈 당시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마치 그때의 오승환처럼 김택연의 멘털에 대한 칭찬도 자자하다. 당장 오승환과 삼성에서 함께했던 류중일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김)택연이, (황)준서 두 어린 선수가 많은 관중과 메이저리그 팀을 상대로 자기 볼 던진 것이 기특하다. 앞으로 두 선수가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하다. 정말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그를 지도 중인 이승엽 감독도 오승환의 해외 진출 전 마지막 2년을 함께했었다. 이승엽 감독은 "김택연은 신인임에도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깜짝 놀랄 만한 정도의 구위를 보였기 때문에 캠프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며 "김택연의 강점은 구위도 구위지만, 대담한 성격 같다. 소프트뱅크 전에서 위기 상황에서 일부러 홈런왕 출신 4번 타자(야마카와 호타카) 상대로 붙여봤다. 그런데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위기 관리하는 걸 보면서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극찬했다.

그동안 조상우(30·키움 히어로즈),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제2의 오승환'이란 별명을 단 유망주들은 많았지만, 아직 오승환의 아성에 도달한 선수는 없다. 1군은커녕 퓨처스 무대도 밟지 못한 김택연도 오승환을 입에 담기엔 많이 섣부르다. 일단 보직도 마무리가 아닌 중간 투수로 1군 무대 적응에 도전한다. 하지만 데뷔 전부터 일본, 미국의 강타자들을 상대로 배짱 있는 투구와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김택연이 과연 오승환이 줬던 충격을 2024년에 재현할지 갈수록 관심이 커지고 있다.

image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image
김택연. /사진=두산 베어스
기자 프로필
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