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네' 오타니, 충격 통역 배신+불법도박 사태에도 '경기장 들어서자 웃었다'... 진정한 프로의 자세 [고척 현장]

고척=김우종 기자 / 입력 : 2024.03.2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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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에 앞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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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에 앞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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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에 앞서 로버츠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통역인 미즈하라 잇페이가 오타니의 돈을 훔친 뒤 불법도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단 오타니는 한국에서 열리는 서울시리즈 2차전에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할 예정이다. 다만 사령탑인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의 사태와 관련해 어떠한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물었다.

미국 매체 LA 타임스와 ESPN 등은 21일(한국시간) "오타니의 변호인 측이 그동안 오타니의 통역을 담당했던 미즈하라 잇페이를 절도 및 불법 도박 혐의로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오타니와 미즈하라 잇페이는 경기장 안팎에서 늘 함께하며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오타니의 성공 뒤에는 미즈하라 잇페이의 헌신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둘의 관계는 특별했다.

그렇지만 이제 둘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ESPN은 "오타니의 오랜 친구이자 통역사인 미즈하라 잇페이가 미국 연방 정부의 조사를 통해 도박 빚을 진 것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오타니의 명의로 된 계좌로부터 매튜 보이어라는 사람의 계좌에 돈이 이체된 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LA 다저스 구단은 즉각적으로 미즈하라 잇페이를 해고 조치했다.


ESPN은 "전날(20일) 오타니의 대변인은 '오타니가 미즈하라 잇페이의 도박 빚을 갚아주기 위해 자금을 송금했다'고 말했다. 이후 미즈하라 잇페이는 ESPN과 전날 90분 동안 인터뷰에 임했다. 이 과정에서 미즈하라 잇페이는 자신의 계좌에 관해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ESPN이 21일 이 내용에 관해 발표를 준비하고 있을 때, 오타니의 대변인은 미즈하라 잇페이의 계좌를 부인한 뒤 변호인단이 성명을 밝힐 거라 알렸다"고 설명했다.

오타니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웨스트 할리우드의 버크 브레틀러는 성명을 통해 "최근 언론의 질문 및 연방 정부의 조사 과정에서 오타니가 절도 피해를 당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사법당국으로 넘겼다"고 밝혔다. ESPN은 "이후 오타니의 대변인은 더 이상의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부했다. 현재 연방 수사관들은 매튜 보이어의 계좌를 조사 중이다. ESPN의 소식통과 은행 자료 등에 따르면 오타니의 계좌에서 보이어 측으로 돈이 입금된 게 확인됐다. 다만 미즈하라 잇페이는 오타니가 도박을 한 것은 아니며, 송금한 돈으로 미즈하라 잇페이의 손실을 충당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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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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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그라운드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과 10월 2차례 50만 달러씩 오타니의 이름으로 돈이 이체됐다. ESPN은 "스포츠 도박은 미국 내 약 40개 주에서 합법이다. 그렇지만 오타니와 미즈하라 잇페이가 주로 거주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불법"이라면서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미즈하라 잇페이는 2021년부터 야구가 아닌 해외 축구 경기 등 다른 스포츠에 돈을 걸고 도박을 했다. 다만 소식통은 보이어가 자신의 (도박)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오타니가 고객이라는 말을 하고 다녔다. 그렇지만 보이어의 변호사인 다이앤 배스는 '오타니와 보이어가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령탑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이날 일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타니 통역 사태와 관련, '어제 클럽하우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 라는 질문에 "죄송하지만, 그와 관련해서는 어떤 말씀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타니의 통역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이 재차 이어지자 "그 문제와 관련해 다시 한번 죄송하지만 어떤 말씀을 드리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취재진이 재차 '오타니가 놀랐는가'라고 묻자, 로버츠 감독은 "죄송하지만 아무 말씀을 못 드린다"고 똑같은 답을 반복했다. 이날 오타니는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한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2번 지명타자로 나선다.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마음을 다잡고 있나'라는 질문에 "오타니는 경기에 뛸 준비가 돼 있다. 이제 야수 미팅을 하고 있다. 오늘 경기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 후 오타니가 어떤 언급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도 로버츠 감독은 "나는 모른다"고 했다. 또 잇페이가 현재 한국에 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드릴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렇지만 오타니는 확실한 프로였다. 이날 공식 훈련에서 오타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고척돔 현장에서 스타뉴스와 만난 일본 매체 교도 뉴스의 아키유키 시라이시 기자는 "오전부터 오타니 통역 이슈가 터지면서, 일본 취재진 역시 큰 충격에 빠졌다"고 대략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오타니가 숙소에서는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라운드는 물론 클럽하우스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타니 통역 사태는 일본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전날(2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1차전을 마친 뒤 일본 취재진은 오타니와 클럽하우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에도 잇페이 미즈하라가 통역을 했는데, 그때 당시에는 특별하게 이상한 분위기는 없었다. 현재 잇페이 미즈라하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오타니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2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장한 오타니는 웃으면서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오타니였지만, 결전을 앞두고는 미소를 잃지 않으며 프로다운 자세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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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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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 LA 오타니 쇼헤이가 그라운드에 입장하며 동료들과 주먹을 맞대고 있다. /사진=뉴스1
보다 상세한 전말도 공개됐다. ESPN에 따르면 지난해 미즈하라 잇페이는 오타니를 향해 도박 빚을 갚아달라는 요구를 했다. 그런데 이 빚이 최소 450만 달러(한화 약 60억원)까지 불어나고 말았다. 미즈하라 잇페이는 "오타니는 제 말을 들은 뒤 분명 기뻐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저를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오타니는 저를 위해 돈을 갚아주기로 했다. 저는 모든 사람들이 오타니가 도박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기를 바란다. 또 저 역시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번에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많은 걸 배웠다. 저는 스포츠 도박을 다시 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약속했다.

오타니와 미즈하라 잇페이의 인연은 오타니가 2018년 LA 에인절스에 입단하면서 시작됐다. ESPN은 "오타니가 더그아웃과 라커룸, 선수 라운지, 여행, 미디어와 함께할 때마다 오타니를 위해 통역을 했다. 미즈하라 잇페이의 인지도는 매우 높았다. 그는 감독, 코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에 있어서 오타니의 통역을 담당했다. 또 경기 중에는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기도 했다. 둘은 좀처럼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미즈하라 잇페이는 오타니를 위해 심부름을 했다. 물병도 들고 다녔다. 둘은 항상 함께했기에, 우정을 뛰어넘어 '형제애'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미즈하라의 연봉은 얼마였을까. 이에 대해 ESPN은 "그의 연봉은 30만 달러(4억원)에서 50만 달러(6억 6000만원) 사이라고 했다. 그는 해외 축구와 NBA, NFL, 대학 미식축구 등에 돈을 걸었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야구 이외의 스포츠에 베팅할 수 있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는 베팅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는 연방 당국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사실에 관해 연락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미즈하라 잇페이는 7살 때인 1991년 부모와 함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갔다. 줄곧 그곳에서 성장한 미즈하라는 캘리포니아대학을 졸업한 뒤 2007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의 통역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가 담당했던 선수는 일본인 투수 오카지마 히데키(50)였다. 보스턴 구단에서 일하면서 성실함과 실력을 인정받은 미즈하라 잇페이는 2013년 일본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스의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리고 5년 뒤인 2018년 닛폰햄 소속이었던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미즈하라 잇페이 역시 통역으로 동행했다. 이 매체는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미국에 도착한 후로 미즈하라 잇페이는 경기장 안팎에서 오타니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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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에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ESPN은 "캘리포니아 중부 지역 검찰청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보이어를 압수 수색하면서 그의 현금과 카지노 칩, 은행 서류, 계산기, 컴퓨터, 휴대용 저장 장치, 휴대 전화, 고가의 시계 및 핸드백 등을 압수했다. 미즈하라 잇페이는 지난 2021년 샌디에이고 포커 게임에서 보이어를 만났으며, 베팅을 하다가 2022년 말까지 손실이 100만 달러 이상까지 증가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다만 미즈하라 잇페이가 돈을 정말 훔쳤는지, 아니면 오타니가 그의 도박 빚을 갚아주기 위해 직접 돈을 이체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ESPN은 "오타니가 빚을 갚아준다고 한 뒤에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컴퓨터에 접속, 그가 보는 앞에서 지난해 분할 송금을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오타니가 왜 미즈하라 잇페이에게 현금을 주지 않고, 인터넷 뱅킹을 통해 송금했던 것일까. 이에 대해 미즈하라 잇페이는 "오타니는 또 제가 도박을 하면서 돈을 날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갚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타니 변호인은 '오타니가 대규모 절도의 피해자'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 미즈하라 잇페이 역시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과 관련한 활동과 빚, 이를 갚기 위한 노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다. 만약 오타니가 직접 불법 도박과 관련해 송금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말을 바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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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 잇페이.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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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미즈하라 잇페이는 오타니의 통역 업무뿐 아니라 경기 전 오타니가 몸을 풀 수 있도록 캐치볼도 함께하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미즈하라 잇페이는 "오타니와 오프시즌에도 함께 지낸다. 1년 365일 늘 그의 곁에 있다. 닛폰햄 시절부터 오타니의 재능을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며 "그의 성공을 근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정경기 때는 오타니와 함께 호텔에서 아침을 같이 먹고, 야구장으로 가는 버스에 오를 만큼 가깝게 지내고 있다"며 "오타니가 등판한 날, 특히 잘했을 때는 경기 후 휴대전화를 확인하면 일본에 있는 오타니 부모님이나 가까운 지인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가 20여 개는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오타니가 한국으로 향하는 전세기에 탑승하기에 앞서 아내와 함께한 사진을 공개했는데, 옆에는 통역인 미즈하라 잇페이와 LA 다저스의 일본 투수인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함께였다. 이들은 전세기에 탑승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20일까지 미즈하라 잇페이 역시 고척돔 현장에서 오타니와 동행하는 등 정상적으로 일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오타니의 아내인 다나카 마미코는 관중석에서 미즈하라 잇페이의 아내와 함께 경기를 나란히 관전했다. 그렇지만 경기가 끝난 지 불과 반나절이 안 돼 미국 현지에서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고, 결국 21일 열리는 2차전에서는 미즈하라 잇페이와 오타니가 함께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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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로버츠 감독.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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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하라 잇페이(왼쪽)와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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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왼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그동안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을 맡아왔던 미즈하라 잇페이는 LA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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